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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14일 13시 43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5월 14일 14시 12분 KST

문제는 MSG가 아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MSG를 덜 써서 만드는 양심적인 음식을 만들면 되지 않나? 라고 묻는 너에게 나는 마트에서 장을 제대로 본 적이 있는가 묻고 싶다. 똑같은 식재료라 할지라도 퀄리티에 따라 가격은 천지차이가 난다. 하지만 조미료는 그 간극을 상당히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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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네트의 세계를 마치 작년에 왔던 각설이마냥 죽지도 않고 유랑하는 주제들이 몇 가지 있다. 백억받기 VS 고자되기라거나, 군가산점 문제라거나. 흔히들 '떡밥'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종류의 주제들은 철새라도 된 양, 때가 되면 오고 또 오고 가고 또 간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종류의 떡밥들은 쉬어터진 떡밥이 되어 네트의 바다 깊숙한 곳으로 가라앉고 어떤 종류의 떡밥들은 멋지게 발효되어 더 많은 사람들을 유혹해내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근래의 떡밥 중에 가장 아름답게 발효한 떡밥이라면 단연 MSG, 글루타민산나트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몇 년 전까지 MSG를 비롯한 화학조미료는 호환 마마나 전쟁, 불법비디오같은 절대악으로 취급받았다. MSG는 전적으로 위험하며, 장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바른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온당히 멀리 해야 할 그런 종류의 무엇이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입을 모아 '화학조미료 MSG'의 과학적 위험성과 반인간성, 부도덕성에 대해 열변했다. MSG 화형식 같은 것이 이루어졌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던 것 같다. 'MSG는 절대적으로 나쁘지만, MSG없이 음식을 맛있게 내려면 상당한 노동과 정성, 시간과 재료가 필요하기에, 그것은 일종의 필요악이다' 정도가 그 고전주의 시대의 거의 유일한 담론이었던 것 같다. 60년대 미국의 MSG에 대한 '잘못된' 연구가 그 근간을 제공했었고.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추가적인 과학적 연구 결과로, MSG가 인체에 '그다지 해롭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다지 해롭지 않다.' 그렇다. MSG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쌀이나 밀가루, 소금처럼 인체에 그다지 해롭지 않다. 외려 MSG를 통해 음식의 간을 맞추는 것이 소금을 통해 음식의 간을 맞추는 것에 비해 나트륨을 적게 쓸 수 있는 '건강한 방식'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꽤 많은 개인과 매체와 글들이 MSG를 공격한다. 여전히 인터넷의 바다를 서핑하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MSG의 유해성과 무해성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MSG유해론자들은 여전히 고전주의적 사고를 한다. '그것은 화학조미료이며, 비록 현재까지의 과학적 연구로 그 유해성을 찾아내지는 못하였으나 유해할 것이다.' 이에 대해 MSG무해론자들은 계몽주의적 사고로 '무식한 놈들아. 과학적으로 MSG는 무해하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아직도 도시괴담 MSG 타령이냐. 니네 아직도 잘 때 선풍기 키면 죽는 줄 알지? 그거 많이 들어간 음식 먹어도 몸에 이상 없다' 라고 공격한다. 이에 대한 유해론자들의 반론은 보통 '과학성을 떠나서 당장 MSG 범벅인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 음식점 음식을 먹다 보면 실제로 내 몸이 느끼는데.' 그리고 보통 논쟁이 이쯤에 이르는 시간이 되면 사람들은 MSG에 지쳐 새 떡밥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이런 저런 논쟁적인 주제들이 불타오르다 심심해지면 또 MSG 이야기가 불타오르고. 광활한 네트의 바다 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방화광의 시대다.

나는 기본적으로 상기의 두 입장에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 특히나 음식을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일반음식점-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위스키/칵테일 Bar는 업태상 모두 일반음식점에 속한다-을 경영하며, 일반음식점을 상대로 하는 식재료 도매상을 자주 들락거리는 입장에서 더욱 그러하다. 자, 내 입장을 풀어내보도록 하자.

