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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 29일 11시 46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6월 29일 14시 12분 KST

반칙의 관행, 불법의 평등

세월호 참사의 경우에도 반칙의 관행이 고리처럼 연결되어 있다. 돌아오는 대답도 한결같이 천편일률적이다. 우리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 그렇게 하는데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는가. 헌법이 보장하는 "법 앞에 평등"은 합법의 평등이지 불법의 평등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가 법을 준수했으니 다른 사람도 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평등이지 다른 사람이 법을 준수하지 않으니까 나도 법을 준수하지 않겠다고 주장할 수 있는 평등이 아니다.

연합뉴스

아파트 정문 앞에 위치한 신호등. 아파트 주민들은 평소에 이 신호등에 관계없이 운전을 한다. 빨간불이 켜져 있어도 차가 없는지 확인하고 그냥 지나간다. 녹색신호등에 횡단보도를 지나가던 사람들과 언쟁이 붙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궁색한 변명이 돌아온다. 여기 사는 사람들 다 그래요. 왜 나만 가지고 그래요.

아파트 근처에 대형 교회가 있다. 일요일마다 교회를 찾는 사람들로 교통체증이 반복된다. 작은 주차장 때문인지 도로변에 불법주차한 차량들도 다수 발견된다. 조금 떨어진 곳에 큰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만 사람들은 편한 도로변을 자주 이용한다. 주차단속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항변한다. 왜 다른 차들은 단속하지 않고 나만 단속하느냐고.

어떤 사람이 반칙을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도 규칙을 지키다가는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 반칙을 시도하게 된다. 이렇게 반칙이 반복되어 만연되면 관행이 되고, 관행을 근거로 사람들은 불법을 내면에 합리화하게 된다. 어느새 불법이 합법이 되고, 반칙을 저질러도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게 된다. 반칙을 저지르고 단속을 받게 되면 '불법의 평등'을 주장한다. 다른 사람들의 반칙을 모두 단속하지 않으려면 나도 단속하지 말라고.

세월호 참사의 경우에도 승객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궂은 날씨와 상관없이 운항하는 관행, 과적하면서도 비용 때문에 화물을 결박하지 않는 관행, 엄밀한 검사를 생략한 채 문제가 있는 선박에 대한 안전검사에서도 양호하다고 판정해주는 관행, 선박의 운항과 안전을 감독하는 기관에 전직 해양수산부 관료와 해양경찰청 간부가 임원으로 임용되어 선박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하는 관행, 선박안전검사기관이나 선박운항관리기관에 대한 감독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정부의 관행, 관할지역에 진입하고도 관제센터에 보고하지 않고 보고하지 않은 선박을 호출하지 않는 관행과 같이 반칙의 관행이 고리처럼 연결되어 있다. 돌아오는 대답도 한결같이 천편일률적이다. 우리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 그렇게 하는데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는가.

헌법이 보장하는 "법 앞에 평등"은 합법의 평등이지 불법의 평등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가 법을 준수했으니 다른 사람도 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평등이지 다른 사람이 법을 준수하지 않으니까 나도 법을 준수하지 않겠다고 주장할 수 있는 평등이 아니다. 물론 그동안 법을 평등하게 적용하고 집행하지 않은 정부에도 문제가 있다. 힘을 가진 사람들에게 법을 평등하게 적용하고 집행하지 않다 보니 법을 준수하는 것이 손해라는 의식이 평범한 일반국민에게 내면화되었는지 모른다. 명백하게 정의에 반하는 법에 대해서는 '시민불복종'이라 불리는 반칙의 저항을 통해 그와 같은 법을 제거할 필요가 있겠지만 법이 명백하게 정의에 반하지도 않는데 반칙의 관행이 생기는 것은 불법에 대한 단속과 제재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반칙의 관행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칙에 대한 엄단이 요구된다. 반칙한 사람들이 감히 불법의 평등을 주장하지 못하도록 엄정한 법적용이 필요하다. 또 다시 세월호와 같은 불행한 대형참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선장과 선원들, 선사와 실제 소유주, 선박에 대한 안전검사를 담당하는 기관, 선박의 운항을 관리ㆍ감독하는 기관, 선박안전검사기관과 선박운항관리기관에 대한 감독권을 가진 정부부처, 해상사고의 처리를 담당하는 해상관제기관과 해양경찰청에 대한 법적 책임을 단호하게 물어야 한다. 특히 선사의 관리책임을 물어 피해자에게 충분한 손해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사의 실제 소유주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내역을 엄밀하게 추적하여 은닉되는 재산이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 반칙한 자들에게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어 처벌할 것은 처벌하고 배상할 것은 배상하도록 하는 것만이 애초에 반칙의 관행이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하여 불법의 평등을 주장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더 이상 이 땅에 불행한 대형사고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