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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7월 21일 11시 43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9월 20일 14시 12분 KST

김영란법의 쟁점

대법관 출신의 국민권익위원장이었던 김영란씨가 입법을 주도했다고 해서 '김영란법'이라고도 불리는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인연(因緣)을 강조하는 한국사회에서 학연, 지연, 혈연 등을 매개로 하는 부정한 청탁이 만연되어 있고, 이러한 청탁과정에서 어두운 금품이 오고가며 실제로 공적 의사결정에 이러한 청탁이 영향력을 미쳐왔던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불행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제시된 법률안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오히려 낯설다.

한겨레

대법관 출신의 국민권익위원장이었던 김영란씨가 입법을 주도했다고 해서 '김영란법'이라고도 불리는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인연(因緣)을 강조하는 한국사회에서 학연, 지연, 혈연 등을 매개로 하는 부정한 청탁이 만연되어 있고, 이러한 청탁과정에서 어두운 금품이 오고가며 실제로 공적 의사결정에 이러한 청탁이 영향력을 미쳐왔던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불행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제시된 법률안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오히려 낯설다.

무엇보다도 '부정청탁'이라는 개념이 모호하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하지만 부정청탁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렇게 모호한 개념일지는 의문스럽다. 공직자의 직무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공정성'이다. 이러한 공정성을 깨뜨리면서 공직자로 하여금 불법을 저지르게 하고, 공직자가 자신의 지위나 권한을 남용하도록 요구하는 청탁이 부정청탁이다. 이미 공직자윤리법에서도 부정청탁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 이를 금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일정한 액수를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와 그 가족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다. 2012년에 입법예고된 원안에서는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과 상관없이 공직자가 금품을 수수하면 원칙적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2013년에 수정된 정부안에서는 적어도 직무관련성이 있는 금품수수만이 처벌되도록 내용이 바뀌었다. 어쨌든 종래에 형법상 뇌물죄에 따라 '대가성(代價性)'이 있는 금품수수만이 처벌되었지만 이제는 대가성에 대한 입증 없이도 직무관련성만 입증되면 처벌될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변호사가 사적인 관계에 있는 검사에게 고급승용차를 제공한 행위는 대가성에 대한 입증 없이도 변호사와 검사의 직무관련성만 입증되면 처벌이 가능하게 된다. 이른바 '스폰서'가 되어 평소에 수시로 공직자에게 금품이나 접대 또는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일정한 시점에서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유리한 결정을 받아내기 위한 보험의 의도가 숨어있다는 점에서 직무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하거나 아예 직무관련성 요건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한편 공직자의 가족이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에 대해서 처벌한다면 '연좌제'를 금지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자신의 행위가 아니라 친족의 행위를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금지하는 연좌제금지는 단순히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할 뿐, 가족이라는 관계가 '의미있는 관계'로 작동한 경우에 불이익을 주는 것까지 금지하지는 않는다. 누군가 공직자의 가족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이 그가 공직자의 가족이기 때문이라면 공직자와 그 가족 사이에는 의미있는 관계가 존재한다. 실제로 부정한 청탁은 공직자 본인에게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 가족을 매개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다만 공직자의 가족도 평소에 친분이 있는 지인으로부터 부조나 선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경우에만 예외를 인정하면 충분하다.

공직자가 자신이나 가족 또는 자신과 관련된 단체가 상대방이 되는 직무의 수행에서 배제되는 부분도 반론이 제기된다. 공직자도 인간인 이상 자신이나 가족 또는 자신과 관련된 단체가 상대방이 되는 직무의 수행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이른바 '사적 이해관계'가 개입되어 공정한 직무의 수행에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직자를 그 직무에서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한 공정한 직무수행에 방해를 받을 것이 명백한 특정한 사안에 대해서만 일시적으로 직무에서 배제한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같은 맥락에서 공직자가 되기 전에 일했던 민간기관이 상대방이 되는 인허가 업무와 같은 직무의 수행에서 일정 기간 동안 배제되는 것도 공정한 직무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조치라고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공직자나 그 가족이 공직자가 수행하는 직무의 상대방으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그 사람과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에 대해서 제한하는 내용도 '계약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지만 돈거래나 계약을 하는 당사자 사이의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또한 고위공직자나 인사담당자의 가족이 소속기관에 채용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그러나 고위공직자나 인사담당자는 소속기관의 직원채용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그 가족이 소속기관의 직원채용에 지원하는 경우에 공정한 채용절차가 진행되기 어렵다. 따라서 공개채용절차가 아니라면 그 가족의 채용은 금지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최근에 사용하여 익숙해진 말 가운데 '적폐(積弊')'라는 말이 있다. 이러한 적폐의 뿌리는 대부분 부정한 청탁, 공직자와 그 가족의 금품수수, 그리고 공적 의사결정에서 사적 이해관계의 개입에 있다. 따라서 진심으로 과거의 적폐를 뿌리 뽑고자 한다면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및 이해충돌방지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김영란법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