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그럴듯하게 만들 수 있고, 면접 답변도 얼마든지 면접관의 입맛에 맞게 준비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어떻게 후보자를 평가하고 검증해야 할까.
한국의 대표적 평판조회 전문 조직인 ‘씨렌즈(C•Lens) 센터’가 최근 『제3의 면접, 평판조회』를 출간했다. 10여 년 동안 인재 검증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평판조회의 필요성과 방법, 검증 과정, 평판조회 보고서 작성과 해석, 그리고 법적 유의점까지 담아낸 평판조회 실전서다.
최선희 씨렌즈센터 상무가 『제3의 면접, 평판조회』 출간을 맞아 평판조회의 중요성과 특성에 대해 허프포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커리어케어
책의 저자로 참여한 15명의 씨렌즈센터 컨설턴트들은 평판조회를 단순한 채용 절차가 아니라 이력서와 면접 이후에도 남아 있는 질문에 답을 찾는 ‘제3의 면접’으로 정의한다.
허프포스트는 씨렌즈센터의 최선희 상무를 만나 ‘좋은 평판조회’란 무엇인지 들어봤다. 씨렌즈센터는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인 커리어케어의 평판조회 서비스 전문 조직이다.
- 책 제목이 『제3의 면접, 평판조회』다. 평판조회를 왜 제3의 면접이라고 표현했나?
"채용 과정에서 서류전형과 면접을 잘 통과한 사람이 입사 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면접은 후보자의 역량을 파악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면접만으로 실제 후보자가 조직에서 어떻게 일했는지, 동료와 어떤 방식으로 협업했는지,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까지 파악하기엔 역부족이다.
평판조회는 바로 면접의 빈틈을 채워 넣는 작업이다. 후보자와 함께 일했던 사람으로부터 그의 업무 방식과 조직 내 행동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통해 면접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던 후보자의 면모를 파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평판조회를 대면 면접 이후에도 남아 있는 질문에 답을 찾는 '제3의 면접'이라고 부른다."
- 많은 사람들이 평판조회를 후보자의 문제나 약점을 찾는 것으로 여기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평판조회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평판조회에서 중요한 것은 후보자의 강점과 약점 자체보다 후보자가 입사한 뒤 어떻게 행동할지 가늠하는 것이다.
가령 후보자가 자기 주장이 강하다는 조회처의 평가는 언뜻 약점처럼 보이지만 강한 실행력을 가진 리더가 필요한 조직에서는 강점으로 인식된다. 평판조회는 회사가 이 사람을 채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사전에 살피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 기업 입장에서 면접결과가 좋으면 평판조회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들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하지만 평판조회가 필요한 이유는 면접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면접과 평판조회는 확인하는 영역이 다르다.
면접에서는 주로 후보자가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살펴본다. 반면 평판조회에서는 그 경험을 함께 한 사람이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특히 직급이 높아질수록 타인의 평가가 더욱 중요하다.
리더급은 개인의 업무 성과를 넘어 조직의 의사결정과 문화, 다른 구성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간한 책에서도 직급과 직무에 따라 평판조회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고 무엇을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지 자세히 기술했다."
- 책에서 주로 어떤 내용을 다뤘나?
"이번에 출간한 『제3의 면접, 평판조회』에서는 평판조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누구에게 평판조회를 진행해야 하고, 작성된 보고서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인사담당자들이 궁금해할 내용을 총망라했다.
평판조회를 제대로 하려면 ‘무엇을 파악해야 하는지’만큼이나 ‘무엇을 물어서는 안 되는지’를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그렇기에 절차와 질문의 범위를 제대로 지키는 방법과 함께 평가자의 의견을 사실처럼 단정하지 않되 후보자가 조직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노하우를 담았다.
또한 평가자가 말을 아끼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외인재 평판조회에서 문화와 언어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개인정보처리와 같은 법적인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평판조회를 진행하면서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을 자세히 다뤘다."
- 책의 마지막 장의 제목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결국 평판은 개인이 아닌 조직의 이야기 아닐까라고 돼 있는데 무슨 뜻인가.
"평판조회를 오래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도달하는 생각이다. 후보자에 대한 평가가 근무했던 회사별로 완전히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조직에 따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조직은 빠른 의사결정을 높이 사지만, 다른 조직은 충분한 합의와 협업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결국 후보자에 대한 평가에는 그 조직이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가 담겨 있다.
컨설턴트들은 후보자에 대한 평판조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가 근무했던 기업의 조직문화를 엿보게 된다. 직원의 업무 성과와 평가는 조직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
- 이 책을 통해 기업의 HR 담당자나 경영자에게 하고 싶었던 조언은?
"평판조회를 단순히 후보자를 탈락시키는 장치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평판조회는 채용의 마지막 단계에 덧붙이는 절차가 아니라 채용을 더 정확히 판단하기 위한 방법이다.
임직원을 채용할 때 후보자가 과거에 어떤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성과를 냈는지, 그리고 우리 조직에서도 그 방식이 작동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그래서 평판조회는 후보자의 '흠결'을 적발하기보다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강점을 발휘하는지 확인하고, 그 사람과 회사가 함께 '성과'를 만들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장치다. 채용은 후보자가 거둔 성과와 일하는 방식을 정확히 이해할 때 결과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