첫째. 나는 MSG 자체가 '과학적으로' 무해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글과 경험과 논쟁으로 다룰 만한 문제가 아니다. 체계화된 과학을 통해 실험실에서 증명되어야 할 문제이며, 그 증명의 결과가 현재까지는 무해함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물론 '과학적'이라는 단어가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 이전의 시기까지 '과학적으로' 우주는 고정된 지구를 중심으로 움직였으니까. 하지만 과학적 사고보다 나은 대안적 사고가 딱히 없는 상황에서 과학을 믿지 못하면 무엇을 믿을 것인가. 그리고 이것이 '화학조미료'라서 문제라는 입장에 대해서는 한 문장으로 대답하고 싶다. '건강식 레시피를 검색하면 굉장히 자주 등장하는 조미료인 간장이나 식초도 화학 반응과 화학 공정을 통해 자연물로부터 만들어진 조미료이며, MSG도 똑같다.' 나는 MSG유해론자에 총체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둘째. 그러나 나는 MSG가 필요 이상으로 들어간 음식은 충분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MSG는 가히 마법적인 조미료다. 극소량만으로 음식의 맛을 확 바꾸어낸다. MSG만 있다면 소고기의 감칠맛이 느껴지는 콩나물 무침을 만드는 정도는 일도 아니다. 5년 묵은 돼지고기와 기생충 알이 범벅인 김치로 끝내주게 맛있는 김치찌개를 만드는 것 역시 일도 아니다. 아는 분 중에 돼지고기 냉동 창고 운영을 해 본 사람이 있다. 그는 '내가 다른 건 싼 거 잘 먹어도 돼지고기는 절대 싼 거 안 먹어. 싸게 나오는 돼지고기, 그거 한국에 수입된 후로도 5년쯤 냉동고에 박혀 있다가 썩기 직전에 출고되는 고기야. 내가 그 일 하고 나니까 그건 진짜 못 먹겠더라' 라고 말했다. 좋은 재료에 적절한 MSG를 통해 맛을 낸 음식이라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을 테지만, MSG의 향미가 진하게 배어나오는 음식은 역시 그 재료의 퀄리티를 의심해 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특히 식감과 향미가 불일치하는 경우에 더욱. 소고기맛 나는 콩나물이나 흐물흐물한데 감칠맛 나는 돼지고기라거나.

즉,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점 음식을 먹고 탈이 나는 것은 높은 확률로 MSG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물론 MSG에 대해 생물학적 거부반응을 보이는 체질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MSG 자체의 유해성이 아니라, 그 악용이다. 자연 식재료가 상당히 비싼 대한민국에서 싼 가격으로 원재료의 맛을 대체할 수 있는 조미료는 나와 당신의 어머니나 패스트푸드 경영자, 음식점 주인 모두에게 지나치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음식점 식재료 납품 전문 도매상에 한번 들려보라.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향미'를 라벨에 달고 있는 수백 종류의 조미료가 당신을 기다리는 장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감칠맛. 닭고기맛 조미료 정도는 애교다. 스모크맛 조미료쯤 돼야 좀 신선하다. 싱싱한 닭고기를 이런저런 자연 조미료로 만들어낸 닭고기 수프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 폐사해서 떠리로 나오는 닭과 치킨스톡과 MSG면 훨씬 싼 재료값과 노동력으로 그럭저럭 괜찮은 대체품을 만들 수 있으니까. 좋은 생고기에 갖은 양념을 입혀 숯불로 굽고 뭐고 할 거 없다. 스모크 소스와 MSG와 다른 조미료 몇 개면 재현되는 걸 뭘 그러고 있나.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이렇게 조미료 떡칠된 음식이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 핵심은 '조미료 떡칠'이 아니다. '조미료 떡칠'로 감출 수 있는 재료의 상태지. 그리고 한국적/조미료적 차원에서도, 한 그릇으로도 일일 나트륨 섭취 권장량을 가뿐히 넘기는 국물 요리와 그 외의 짠 음식에 들어가는 소금의 나트륨이 MSG보다 훨씬 크고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MSG를 덜 써서 만드는 양심적인 음식을 만들면 되지 않나? 라고 묻는 너에게 나는 마트에서 장을 제대로 본 적이 있는가 묻고 싶다. 똑같은 식재료라 할지라도 퀄리티에 따라 가격은 천지차이가 난다. 하지만 조미료는 그 간극을 상당히 줄여준다. 대규모 구매를 하는 일반적인 중형 음식점의 경우 이 문제는 더 중요해질 것이며,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급의 기업 차원으로 가면 재료 원가의 몇 십원 차이는 훨씬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장사꾼의 양심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합리적인 소비자가 양심적인 장사꾼을 원하면 반칙이다. 합리적인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장사꾼이 어울린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합리적이고 스마트한 소비자의 국가다.

과학전 언술은 간단하다. MSG는 그다지 유해하지 않다. 하지만 맥락적인 혹은 사회적인 언술은 그보다 복잡해진다. 하지만 많은 MSG유해론자들이 단순한 과학적 언술에 복잡한 개인적 경험을 얹으려 들고, 그들을 비판하는 많은 계몽주의적 MSG무해론자들 '그거 무해하다고' 라는 1차적인 언술에 과잉 집중한다. 하지만 매우 특이한 취향을 지닌 소수의 MSG성애자가 아닌 이상, MSG 통을 앞에 두고 그것을 스푼으로 퍼먹지는 않을 것이다. 더 넓은 맥락에 집중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는 계몽주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