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을 얼굴 삼은 신사가 고개를 비스듬히 숙이고, 촛대를 머리에 인 숙녀가 우아하게 손을 내민다. 눈도 입도 없다. 사람을 닮았지만 사람이 아닌 존재, 이른바 ‘인외(人外) 캐릭터’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가로등 신사' 베스퍼와 '촛대 숙녀' 캔드라(왼쪽), 베스퍼가 '다크 판타지 퍼레이드' 중에 손하트를 하고 있다. ⓒ롯데월드 엑스 계정
화제의 주인공은 롯데월드가 자체 제작한 '가로등 신사' 베스퍼와 '촛대 숙녀' 캔드라다. 이들이 등장하는 '다크 판타지 퍼레이드'는 지난 12일 막을 올렸다. 오는 11월15일까지 어드벤처 1층 퍼레이드 코스에서 매일 오후 8시20분 펼쳐진다.
특히 베스퍼를 향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롯데월드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지난 16일 올라온 베스퍼 영상은 30일 기준 조회수 1580만 회를 기록했다.
2m 안팎의 큰 키를 자랑하는 베스퍼와 교감하려는 관객들도 줄을 이었다. SNS에는 베스퍼와 손하트를 만들거나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등 가로등 신사와의 만남을 인증하는 사진과 영상이 잇따라 올라왔다. 얼굴도 표정도 없지만, 손짓 하나에 화답하며 베스퍼와 교감하는 모습 자체가 또 하나의 즐길 거리가 된 셈이다.
롯데월드 다크 판타지 퍼레이드에 나오는 거대 장미 로젤과 촛대 숙녀 캔드라(왼쪽), 롯데월드 '다크 판타지 퍼레이드'의 모습 ⓒ롯데월드 엑스 계정
이처럼 인간이 아닌 존재에 매력을 느끼는 취향을 온라인에서는 '인외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외(人外)'와 '콤플렉스(complex)'를 합친 말로, 인간이 아니거나 인간과 다른 외형을 지닌 캐릭터에 끌리는 취향을 뜻한다. 괴물이나 악마, 수인, 로봇은 물론 사물을 사람처럼 표현한 캐릭터까지 그 범위도 다양하다.
베스퍼 역시 사람의 몸에 가로등 형태의 머리를 얹은 전형적 인외 캐릭터다. 눈도, 코도, 입도 없어 표정을 지을 수 없지만 고개를 기울이는 각도와 손짓, 몸짓만으로 감정을 드러낸다. 얼굴이 없으니 표정을 읽을 수 없고, 역설적으로 그 빈자리를 보는 사람이 상상으로 채운다. 베스퍼를 향한 관심에는 이런 인외 캐릭터 특유의 매력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북119안전체험관은 28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소화기 신사 영상을 올렸다. ⓒ전북119안전체험관 인스타그램 계정
한편 베스퍼의 인기는 다른 기관의 인외 캐릭터 패러디까지 낳고 있다. 전북119안전체험관은 28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롯데월드엔 가로등 신사, 체험관엔 소화기 신사"라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 속 신사는 소방대원 차림이었지만, 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는 빨간 소화기가 떡하니 얹혀 있었다.
체험관은 '인외콤' 유행을 소화기 사용법 홍보로도 재치 있게 연결했다. 체험관 쪽은 "대세는 롯데월드 가로등 신사? 아닙니다. 체험관 소화기 신사"라며 "소화기 신사를 영접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소화기 사용법"이라고 강조했다.
얼굴도 표정도 없는 '가로등 신사’의 매력이 놀이공원을 넘어, 이제는 '소화기 신사'라는 뜻밖의 변주로 이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