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이 3주 째 접어들면서 애초 예상과 달리 장기화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완전 항복'이라는 군사적 결말이 아니라 외교적 해법을 마련할 가능성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허프포스트코리아는 이 시점에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USC) 로버트 쿠비넥(Robert Kubinec) 정치학과 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해 이란전쟁과 관련된 논점들을 짚어봤다.
로버트 쿠비넥 교수는 이란 전쟁 발발 직후 공습 배경과 향후 시나리오를 명쾌하게 해설해 주목을 받은 학자다.
<쿠비넥 교수> "헌법상 전쟁 선포 권한은 의회에만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들은 수십 년에 걸쳐, 특히 공습과 같은 사안에서 사전 의회 승인 없이 독자적인 군사행동을 취해왔습니다. 전쟁권한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비상 상황 발생 시 최대 60일간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으며, 역대 대통령들은 이 조항을 공습 및 제한적 군사 배치를 허용하는 근거로 폭넓게 해석해왔습니다. 이번 사안에서는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를 장악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반대하지 않았으며, 의회 지도부의 지지가 유지되는 한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최소 한 달은 이 분쟁을 지속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전쟁권한법(War Powers Resolution)이란 과거 베트남 전쟁에서 대통령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진 것에 대한 반성으로 1973년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이 군사력을 행사하 수 있는 기간을 '60일'로 제한한 법률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군사행동 개시 뒤 48시간 이내에 의회에 보고해야 하고, 60일 이내에 의회 승인이나 전쟁선포가 없으면 병력을 철수해야 한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에서는 3월4일과 5일 미국 상·하원에서 각각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권한을 제한하려는 결의안이 상정됐지만 부결된 바 있다.
<쿠비넥 교수> "미국은 2000년대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 빠진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이라크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훨씬 단기적인 작전으로 구상되었던 전쟁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의회 내 동맹 세력은 이 선례를 잘 알고 있으며, 그 때문에 장기적 개입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지상군 투입을 피하려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란에서의 정권 교체를 위해 지상군이 투입된다면 전쟁이 장기 교착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현재 미 국방부가 해병대 분견대를 해당 지역에 파견하긴 했지만, 이란에 지상군을 주둔시키려는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2003년 3월 20일 시작된 이라크 전쟁의 초기 침공 작전(Operation Iraqi Freedom)은 약 한 달 만에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켰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3년 5월1일 '주요 전투 작전 종료'를 선언했지만, 이후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과 시아파 민병대의 저항이 이어지며 전쟁은 수렁에 빠졌다. 미군이 완전히 철수한 것은 2011년 12월18일로, 결국 미국은 한 달이 아닌 약 9년에 걸친 전쟁을 치뤄야 했다.
<쿠비넥 교수> "이번 전쟁은 이미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약 40%에 머물 정도로 찬성 여론이 저조합니다. 따라서 대규모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고 유가 상승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이미 지지율이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하락폭이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전쟁이 완전한 성공으로 끝났다면 트럼프의 지지 기반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지만, 이미 정치적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하방 위험 역시 그리 크지 않은 편입니다. 이런 점에서 대규모 정치적 재편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이 않아 보입니다."
2026년 2월 말~3월 초 실시된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이란전쟁에 대한 지지는 소수에 그친 바 있다. 미국 매체 CNN과 여론조사업체 SSRS의 3월1일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9%가 이란전쟁에 반대 입장을, 41%가 찬성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반적 국정 지지율도 이란 전쟁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NBC 뉴스와 폭스 뉴스, 로이터 등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6~44% 범위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쿠비넥 교수> "공화당은 이미 미국의 군사행동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며, 이란 최고지도자 제거를 핵심 전쟁 목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공화당이 과거에 대외 전쟁을 자주 비판해왔다는 점, 그리고 이번 군사작전이 대통령의 기대만큼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이 미국의 군사적 행동에 대한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지지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과정에서 '해외 전쟁 종식'을 슬로건을 내건 바 있고, 이라크 전쟁을 두고 '역대 최악의 실수'라고 반복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여당인 공화당은 이번 이란전쟁을 벌이면서 기존의 비개입주의적 기조와 모순되는 행동을 보였다.
<쿠비넥 교수>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 전쟁에는 뚜렷한 프레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 전쟁은 국민과 의회에 사전 통보도 거의 없이 개시되었고, 의사결정은 트럼프 측근들로 이루어진 내부 핵심 그룹에 집중되어 있어 외부에서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 결과 미국 국민의 다수가 이 전쟁에 반대하고 있으며, 지지는 트럼프 핵심 지지층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9·11 테러사태는 2001년 9월11일 알카에다 테러조직 소속 19명이 미국 민항기들을 납치해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미국 국방부 펜타곤에 자살충돌시킨 테러를 말한다. 이 테러로 약 3천 명 가까운 사람이 사망했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은 9·11 테러사건과 같은 법적 서사적 프레임 자체가 없이 개전이 이뤄졌다. '이란이 미국을 공격했다'는 명확한 개전 이유도 없었으며, 쿠비넥 교수가 지적하는 것처럼 의사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소수그룹에 집중돼 있어 전쟁의 목표와 출구전략이 불명확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쿠비넥 교수> "이번 전쟁은 미국이 동맹국들과의 조율 없이 독자적으로 군사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많은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히 짚고 싶은 것은,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상당히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번 전쟁 역시 마찬가지라는 점입니다. 현 행정부의 행동과 미국 국민의 장기적 이익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국민의 이익은 한국을 비롯한 핵심 동맹국들의 이익과 훨씬 더 긴밀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로버트 쿠비넥 교수는 2024년부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다. 위튼 칼리지 위튼 칼리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고, 그 뒤 조지워싱턴 대학교에서 중동학으로 석사를 받았다. 박사 학위는 버지니아대학교 정치학과에서 2018년에 마쳤으며, 졸업 뒤에는 프린스턴대학교 글로벌화·거버넌스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학자(Postdoctoral Research Scholar)로 연구에 매진했다.
