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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13일 11시 49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7월 13일 14시 12분 KST

매력적인 진짜 커피집!

오래된 양옥집 입구에 올려진 커피잔, 그리고 그 속에서 마치 사우나를 하는듯한 안락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응시하는 묘한 눈빛. 특이한 간판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들어가 커피를 마셨다. 커피잔 속 에테르는 아티스트의 작업실이자, 갤러리이자, 커피집이었다. 양옥을 개조한 특유의 구조 때문에 '숍' 대신 '집' 자를 붙여야 맛이 살 것 같았다. 진짜 커피집. 주인과 손님 누구에게나 안락한 집 같은 공간이니 커피잔 속에 사람이 안락하게 누워있는 모형의 간판은 커피숍을 상징하는 기막힌 사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흥망성쇠 프로젝트 4

커피잔 속 에테르를 처음 갔던 것은 2008년 가을이었다. 후배 기자와 마감 후의 농땡이를 위해 사례를 발굴한답시고 홍대를 기웃대다가 들어갔다. 오래된 양옥집 입구에 올려진 커피잔, 그리고 그 속에서 마치 사우나를 하는듯한 안락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응시하는 묘한 눈빛. 특이한 간판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들어가 커피를 마셨다. 내부엔 여러 예술작품이 걸려 있었고 벽돌과 골조가 그대로 드러난 묘한 구조. 간판과 공간이 너무 매력적이라 바로 연락처를 받아와 '사인갤러리'라는 꼭지로 기사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커피잔 속에 담겨있던 사람의 형상과 에테르. "환각 상태인 건가? 그만큼 커피가 맛있다는 건가?"라는 갖은 억측을 하고 있던 찰나에 취재를 담당했든 후배 기자가 들어와 해답을 말했다. "에테르라는 아티스트가 작업한 커피숍이고요, 커피잔 속에 담긴 건 자기 캐릭터래요!"라고.

커피잔 속 에테르의 간판. 마치 양옥집 입구에 커피잔을 올려둔 형태로 구성한 간판이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아티스트 에테르의 취향을 공간뿐만 아니라 간판에도 오롯이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진출처 월간 사인문화 DB)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커피잔 속 에테르는 개인 작업실이란 콘셉트로 자신의 취향을 담은 갤러리 같은 공간이었다. 커피잔 속 에테르는 아티스트의 작업실이자, 갤러리이자, 커피집이었다. 양옥을 개조한 특유의 구조 때문에 '숍' 대신 '집' 자를 붙여야 맛이 살 것 같았다. 진짜 커피집. 주인과 손님 누구에게나 안락한 집 같은 공간이니 커피잔 속에 사람이 안락하게 누워있는 모형의 간판은 커피숍을 상징하는 기막힌 사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08년 후반인지 2009년 초반인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커피잔 속 에테르가 사라지고 파이브 익스트랙츠라는 새로운 가게가 자리를 차지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커피잔이 사라진 자리엔 영문으로 새긴 간판이 떡하니 올려졌다. 'COFFEE'라는 문자로 구성한 채널사인, 어찌 보면 공중에 붕 떠 있는 것 같기도 한 형태의 간판. 상호를 떠나 커피를 파는 가게를 알리는 원초적인 목적으로만 친다면 현재의 간판이 명확하다. 누가 봐도 커피를 파는 가게인지 알 수 있으니.

그래도 커피잔 속 에테르같이 재미와 은유를 통해 가게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간판이 왠지 모르게 더 홍대라는 지역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그게 조금 아쉽다. 왠지 이 공간에는 은유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간판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말이다. 주인장의 취향이 오롯이 담긴 간판. 물론 'COFFEE'라는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채널사인이 현재 주인장의 취향일 수도 있는 것이니까.

'COFEE'라는 문자로 구성한 채널사인. 다소 식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마치 공중에 띄운 듯한 형태와 빨간색별을 배치한 구성이 나름의 재미요소다. 그리고 커피집을 알린다는 가독성 측면에서 볼 땐 압도적이다.

간판은 예전이 좋았지만, 커피잔 속 에테르 시절보다 현재의 파이브 익스트랙츠를 더 자주 간다. 일단 커피 맛이 좋으니까. 언젠가 바리스타 경연대회에 나간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일주일이 넘도록 가게 문을 열지 않을 걸 본 적이 있는데 그때 이 집 커피 맛을 확신하게 됐다. 파이브 익스트랙츠도 '숍' 대신 '집'을 붙일 만한 진짜 커피집이란 막연한 신뢰.

그리고 파이브 익스트랙츠는 내부 공간을 커피잔 속 에테르에서 크게 바꾸지 않아 그게 참 고맙다. 간판과 주인, 가게가 바뀌었지만, 공간은 그래도 살아남은 듯한 느낌. 간판의 철거와 설치는 상권의 흥망을 바로 보여주는 것이지만 이런 경우는 계속 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커피잔 속 에테르의 팬들이 파이브 익스트랙츠를 찾아도 "그래 그때도 여기 이렇게 생겼었어!"라고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의 생. 물론 수많은 작품이 빠진 자리엔 이제 LP가 자리하고 있고 특유의 위트 있는 간판을 더는 볼 순 없지만, 이곳은 여전히 매력적인 진짜 커피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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