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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23일 05시 13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24일 14시 12분 KST

어젠다 2017, 선거권 연령 18세

뉴스1

탄핵정국으로 촉발된 조기대선 가능성에 맞추어 선거권 연령을 18세로 낮추어야 하는가에 관한 쟁점이 2017년 벽두부터 첨예한 사회적 어젠다(agenda)가 되고 있다. 2005년 선거법 개정으로 선거권 연령이 19세로 하향 조정되었다. 1948년 정부 수립 당시 선거권 연령이 21세이었던 것(법 제1조)이 4·19혁명 이후 1960년 선거법 개정으로 선거권 연령이 20세로 낮추어졌으니까 선거권 연령을 19세로 한 살 낮추는데 무려 45년이 걸린 셈이다. 그렇다면 다시 12년 만에 선거권 연령을 하향시키기 위한 시도는 타당한가?

한국이 가입한 유엔 아동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은 아동의 연령을 18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어 아동과 성인을 구별하는 국제적인 연령기준은 18세다. 그렇지만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민법상의 성인 연령은 오랫동안 20세로 규정되어 오다가 2011년에야 비로소 민법 개정으로 19세로 낮추어졌다. 완벽하게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민법상의 성인 연령과 독자적으로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선거권 연령이 반드시 일치될 필요는 없다. 청소년 보호법도 청소년의 연령을 19세로 규정하고 있지만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2017년을 기준으로 1998년 12월 31일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제외되므로(법 제2조 제1호) 만 18세가 된 뒤 바로 다음 해 1월 1일이 되면 청소년에서 제외된다. 가령 2017년 4월 12일에 대통령선거가 실시된다면 이 날을 기준으로 할 때 선거일 현재 만 19세가 되는 1998년 4월 13일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선거권을 가지는 성인인 반면에 1998년 4월 14일 이후에 태어난 사람은 선거권을 갖지 못한 미성년자이지만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이미 맞이했으므로 청소년은 아니다.

대통령선거든 국회의원선거든 혹은 지방자치단체선거든 선거 때만 되면 종종 선거권 연령을 제한하는 선거법이 헌법에 의해 보장된 선거권(헌법 제24조)과 평등권(헌법 제11조 제1항)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었다. 하지만 기본권에 대한 제한이 과도(과잉금지원칙 위반)하지 않고 차별적 취급에 합리적 근거가 없지(자의금지원칙 위반) 않은 경우에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는 헌법재판소는 선거권 연령 제한도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해왔다.

"입법자는 우리의 현실상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의 경우, 아직 정치적·사회적 시각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거나,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현실적으로 부모나 교사 등 보호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독자적인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적·신체적 자율성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선거권 연령을 19세 이상으로 정한 것이다. 또한 많은 국가에서 선거권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으나, 선거권 연령은 국가마다 특수한 상황 등을 고려하여 결정할 사항이고, 다른 법령에서 18세 이상의 사람에게 근로능력이나 군복무능력 등을 인정한다고 하여 선거권 행사능력과 반드시 동일한 기준에 따라 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선거권 연령을 19세 이상으로 정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 (헌재 2013. 7. 25. 2012헌마174)

하지만 3인의 재판관은 다음과 같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선거권 연령이 19세 이상으로 조정된 이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그 이전까지의 변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변화를 겪었고, 이러한 변화는 청소년을 포함한 국민의 정치적 의식수준도 크게 고양시켰으므로 중등교육을 마칠 연령의 국민은 독자적인 정치적 판단능력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중등교육을 마치는 연령인 18세부터 19세의 사람은 취업문제나 교육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정보통신, 특히 인터넷의 발달에 가장 친숙한 세대로서 정치적·사회적 판단능력이 크게 성숙하게 되므로 독자적인 정치적 판단능력을 갖추었다고 보아야 한다. 병역법이나 근로기준법 등 다른 법령들에서도 18세 이상의 국민은 국가와 사회의 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정신적ㆍ육체적 수준에 도달하였음을 인정하고 있고, 18세를 기준으로 선거권 연령을 정하고 있는 다른 많은 국가들을 살펴보아도 우리나라의 18세 국민이 다른 국가의 같은 연령에 비하여 정치적 판단능력이 미흡하다고 볼 수는 없다."

6인의 합헌의견과 3인의 위헌의견은 모두 선거권 연령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국회의 입법형성(재량)권에도 헌법적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였지만 합헌의견은 19세로 정한 것이 그러한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 반면에 위헌의견은 그러한 한계를 벗어났다고 본 것이다. 결국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어야 '독자적인 정치적 판단능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18세가 가장 보편적인 선거권 연령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주에서 18세가 선거권 연령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여러 주에서는 예비선거의 경우 본선거가 실시되는 시점에 18세가 되는 사람은 17세에도 선거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다. 한편 유럽의 경우에는 영국(단, 스코틀랜드는 16세), 프랑스, 독일(지방선거의 경우 여러 주에서 16세),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18세를 선거권 연령으로 규정한다. 또 중국, 인도, 일본, 필리핀, 태국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도 선거권 연령은 18세다. 반면에 오스트리아, 브라질, 아르헨티나처럼 16세나 그리스처럼 17세를 선거권 연령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도 상당수 존재한다. 대만처럼 20세나 싱가포르처럼 21세의 선거권 연령을 가진 나라도 예외적이기는 하지만 존재한다. 독자적인 정치적 판단능력을 갖추는 나이는 국가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나이가 절대적으로 선거권 연령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보편적 능력을 고려할 때 아직까지는 대체로 18세가 합리적인 선거권 연령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병역법에서 현역병에 지원할 수 있는 연령을 18세로 정하고 있고(법 제20조),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8세 이상이면 독립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며 근로장소나 근로시간 등에도 전혀 제약을 받지 않는다. 이처럼 병역이행능력이나 근로수행능력을 18세로 규정하고 있는 다른 법률들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한국에서 18세는 독자적인 정치적 판단능력을 갖춘 나이로 인정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이 가입한 아동권리협약도 18세 이상인 사람을 아동이 아닌 성인으로 확인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대부분의 국가에서 18세 이상인 사람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고려한다면 18세는 한국에서도 인정될 수 있는 보편적인 성인 연령이면서 동시에 선거권 연령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정치적, 경제적 측면에서 대부분 선진국에 속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35개국 중 한국은 유일하게 선거권 연령을 19세로 규정하여 선거권 연령이 가장 높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라 2016년 12월말을 기준으로 만 17세인 국민은 62만여 명, 만 18세인 국민은 64만여 명 정도다. 이를 토대로 2017년 봄에 대통령선거가 실시되고 선거권 연령을 18세(1999년 봄 이전 출생)로 하향 조정하면 적어도 60만 명 정도의 선거권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통령선거에서 1, 2위 후보의 득표수 차이는 2012년 제18대의 경우 약 100만여 표, 2002년 제16대 의 경우 57만여 표, 1997년 제15대의 경우 39만여 표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60만 표의 증가는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유권자수의 증가가 선거에 미칠 영향을 정치적으로 계산하지 않을 수 없으나 선거권 연령은 공동체의 시민으로 인정받는 자격을 결정하는 기준이므로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합리적 근거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더욱이 과도한 선거권 연령 제한은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국민의 숫자를 증가시킴으로써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주의 원리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사실도 선거권 연령의 결정에서 반드시 고려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