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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 오후 윤기형 감독이 자신의 다큐 <보는 것을 사랑한다>를 상영 중인 인천 중구 경동 애관극장 앞에서 영화 제작 동기를 설명하고 있다. 오승훈 기자
지난 10월 29일 오후 윤기형 감독이 자신의 다큐 <보는 것을 사랑한다>를 상영 중인 인천 중구 경동 애관극장 앞에서 영화 제작 동기를 설명하고 있다. 오승훈 기자 ⓒ한겨레

“한국 최초의 극장인 인천 애관극장 이야기를 애관극장에서 보는 건 특별한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애관극장이 존속하는 데 제 영화가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시 중구 경동에 위치한 애관극장에서 만난 윤기형 감독은, 전날 개봉한 자신의 다큐 <보는 것을 사랑한다>가 애관극장에서 상영되는 것에 감격해 하면서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 극장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듯 보였다. <보는 것을 사랑한다>는 애관극장의 어제와 오늘을 역사 자료와 관련자 100여명의 인터뷰로 기록한 다큐영화다. 제목은 애관(愛館)이라는 명칭에서 ‘집 관’자를 ‘볼 관’(觀)자로 바꿔 따왔다.

1895년 인천 경동 ‘협률사’에서 유래
1921년 ‘애관극장’으로 이름 바뀌어
6년간 100년 역사·100여명 인터뷰
봉준호 감독·박정자 배우 등 출연
‘보는 것을 사랑한다’ 애관에서 개봉
“인천시 매입해 철거 위기 막았으면”

지난 10월 29일 오후 윤기형 감독이 100년 애환이 서린 애관극장의 외관을 바라보고 있다. 오승훈 기자
지난 10월 29일 오후 윤기형 감독이 100년 애환이 서린 애관극장의 외관을 바라보고 있다. 오승훈 기자 ⓒ한겨레
보기 드문 2층 규모의 애관극장 1관의 내부 모습.
보기 드문 2층 규모의 애관극장 1관의 내부 모습.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인천 애관극장의 역사는 개항기인 1895년 정치국이라는 조선인이 세운 최초의 극장 협률사(協律舍)에서 유래한다. 다큐에서, 지역 사학자들은 애관극장이 1902년 고종 황실에서 서울 정동의 야주현에 세운 개화기 대표적 서양식 극장 협률사(協律社)와 한글 명칭은 같지만, 7년이나 먼저 설립됐다고 말한다. 현대적 의미의 극장인 단성사보다 12년이나 앞선 시점에 세워진 애관극장은, 1911년 협률사에서 축항사(築港舍)로 이름이 바뀐 뒤 1921년 홍사헌이라는 지역 인사가 인수하면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짧게 잡아도 100년이라는 세월이다.

“애관극장이 대한민국 최초의 극장이라는 사실을 6년 전에 우연히 알았어요. 인천에서 나고 자랐는데도 모르고 있었죠. 듣자마자 다큐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윤 감독은 그러나 제작 과정이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한국 최초의 극장이라는 점을 굳이 내세우고 싶어하지 않았던 애관극장 쪽에서 다큐 제작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6개월의 설득 끝에 승낙을 받아냈는데 ‘애관극장 대표 인터뷰 불가’, ‘최소한의 인력으로 촬영할 것’ 등 2가지 조건이 붙었어요. 어렵게 촬영에 들어갔지만 관련 자료를 찾는 일과 애관극장에 관해 얘기해줄 인터뷰 대상자를 섭외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죠.”

그렇게 6년여의 제작 기간을 거쳐 만들어낸 <보는 것을 사랑한다>는, 사진·신문 등 역사 자료를 바탕으로 배우 최불암부터 박정자까지, 지역사 연구자들부터 시민들까지 애관극장을 추억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특히 <기생충>(2019)으로 세계적 거장이 된 봉준호 감독은 바쁜 일정에도 흔쾌히 다큐에 출연했다. “극장에 대한 애정이 많은 분이시기도 하고, 2017년 <옥자> 개봉 때 봉 감독님이 애관극장을 왔던 적이 있거든요. 유년시절 대구 옛 극장들의 추억을 말하며 애관극장이 계속 존속하길 바란다고 해주셨어요. 감사하죠.”

다큐 <보는 것을 사랑한다>에서 애관극장과의 인연을 밝히고 있는 봉준호 감독.
다큐 <보는 것을 사랑한다>에서 애관극장과의 인연을 밝히고 있는 봉준호 감독.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다큐 <보는 것을 사랑한다>에서 애관극장과 인연을 밝히고 있는 배우 박정자.
다큐 <보는 것을 사랑한다>에서 애관극장과 인연을 밝히고 있는 배우 박정자.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현역 광고감독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국 최초의 길고양이 다큐 <고양이 춤>(2011)을 연출한 윤 감독 자신에게도, 애관극장은 유년시절의 기억이 서린 애틋한 공간이다. “제가 애관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는 중2 때 단체관람한 <007 문레이커>였어요. 베드신도 나오는데 어떻게 단체관람을 했는지 의아하죠.(웃음)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아버지와 제 아들까지 3대가 본 <인천상륙작전>이었어요.”

다큐는 비단 애관극장만이 아닌 인천 지역 옛 극장들의 흔적과 추억을 더듬으며, 이제는 사라져버린 극장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지금의 멀티플렉스와 예전 극장은 차원이 다르죠. 유일한 문화생활이 영화였던 시대에 서민들을 웃기고 울린 소중한 공간이잖아요. 영화를 본 주변의 반응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여태껏 남의 얘기만 상영했던 애관극장이 이제 자신의 얘기를 하게 됐다’는 것과 ‘이제는 사라진 옛 극장들이 떠올랐다’는 거였어요. 이 영화를 통해 자신만의 애관극장이 떠오르면 좋겠네요.”

그러나 추억만 하기에 애관극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지역 건설사가 매입 의사를 비치자 지역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애관극장 살리기운동이 펼쳐졌고, 이에 인천시가 매입에 나섰지만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11월중에 인천시가 매입 관련 발표를 한다고 하는데, 부디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랍니다. 한국 최초 극장이 사라지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요. 제 다큐를 애관극장에서 장기 상영하고 싶은데, 극장이 살아남아서 그렇게 되길 바랄 뿐입니다.”

인천/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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