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의 한 극장에서 상영이 중단됐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작품이 지역 단체와 정치권의 반발로 실제 상영 중단 된 이례적 사태다.
우파 시민단체 회원들이 6일 오후 경북 구미시 한 극장 앞에서 영화 '암살자(들)'의 상영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영화계에 따르면 CGV 구미점은 지난 6일부터 '암살자(들)'을 상영 시간표에서 제외했다. CGV 본사가 전국 상영관을 대상으로 내린 결정은 아니며, 위탁 운영 방식으로 운영되는 해당 지점이 자체적으로 편성을 철회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미 지역의 다른 영화관에서는 현재도 정상적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개봉 이후 구미 지역에서 거세진 반대 움직임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성향 단체들이 극장과 영화사를 겨냥한 규탄 활동을 이어간 데 이어 지역 정치권까지 상영 중단을 요구해 왔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개천절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하루 동안 17만8853명의 관객을 모았다. 누적 관객 수도 241만명을 넘어서며 개봉 3주 차에도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관객몰이가 계속되는 작품이 특정 극장의 편성표에서 갑자기 빠진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구미에서 영화 개봉 직후부터 반발이 이어졌다.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 등 지역 단체들은 지난달 30일 박 전 대통령 생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영화가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사실과 다르게 묘사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영화 상영을 멈추고 작품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정치권도 가세했다. 김장호 구미시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영화의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이어 지난 6일에는 국민의힘 대구·경북(TK) 지역 의원 20명이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제작진의 사과와 함께 전국적인 상영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영화가 '창작의 자유'를 내세워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구미를 넘어 국민의힘 지도부와 당 차원으로도 번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충북 옥천의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해 방명록에 '왜곡은 역사가 심판한다'는 글을 남겼다.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 109명 명의로 싱가포르 국제영화제에 서한을 보내 '암살자(들)'의 개막작 선정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배급사와 극장 측이 홍보 과정에서 선보인 ‘탄흔 티켓’ 마케팅 역시 역사적 사건을 상업적으로 소비한다고 지적했다.
영화 안팎의 논란이 커지면서 출연 배우에게도 여파가 미쳤다. '암살자(들)'에 출연한 배우 유해진은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2026 부일영화상’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유해진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구교환, 이병헌, 박지훈, 조인성과 함께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을 고려해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은 영화가 다룬 사건의 해석에서 비롯됐다. 작품은 1974년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당시 수사기관이 내린 공식 결론과는 다른 배후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에 보수 진영에서는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부추긴다고 반발 중이다.
반면 제작진은 작품이 실제 기록을 토대로 만들어졌지만 극적 상상력이 가미된 영화라는 입장이다. 특정한 역사적 결론이나 정치적 주장을 관객에게 주입하려는 목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