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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8일 06시 13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28일 14시 12분 KST

박근혜 정부 3년, "안녕들 하십니까?"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5년에 생활 좀 나아졌습니까?" 2018년 2월에 박 대통령 퇴임 때 나올 질문이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세상을 바꾸는 약속'을 공약으로 당선되었다. 모든 연령층과 사회계층, 젊은 맞벌이 부부들, 대학생들, 65세 이상 노인들, 소상공인들의 피부에 와 닿는 공약들이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제대로 실천됐다면 위 질문에 대한 답은 "자~알 살게 됐습니다"일 것이다.

 아마도 다수의 워킹맘들은 3~5세 어린이의 무료보육 누리과정을 보고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보육예산 떠넘기기 싸움이 벌어져 어린이집 예산이 바닥났다. 교육감들은 누리과정 포기도 불사할 자세다. 워킹맘들의 가슴이 탄다.

 2014년까지 반값 등록금을 실시하겠다는 공약에 기대가 컸던 대학생들은 실망이 크다. 소득에 연계된 장학금으로 변질된 반값 등록금 혜택을 받는 대학생은 전체 대학생의 30% 정도다. 65세 이상 연령층 모두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한다던 공약도 소득 하위 70%의 노인들에게 최고 20만원, 최저 7만~8만원의 생활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는 생계급여에서 연금 액수를 뺀 나머지만 지급해 "줬다 뺏는다"는 원망이 자자하다. 노령층의 70%에게 주는 한 달 8만~20만원의 생활보조금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 증세 없는 복지정책의 필연적인 한계다.

 청년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인 9%다. 특히 청년 남성의 실업률은 박 대통령 임기 첫해의 9.1%에서 2014년 10.5%로 뛰었다. 박 대통령은 입만 열면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돌아간다.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김종인(전 청와대 경제수석) 박사가 설계한 경제민주화는 잊힌 지 오래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독일이 아데나워 총리 이래 실시한 사회적 시장(Social market)이다. 시장의 모순을 시정하고, 패자를 배려·보호하는 정책이다. 대기업의 탐욕을 조정하자는 개념의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죽이기로 오해를 받은 것도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공약을 팽개친 원인의 하나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취임하던 해 900조원이던 가계빚은 1200조원으로 늘었다. 소시민들이 무거운 빚더미를 짊어지고 산다. 소상인과 골목상권이 죽어간다. 경제민주화는 우리 사회 양극화 해소의 효과적인 처방이다. 일부 비관론자들이 예측하는 대로 이대로 4~5년 더 가면 고용절벽이 올지도 모른다. 그런 사태가 오면 대기업들의 탐욕과 88만원 세대의 생존본능이 맞서 충돌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을 제대로 감시하고 세제 개혁으로 세수를 늘려 노인 빈곤층, 청년실업자들, 워킹맘들을 위한 복지를 대폭 확충하고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대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계층 간, 세대 간 파편화의 늪에 빠져 사방에서 그 파편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할 것이다.

 시장경제의 모순을 해소하는 데 국회가 적극 관여해야 하는데 여야 가릴 것 없이 여의도는 날이면 날마다 집안싸움에 바가지 깨지는 소리만 요란하니 국민들은 어디에서 희망을 찾으란 말인가. 국회가 제 할 일 안 한다는 박 대통령의 경고성 발언은 거칠기는 해도 국민들의 정서를 반영한다. 한국에 국회의원 소환(리콜)제도가 없는 것이 유감이다. 국회의원들이 지금처럼 공공의식 없이 자기 계파의 세 키우기와 총선에서 자신의 재선만 계산하는 행태를 계속한다면 임기 4년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 유권자들이 국회의원을 평가하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할 것 같다.

 박 대통령과 여의도 사람들은 청년실업자들, 가계빚에 짓눌린 소시민들, 가난한 노인들, 가게를 접는 소상인들이 지금 '정신적 비아프라'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 그들에게 팽배한 냉소주의(Cynicism)가 허무주의(Nihilism)로 흐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국회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모두를 끌어안는 '포용적 자본주의'(Inclusive capitalism)를 대선 공약의 중심에 두는 까닭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3년 동안 20회의 해외 순방을 하고 7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남북관계, 한·일 관계는 여전히 막혀 있다. 원칙도 좋지만 실용주의, 현실주의 외교가 절실히 요구된다. 통일대박은 통일에 걸림돌이 되었다. 통일로 가는 과정으로서의 남북한 평화 공존이 우선이다. 기계적 상호주의를 접고 과감하게 금강산 관광부터 재개하고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정책일 것이다.

* 이 글은 중앙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