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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27일 06시 17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28일 14시 12분 KST

헌법재판에서 변호사 강제주의의 목적

뉴스1

헌법재판소 제9차 변론기일에서 1월 31일 퇴임을 앞둔 박한철 소장은 탄핵심판의 최종 선고가 내려져야 할 데드라인으로 3월 13일을 제시했다. 이 날은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 예정일로 두 명의 재판관이 퇴임하여 결원이 생기면 7명의 재판관이 탄핵심판을 수행함으로써 결정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즉각 재판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변호사 전원이 사퇴(사임)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헌법재판소법(헌재법)에 규정된 이른바 '변호사 강제주의'를 볼모로 재판을 지연시키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변호사 강제주의는 헌법재판의 당사자가 사인인 경우에 반드시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야만 한다는 원칙을 뜻하는데 이 원칙에 따르면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않으면 심판을 청구할 수도 없고 수행할 수도 없다. 문제가 된 변호사 강제주의는 헌법재판소법 제25조 제3항에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다. "각종 심판절차에서 당사자인 사인(私人)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아니하면 심판청구를 하거나 심판 수행을 하지 못한다. 다만, 그가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조항에서 말하는 "각종 심판절차"는 헌법재판소가 권한을 가진 위헌법률심판, 헌법소원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을 의미한다. 따라서 탄핵심판절차에도 원칙적으로 변호사 강제주의가 적용된다.

한편 "사인"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개인이나 단체를 의미하므로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만이 당사자가 되는 권한쟁의심판을 제외하고 나머지 심판절차에서 당사자는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야만 한다. 대통령은 사인이 아니라 국가기관이므로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면 대통령 이외에 탄핵의 대상인 국무총리도 국가기관이므로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가 된다. 하지만 탄핵의 대상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처럼 국가기관이면 탄핵심판절차에서 변호사 강제주의가 적용되지 않고, 장관 등의 공무원이면 탄핵심판절차에서 변호사 강제주의가 적용된다는 다소 이상한 결론이 도출된다. 이것은 국가기관과 거기에 소속된 공무원을 혼동한 것으로 대통령은 독임제 국가기관으로 탄핵심판에서 당사자는 국가기관인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공무원으로서 사인인 대통령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통령도 원칙적으로 탄핵심판에서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야 한다.

변호사 강제주의는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않으면 헌법재판을 청구하거나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므로 헌법상 보장된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제27조 제1항)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심지어 헌법전문가인 헌법학자(교수)조차도 변호사 자격이 없으면 헌법재판을 청구하거나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므로 상식적으로 볼 때 상당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어쨌든 헌법재판소는 일관되게 변호사 강제주의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가 변호사 강제주의의 기능으로 이해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다.

"첫째, 법률지식이 불충분한 당사자가 스스로 심판을 청구하여 이를 수행할 경우 헌법재판에 특유한 절차적 요건을 흠결하거나 전문적인 주장과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여, 침해된 기본권의 구제에 실패할 위험이 있다. 변호사 강제주의는 이러한 위험을 제거하거나 감소시켜 기본권의 침해에 대한 구제를 보장한다. 둘째, 변호사는 한편으로는 당사자를 설득하여 승소의 가망이 없는 헌법재판의 청구를 자제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헌법재판에서의 주장과 자료를 정리, 개발하고 객관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로써 재판소와 관계 당사자 모두가 시간, 노력,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이렇게 하여 여축된 시간과 노력 등이 헌법재판의 질적 향상에 투입되게 된다. 셋째, 변호사는 헌법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감시하는 역할도 수행하는바, 이는 국가사법의 민주적 운영에 기여한다."(헌재 2010. 3. 25. 2008헌마439)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세 가지 기능을 헌법재판이 추구하는 공공복리의 측면에서 이해한다. 다시 말해 변호사 강제주의는 기본권의 구제, 헌법재판의 질적 향상, 사법의 민주성이라는 공공복리의 관점에서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변호사 강제주의의 이러한 공공복리적 기능들은 전체적으로 보면 주로 국민의 기본권침해를 구제받는 절차인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 요구되기 때문에 다른 심판절차에서는 변호사 강제주의가 적용될 필요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헌법재판의 질적 향상이나 사법의 민주성이라는 기능은 다른 심판절차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헌법재판소가 변호사 강제주의의 기능으로 지칭한 변호사 강제주의의 목적을 전반적으로 고려할 때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대리인단 변호사들이 전원 사퇴할 때도 변호사 강제주의가 그대로 적용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탄핵결정으로 인한 파면의 효과를 연기시키기 위해 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가 명백한 경우에는 변호사 강제주의의 적용이 배제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헌재법 제25조 제3항의 문구를 보더라도 당사자가 변호사 없이 심판의 청구와 수행을 할 수 없다는 의미이지 당사자의 대리인인 변호사가 의도적으로 사퇴해서 심판이 지연될 때 헌법재판소가 전혀 심판을 진행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금까지 대통령 대리인단은 계속해서 당사자(피청구인)인 대통령의 출석 거부 방치, 재판과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는 무더기 증인 채택 요구, 헌법재판소가 요구한 자료 제출 지연 등으로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를 명백히 드러내왔다. 따라서 만약 대통령 대리인단이 재판을 지연할 목적으로 전원 사퇴한다면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인 대통령이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기 위해 스스로 방어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심판을 신속하게 진행해 결론을 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만이 변호사 강제주의의 악용을 방지하고,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확보하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