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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02일 06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8월 02일 14시 12분 KST

전관예우

점심을 먹다가 국무총리 후보자에서 사퇴한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에 대한 논쟁이 붙었다.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주장이 '전관예우'의 논쟁에 불을 댕겼다. 대법관이 될 수 있을 정도면 법조인 중에서도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고, 대법관 업무를 수행하면서 다른 변호사보다 탁월한 경험을 갖추었기 때문에 그 정도의 보수를 받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요지였다. 법조 시장에서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많으니 가격(수임료)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시장의 원리까지 동원되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긴 한데 뭔가 찜찜한 구석이 남아 있다.

연합뉴스

점심을 먹다가 국무총리 후보자에서 사퇴한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에 대한 논쟁이 붙었다.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주장이 '전관예우'의 논쟁에 불을 댕겼다. 대법관이 될 수 있을 정도면 법조인 중에서도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고, 대법관 업무를 수행하면서 다른 변호사보다 탁월한 경험을 갖추었기 때문에 그 정도의 보수를 받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요지였다. 심지어 그렇게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그동안 공직인 대법관으로 봉직하며 그에 합당한 보수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논리까지 추가되었다. 법조 시장에서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많으니 가격(수임료)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시장의 원리까지 동원되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긴 한데 뭔가 찜찜한 구석이 남아 있다.

그동안 언론에는 대법관 퇴임 후에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은 조무제 변호사나 김능환 변호사의 이야기가 미담(美談)으로 보도되었다. 대법관 출신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은 것을 미담으로 여길 정도면 대법관 튀임 후에 변호사로 개업하는 것은 특별히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안대희 변호사의 경우 한 달에 3억의 수입을 올렸다고 하니 지금까지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들이 대부분 그 정도의 수입을 올렸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대법관 자리에 아무나 오르는 것은 아니니까 그들의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 대법관으로 활동하며 얻은 경험도 다른 변호사와 비교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미국에서처럼 대법관이 종신직이 아니라 한국에서는 대법관의 임기가 정해져 있으므로 퇴임 후에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 그것이 헌법상 직업의 자유로 보장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 능력이 많은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많고, 그에 따라 능력 있는 변호사가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법조 시장의 현실에 대해서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가 올리는 수입이 적정한지, 그들의 수입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뭔가 개운치 않고, 부당하다는 생각도 든다. 일단 대법관 숫자는 매우 제한적이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6년에 14명만이 대법관이 될 수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법조 시장에 배출되는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가 희소하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의 원리에 의하면 수임료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애초에 형성되어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한데 공급, 즉 대법관 숫자를 증원하여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 배출을 증대시키면 수임료가 내려갈 수 있지만 많은 법조인들, 특히 판사들은 대법관 숫자의 증원에 반대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법관 숫자가 늘어나면 권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더욱이 대법관은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면 사법연수원 기수(期數)에 따라 임명되므로 대법관이 퇴임하고 변호사로 개업하여 법정에 가면 판사나 검사는 대부분 그들의 후배 기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심지어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는 과거에 그들이 상급자로 모시던 사람들이다.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에서 판사나 검사가 선배이거나 상급자였던 그들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릴 수 없고, 심지어 유리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아무리 능력과 경험이 풍부한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라고 해도 시장에서 그들의 수입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적정한 수임료 이상의 부당한 프리미엄이 개입되어 있다는 증거다.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제한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가 자신의 능력과 경험 이상으로 수사나 기소 또는 재판 과정에서 유리한 결정을 받아낼 수 있다는 점은 반대편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공평하지 않다는 문제점을 발생시킨다. 공정과 형평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하는 사법절차에서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가 대리한 당사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해지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 당사자에게 불리해지는 것을 의미하므로 사법절차의 공정과 형평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활동에는 제한이 필요하다. 스스로 자제하면 될 일이지 굳이 외부적 개입이 필요한지에 대하여 의구심을 갖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전관예우의 특혜를 스스로 거부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대법관이라는 공직에 봉사한 것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면 퇴임 후에 적정한 연금을 제공하면 될 일이다. 그 정도의 연금으로는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서 수십억에 이르는 수입을 올리는 다른 변호사와 비교하여 턱없이 부족하다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여기서 대법관이 되고자 하는 법조인들의 실존적 선택이 요구된다. 수입은 충분하지 않지만 공직인 대법관으로서 살 것인지, 수입이 많은 변호사로서 살 것인지의 선택 말이다. 공직의 명예와 변호사의 부를 동시에 갖고자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