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수도권 중심의 성장구조를 바꾸기 위해 ‘5극3특’ 등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호남에 대규모 산업·관광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SK가 반도체와 AI를 중심으로 호남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데 이어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등 유통기업들도 광주에 복합쇼핑몰과 호텔·레저시설을 잇달아 추진하면서다.
산업과 소비·관광 인프라가 동시에 확충되면서 광주를 중심으로 호남의 도시 기능이 바뀌고 있다.
더현대 광주는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부지에 조성되는 복합쇼핑몰로 2029년 6월 개장 예정이다. ⓒ연합뉴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광주에서는 더현대 광주·더 그레이트 광주·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등 대형 복합쇼핑몰 3곳의 사업이 구체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부지에 조성하는 더현대 광주는 올해 초 공사에 들어갔으며 2029년 6월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면적 약 19만5천㎡ 규모로 쇼핑뿐 아니라 문화·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추고, 사업 부지에는 특급호텔과 야구의 거리, 역사문화공원 등도 함께 조성된다.
신세계가 추진하는 사업도 각각 다른 방식으로 광주의 체류 콘텐츠를 확충한다. 광천터미널 일대의 더 그레이트 광주는 3조 원가량을 투입해 백화점과 터미널을 비롯해 호텔·공연장·업무·주거·의료·교육시설 등을 결합하는 대형 복합개발 사업으로, 현재 지구단위계획 결정 절차를 밟고 있다. 어등산 관광단지의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는 스타필드에 숙박·휴양·레저시설을 결합하는 사업으로, 사업 이행 절차와 함께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재심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사업의 공통점은 쇼핑을 중심으로 광주에 머물 이유를 만든다는 데 있다. 외부 방문객이 쇼핑과 문화·여가를 즐긴 뒤 숙박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지면서, 광주가 단순한 소비 목적지를 넘어 방문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공간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호남은 수도권이나 충청·영남권에 비해 대규모 산업·소비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광주 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비엔날레, 남도 음식 등 관광자원을 갖췄지만 외부 방문객을 장기간 머물게 할 대형 콘텐츠는 제한적이었다. 산업과 관광 모두에서 ‘찾아올 이유’는 있었지만 이를 지역 내 체류와 소비로 연결할 기반이 충분하지 않았던 셈이다.
이러한 광주의 변화는 지역균형발전을 앞세운 정부 정책과 맞물려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5극3특’은 수도권 일극에 집중된 성장구조를 5개 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지역 중심의 다극 체제로 바꾸고, 각 권역을 산업·경제 성장거점으로 육성하자는 것이다. 호남권 역시 첨단산업과 교통·에너지 등 기반시설을 확충해 지역 성장거점으로 육성하는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의 지역 투자 확대 기조에 맞춰 대기업의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삼성은 비수도권 투자 625조 원 가운데 425조 원을 호남에 투입하고, 이 중 400조 원을 광주 반도체 팹 등에 투자하는 계획을 내놨다. SK도 서남권에 약 400조 원을 투입하는 차세대 반도체 생산기지를 추진하며 호남을 새로운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도체·AI 투자가 기업과 인력을 끌어들이는 산업 기반을 만든다면, 복합쇼핑몰과 호텔·레저시설은 이들이 머물고 소비할 수 있는 생활·관광 인프라를 확충하는 역할을 한다. 산업과 관광에 대한 투자가 각각 사람을 끌어들이고 머물게 하는 두 축으로 맞물리는 셈이다. 특히 대형 복합시설에 숙박과 문화·레저 기능까지 더해지면서 광주가 산업과 관광 수요를 함께 흡수하는 체류 거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광주에 체류 수요가 커질 경우 이를 인근 전남 관광지와 연결할 여지도 있다. 담양·나주·화순은 광주와 인접하고 목포·순천·여수 등도 광주에서 이동할 수 있어, 광주를 거점으로 주변 지역을 함께 방문하는 관광상품으로 확장할 수 있다. 광주와 전남 주요 관광지를 잇는 교통망과 체류형 관광상품이 갖춰지면 광주에 모인 관광 수요를 전남 전역으로 넓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