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보통 블라인드펀드를 만들고 외부 출자자(LP) 자금을 모은 뒤 투자에 나선다. 한투PE는 여기에 더해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자체 자본을 투자 재원으로 직접 끌어오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구조의 핵심은 펀드레이징 일정에 매이지 않고 조 단위 자금을 바로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대형 운용사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AI 인프라 자산을 빠르게 사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과의 속도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가 1조 원 규모의 '그룹 고유자본 투자 플랫폼'을 만든다. ⓒ한투PE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금융그룹의 PEF 운용사인 한투PE는 28일 1조 원 규모의 '그룹 고유자본 투자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재원은 그룹 고유자금과 한투PE의 GP 커밋(무한책임사원 출자)이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운용자산은 올해 6월 말 기준 약 607조 원이다.
플랫폼의 주요 투자 대상은 AI 전환에 필요한 디지털·에너지 실물 인프라다. AI 전용 데이터센터(AIDC)와 대규모 전력·발전 설비, 에너지 저장장치(ESS), 초고속 통신망 등이 포함된다. 한투PE는 플랫폼을 그룹 차원의 전략적 투자 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투PE는 국내 대형 인프라 관련 거래에서 실적을 쌓아왔다. 올해 6월에는 SK울산GPS와 SK멀티유틸리티 지분 49%를 1조5952억 원에 인수했다. 2025년에는 1조1천억 원 규모의 한화에너지 지분 투자에 대표 투자자로 참여했다. 2023년에는 SK온의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에 성장자금을 공급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브룩필드, KKR, 블랙스톤 등 대체투자 운용사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생성형 AI가 확산하면서 데이터센터, 냉각 시설, 독립 전력망 등에 대규모 설비투자(CAPEX) 수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고금리와 설비투자 부담이 겹치면서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 간 협업의 비중도 커졌다.
한투PE는 SK, 한화 등 대기업과 함께한 거래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별 맞춤형 구조를 제공할 방침을 세웠다. 기업의 사업 역량에 그룹의 자본력과 금융 구조화 역량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국가 전략 인프라 자산에 대한 국내 자본의 지배력을 지키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한국투자금융그룹 관계자는 "그룹 고유자본을 활용한 투자 플랫폼은 조 단위 자금을 앞세운 글로벌 대형 운용사들에 맞설 토종 대항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핵심 인프라 투자 영역에서 신속하게 자금을 집행하며 한투PE의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