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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05일 06시 21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12월 06일 14시 12분 KST

가장 '질서 있는' 대통령 퇴진 방식은 탄핵이다

연합뉴스

대통령은 제3차 대국민담화에서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의 진의는 국회에 대해 임기 단축에 관한 '개헌'을 요구하는 것이고, 대통령의 임기 단축만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회가 개헌 논의라는 블랙홀에 빠져 시간을 보내는 동안 대통령의 임기를 채우겠다는 욕심을 표현한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당은 '사실상 하야 선언'이라며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로드맵으로 내년 4월 대통령 자진사퇴 및 6월 대통령선거 실시를 제시했다. 그동안 야당과 함께 탄핵을 추진하던 여당의 비주류도 이러한 로드맵에 따라 입장이 흔들리고 있다.

내년 4월에 대통령이 자신사퇴를 한 뒤 6월에 대통령선거를 실시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대통령이 당장 권한을 내려놓고 그때까지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에게 위임하는 이른바 '2선 후퇴' 및 '책임총리' 혹은 '거국내각'의 구상이다. 하지만 대통령제를 채택한 현행 헌법에서 대통령의 2선 후퇴나 책임총리제 혹은 거국내각구성은 헌법에 합치하는 방식이 아니다. 헌법은 총리나 내각을 대통령의 '보좌기관'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헌법 제86조 제2항 및 제87조 제2항) 원칙적으로 총리나 내각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는 국가기관이 아니다. 물론 헌법은 총리나 내각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는 예외적 요건으로 대통령의 "궐위"나 "사고"를 열거하고 있지만(헌법 제71조) 대통령의 2선 후퇴나 책임총리제 혹은 거국내각구성을 위하여 이 조항을 인용할 수는 없다. 대통령의 궐위는 대통령이 사망하거나 탄핵결정을 받아 대통령직을 수행할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하고, 사고는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할 수 없을 정도의 질병이 생기거나 부상을 당한 경우 또는 탄핵소추를 받아 권한행사가 정지된 경우를 뜻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통령은 사망하지도 않았고,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질병이나 부상이 발생하지도 않았다. 이미 대통령은 정상적인 상황판단능력을 상실하여 헌법이 열거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지만 대통령의 사고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해줄 수 있는 절차나 기관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어서 대통령에게 사고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헌법은 대통령을 퇴진시키는 분명한 방법으로 탄핵제도를 명시하고 있는데(헌법 제65조)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하면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되어 헌법이 열거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고,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소추를 받아들여 파면결정을 하면 이것이 다름 아닌 헌법이 열거한 '궐위'에 해당한다. 바로 이 경우에 한정되어 총리나 내각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이 경우에조차도 국민의 선거로 선출되지 않은 총리나 내각이 대통령의 권한을 대통령과 동일하게 행사할 수는 없다는 것이 헌법학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를테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총리나 내각이 헌법개정안을 발의하거나(헌법 제128조 제1항), 선전포고(헌법 제73조) 혹은 계엄 선포(헌법 제77조 제1항)를 하거나, 국민투표부의권(헌법 제72조)이나 사면권(헌법 제79조 제1항)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그동안의 통설이었다. 대통령이 궐위된 때 60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후임자를 선출하도록 요구하는 것(헌법 제68조 제2항)에도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총리나 내각의 권한을 최대한 제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처럼 대통령의 사망이나 심각한 질병 또는 탄핵을 전제로 하는 권한대행의 경우에도 권한을 대행하는 총리나 내각의 권한이 제한되는데 대통령의 사고나 궐위도 아닌 혹은 사고의 존재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대통령이 2선으로 후퇴하고 총리나 내각이 대통령의 권한을 대통령과 똑같이 대행하도록 하는 발상은 결코 헌법적일 수 없다.

애초에 '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했을 때부터 대통령을 퇴진시키는 가장 '질서 있는' 방식은 탄핵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와 책임총리를 추천해달라고 제안했을 때부터 국회는 그것을 법위반에 대한 자인(自認)으로 보고 탄핵소추를 의결하는 절차를 시작했어야 한다. 게다가 이미 검찰은 대통령을 범죄혐의가 상당부분 입증된 '사실상의 피의자'로 규정했다. 국회에서 다수를 차지한 야당이 미적미적하는 동안 대통령은 사퇴를 거부하고, 국민들은 광장으로 뛰쳐나와 촛불을 들었다. 지금이라도 야당은 대통령의 2선 후퇴와 책임총리제 혹은 거국내각구성과 같은 헌법을 우회하는 편법이 아니라 탄핵이라는 가장 헌법합치적인 방법을 지속적으로 관철시켜야 한다.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국민의 염원을 받아들여 국회는 탄핵이라는 가장 질서 있는 방법으로 대통령을 사퇴시켜야 한다. 일정한 시간을 두고 '명예롭게' 퇴진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단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 벌써 대통령은 여러차례 말을 바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주장하며 대통령이 퇴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혹여 대통령의 약속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국회가 법률을 만들어 대통령이 약속한 시기로 임기를 단축하려 한다면 그것은 위헌적 법률로 선언되고 말 것이다. 헌법사항인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에 따라 국회가 선택할 수 있는 '질서 있는' 방법은 오로지 탄핵이다. 만약 검찰에 의해 범죄혐의가 입증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부결된다면 국민은 계속해서 거리로 쏟아져 나와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할 수밖에 없고, 다수인 야당은 성난 민심에 떠밀려 반복적으로 임시회를 소집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수밖에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작금의 이 사태를 발생시킨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개헌은 대통령을 사퇴시킨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심지어 당장의 개헌 논의는 대통령의 사퇴라는 본질을 희석시킬 수 있다. 그동안 대통령의 탄핵에 동조했던 여당의 비주류도 블랙홀과 같은 개헌이나 사퇴약속이라는 안개 같은 정치적 선언을 빌미 삼아 탄핵절차에서 손을 떼려는 비겁한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국민은 지금 막 시작한 특검의 수사와 함께 국회의 결단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