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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22일 11시 29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22일 14시 12분 KST

헬조선과 노동의 가치 후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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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기 전에 선진국들처럼 노동의 가치를 먼저 인정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레몬수가 3500원?" 손님 악평에 조목조목 반박한 英 식당주인의 답변

링크의 기사를 보면 어떤 사람이 유명 식당에서 뜨거운 물에 레몬을 띄운 차를 주문했는데 나온 상품에 비해 말도 안되는 가격표를 받게 되자 트립어드바이저에 유명 식당이 자신에게 바가지를 씌웠다는 리뷰를 남겼고 그에 대해서 식당 사업주가 조목조목 반박을 했단 내용이다. 여기서 핵심은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레몬차에 들어간 노동과 비용에 대한 얘기다.

상품을 원가로만 계산하면 세상은 사기꾼투성이다. 특히나 서비스업의 경우엔 세상에 이런 날강도들이 따로 없다. 그러나 이러한 계산이 문제가 되는 것은 거기에 들어간 원재료 가격만 계산했지 그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노동력과 기타비용을 고려치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런 얘기하는 사람들 치고 노동의 가치를 따로 따지는 사람은 없다. 그런 식으로 사람의 노동은 공짜인마냥 자의적으로 계산하고 노동의 가치를 후려친다.

후려치기는 대기업이 하청기업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전 국민이 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 즉 서로가 서로의 노동가치를 후려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된다 한들 그로 인해 올라간 상품/서비스 가격과 노동의 가치를 납득할 수 있을까?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는 단적인 예가 바로 가사노동이다. 경제학에서 가사노동의 가치는 이견이 많지만 다소 보수적으로 잡아도 GDP의 30%를 차지한다. 물론 이것은 보이지가 않기 때문에 실제 GDP 계산에서는 빠진다. 세상에 어떤 직업과 어떤 노동이 GDP의 30%를 차지한단 말인가. 말 그대로 가사노동이야 말로 보이지 않는 거대한 가치를 생산하고 노동재생산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런데 이 가사노동에 대한 인식은 말 그대로 개차반에 가깝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업주부'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노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나는 일하는데 누군가 전업주부라 하면 부러워 하면서도 나만 고생하는거 같아서 부아가 치민다. 하지만 이렇게나 인정 못받는 노동을 누가 좋아라 하겠는가? 만약 내가 야근까지 해가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부장이 와선 스윽 보고 "XX씨는 일은 하지도 않으면서 책상에 앉아서 대체 뭘 하나?"라고 말하면 당장이라도 때려치고 나가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가사 노동의 노동량이 30년, 50년, 100년 전에 비해 많이 줄긴 했어도 가사노동이야말로 여전히 자본과 기계로 대체가 어려운 분야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게 비극이다.

이렇게 나의 삶 가장 가까이에서 벌어지는 노동의 가치도 인정하지 않는 마당에 소비상품과 서비스의 노동가치를 인정할리가 만무하다. 그러다보니 돈 몇푼 내고서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부리는 건 아무런 문제라 생각하지를 않는다. 내가 돈을 냈으니 내 맘대로 해도 된단거다.

자기 노동의 가치는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정작 그러한 남의 노동은 인정하지도 않고 후려치기에 바쁘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후려치기에 바쁘니 그야말로 헬조선이 열리는 셈이다.

나는 분명 내 가치 이상을 하지만 난 돈을 적게 받고 있고 내가 돈을 낸 저 놈은 나에게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발상으로 서로를 깎아내리기 바쁘고 저 놈이 나에게 폭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나의 수많은 클레임과 요구는 지극히 타당한 것이 된다. 결국 그런식으로 타인을 쥐어 짜버리니 남는 건 타인에게 쥐어 짜이고 남은 내 빈 껍데기 뿐이다. 이러니 헬조선 얘기가 나오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다.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