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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15일 09시 3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15일 14시 12분 KST

편리함이 살기 좋은 사회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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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말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 번화가의 술집들은 대부분 새벽시간까지 영업을 하고 1년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편의점은 정말 도처에 깔려서 아무리 새벽 늦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필요한 물품을 살 수가 있다. 또한 대형마트도 밤 12시까지 짝수주 일요일을 제외하면 발 닿는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배달 음식을 원하기만 하면 아주 손쉽게 시켜 먹을 수가 있다. 게다가 원하는 물건이 있다면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여 거의 무료에 가까운 택배를 통해 하루 정도면 집안에서 손쉽게 받을 수 있다.

이런 것은 편리의 궁극적인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아마 대형 마트가 주말에 아예 쉬고 편의점이 밤 10시 이후엔 문을 닫고 강남과 홍대의 주점들이 밤 12시가 되면 영업을 종료하며 중국집과 치킨집들이 배달을 하지 않거나 혹은 배달 수수료를 따로 받는다면, 그리고 택배비용이 지금의 두 배 이상이라면 우리는 지금보다 제법 많이 불편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우리가 이런 것을 당연하게 여겨온 것일까? 경제학의 불변의 법칙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이며 이에 따라 우리는 모든 일에는 비용이 따른 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무료로 혹은 저가로 편리를 누리고 있다면 그 반대쪽에서는 누군가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 그간 터키 다음의 OECD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한 우리나라가 7년 만에 다시 OECD 최장노동시간 1위를 탈환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 기사에 뒤따르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다들 노동시간이 너무 길다고 한국의 기업문화를 욕하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누리는 편의시설의 이용시간을 줄인다고 하면 반발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과거 편의점이 아닌 동네 슈퍼가 자리잡고 있던 시절에는 오전 9시쯤 장사를 시작해서 밤 10시쯤이면 문을 닫았다. 이도 영업시간으로 치면 13시간이 넘으니 결코 시간이 짧지 않다. 그러나 현재 슈퍼들이 편의점으로 대체되면서 점주들은 24시간을 영업해야만 한다. 편의점이 야간 영업을 하지 않을 경우엔 그에 따른 차지를 본사에 지불해야 한다. 알바라도 굴릴 여력이 있다면야 그나마 낫긴 할 텐데 그 여유가 안되는 경우엔 보통 가족이 로테이션으로 자리를 지킨다. 그렇지만 영업시간이 늘어난다고 매출이 비례해서 늘어나는 것도 아니므로 고생은 더 늘어났는데 삶은 그 고생만큼 개선되지 못한다.

택배의 경우는 인터넷쇼핑을 급격히 성장시킨 가장 핵심 부문이지만 택배 기사가 거둬가는 수입은 2500원의 택배 1건당 800원에 불과하다. 100건을 해야 그나마 하루에 8만원을 겨우 벌어가는 셈인데 이 100건이라도 하려면 하루 종일토록 일을 해야 한다. 당연히 시간을 아끼려면 서두를 수밖에 없고 불친절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저가로 후려친 가격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해외로 여행이나 유학을 나가는 사람들이 곧잘 하는 얘기가 외국은 밤이 되면 가게들이 싹 다 문을 닫고 주말에도 열지 않는 가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 나라 사람들은 편리한 것이 싫어서 그런 불편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일방적인 편리함이 타인의 삶의 하락을 강요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위한 일방적인 편리는 타인의 삶을 빼앗는다. 우리는 그 동안 편리를 너무 당연시하며 각자의 삶을 착취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OECD 노동시간 1위는 기업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타인에게 삶의 착취를 강요한 결과물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좋은 사회란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편리 또한 생각하는 사회다. 무조건적인 편리는 결국 각자의 삶을 갉을 뿐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일정한 불편함도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살기 좋은 사회를 위한 비용이란 것을 우리 스스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