자체 캐릭터와 콘텐츠를 앞세워 소비자에게 기억되는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상품과 서비스로 확장하며 IP(지적재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유통기업들이 자체 캐릭터 지식재산(IP)을 활용해 상품과 콘텐츠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롯데백화점 ‘킨더유니버스’(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CU의 ‘CU프렌즈’와 페리페라 협업 상품, CJ대한통운 ‘오네’ 캐릭터, 배달의민족 ‘도치학’ 캐릭터. ⓒ각사 제공/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10일 유통업계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여러 유통기업들이 자체 캐릭터와 지식재산(IP)를 앞세워 브랜드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CU는 최근 자체 캐릭터 'CU프렌즈'를 활용해 페리페라와 뷰티 상품을 만들고 올리브영·무신사 등 외부 유통채널까지 판매처를 넓혔다. 편의점에서 시작한 캐릭터가 화장품이라는 다른 상품군으로 옮겨가고 CU 매장을 벗어나 외부 유통채널에서도 소비자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키즈관에서 시작한 자체 IP '킨더유니버스'의 캐릭터 '랄라와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과 굿즈를 새롭게 선보였다. 오프라인 매장 연출을 위해 만든 디자인 자산을 콘텐츠와 상품으로 발전시켜 자체 IP 사업화에 나선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도치학'을 앱(애플리케이션)과 마케팅을 넘어 콘텐츠 전반에 활용하고 있으며, CJ대한통운도 배송 브랜드 '오네'의 캐릭터를 배송박스와 앱, SNS, 굿즈 등에 적용했다. 이들 기업은 각자의 사업에서 확보한 소비자 접점을 활용해 자체 IP를 콘텐츠와 상품, 다른 채널로 넓히고 있다.
이렇게 유통기업이 캐릭터와 콘텐츠 등 IP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유통업계의 치열한 경쟁와 수익성 압박이 있다. 제조기업은 자신이 만든 상품 자체가 브랜드가 될 수 있지만 유통기업은 여러 제조사의 상품을 판매한다. 같은 상품을 경쟁 유통채널에서도 살 수 있고 온라인에서는 가격과 할인 혜택, 배송 조건까지 실시간으로 비교된다. 한마디로 상품과 가격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
여기에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엇갈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2분기 매출이 4조1950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10.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619억 원으로 18.4% 감소했다. 식품사업도 매출은 5.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1.3% 줄었다. 내수 부진과 고유가에 따른 포장비·원재료 가격 상승 등이 수익성의 발목을 잡았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도 지난해 매출은 전년도보다 22.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7.5% 감소했다. 배달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할인과 프로모션 등 고객 확보 비용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상품과 가격, 혜택을 앞세운 경쟁이 치열할수록 매출을 늘리는 데 드는 비용도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상품과 가격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유통기업이 할인과 판촉만으로 고객을 확보하는 데도 부담이 커진다. 소비자가 특정 채널을 선택할 이유를 상품 밖에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자체 IP는 이때 기업이 직접 만들고 보유하면서 다른 유통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는 브랜드 자산이 된다.
자체 IP는 기업이 캐릭터의 성격과 이야기, 디자인을 직접 정하고 사업에 맞게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범위가 넓다. 외부 IP를 활용할 때처럼 다른 기업의 자산에 의존하지 않고, 기업의 사업과 브랜드에 맞춰 콘텐츠와 상품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 하나의 캐릭터를 매장과 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굿즈, 협업 상품 등에 적용하면서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도 넓힐 수 있다.
자체 IP는 브랜드 차별화를 넘어 수익 구조를 넓히는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기업이 직접 상품을 만들지 않고도 다른 기업에 IP를 제공해 로열티를 받을 수 있고, 자체 사업에 활용하면서 별도의 상품이나 돈이 되는 콘텐츠로 확장할 수도 있다. 하나의 IP를 여러 사업에 반복해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일 상품보다 사업 수명도 길다.
다만 자체 IP를 만든다고 곧바로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캐릭터 하나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계속 확장할 수 있는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있다. 캐릭터의 성격과 관계, 배경과 이야기를 구체화해야 새로운 콘텐츠와 상품으로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