학계에 입문하기 전에는 미국 국무부 외교관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다란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서 부영사(Vice Consul)를 역임했다. 비교정치·중동 정치경제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주요 저서 'Making Democracy Safe for Business : Corporate Politics During the Arab Uprisings'는 '아랍의 봄'의 정치적 결과에 저명한 기업인들이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것이다.
연재기사
인기기사
- 1 이재명 대통령 요청 3주 만에 송환된 박왕열이 한국 오자마자 뱉은 살벌한 7글자 : 살인 예고 날리던 짬바 어디 안 갔다
- 2 민주당 박주민 “도이치모터스 후원 행사 참석 정원오, 민주당 DNA 부족한 것 아닌가”
- 3 '왜 깨워' 한 중학교서 학생이 동급생 2명에게 칼을 휘둘렀다 : 사정을 들어보니 마냥 비난 못하겠다
- 4 BTS ‘아리랑’ 크레딧에 진 혼자 이름 쏙 빠진 진짜 이유 : 세상 솔직한 표정에 정국이 보인 반응은 씬스틸러 그 자체다
- 5 LG전자 사외이사 출신 첫 이사회 의장으로 강수진 교수 선임 :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독특한 인연'
- 6 한국형 전투기 KF-21 조종석에 앉은 '여군 최초' 정다정 소령 : 하늘의 유리천장 부쉈다
- 7 위키드 동료 배우와 불륜 논란 터진 아리아나 그란데 : 하늘이 도운 결별설에 직접 밝힌 근황은 그냥 헛웃음만 난다
- 8 한동훈이 국힘 장동혁의 '서울·부산 승리 선방론' 공격했다, "6.25 때 나머지 다 뺏겨도 된다는 소리"
- 9 '마약왕' 박왕열 국내로 압송,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하고 딱 22일 걸렸다
- 10 "따뜻한 봄, 아버지가 됐다" 곽튜브가 올린 아들 사진 : 구독자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최신기사
-
씨저널&경제 LG생활건강 이선주 '브랜드별 책임경영' 효과 나타난다 : 헤어케어 '닥터그루트' 북미 뷰티 시장 온·오프 확장세포라에 입점한다
-
씨저널&경제 일동홀딩스 신임 대표에 최규환 사장 선임 : 영업·마케팅·경영지원 분야 전문가전임 박대창 회장은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
씨저널&경제 SK그룹 최태원 '깁스'에 서명 남긴 빅테크 거물 리스트 : 젠슨 황, 마크 저커버그, 순다르 피차이, 손정의SK와 글로벌 빅테크의 AI 동맹
-
글로벌 백악관 SNS 계정에 올라온 정체불명의 영상 : 누군가 "금방 발사되는 거죠?"라고 말하고 있었다백악관은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던 걸까
-
엔터테인먼트 국힘 ‘청년 오디션’ 심사위원 맡는다는 이혁재 : 공개 '극우 선언'에 여러 사생활 논란은 어디 갔나그나마 논란이 적은 건가
-
글로벌 백악관 입이 거칠어진다 "지옥 준비" : 종전협상에 조급하다는 방증으로 보인다전쟁은 시작보다 끝내는 게 더 어렵다
-
씨저널&경제 양종희 진옥동 '주주환원' 승부수 주총에서 구체화됐다 : 신한금융 9.9조 KB금융 7.5조 '비과세 배당'에 쓴다'감액 배당'에 쓰이는 돈을 확보했다
-
보이스 [허프 생각] 'AI 버블'의 진위를 누가 검증하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베팅급 투자'를 응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엔비디아를 포함해 주요 AI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발표를 앞두고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 이른바 'AI 버블(거품론)'이 실제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에 관한 수익성 의문이 제기되고 다
-
씨저널&경제 종근당 이장한·김영주의 '믿는 구석' 연구개발? 최근 영업이익 급락 'R&D 비용 탓' 돌렸지만 5대 제약사 중 하위권혁신 신약 기업으로 전환을 꿈꾸고 있다
-
뉴스&이슈 정청래와 김부겸의 '공개 회동', 정청래 “무엇이든 다 해드린다” 김부겸 “피하기 힘들겠다”두 동네 공천, 다른 풍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