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6년 02월 15일 07시 03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2월 15일 14시 12분 KST

헬조선 치유법은 비례대표제+복지

nullplus

청년정당이 필요하다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청년 세대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 국가미래연구원의 2040 대상 의식조사에서 응답자의 65.3%가 헬조선의 의미에 '동의한다'(매우 + 동의하는 편)고 대답하였습니다. 또 SNS 빅데이타 분석에서도 헬조선 담론이 2014년의 4만 건에서 2015년에는 8만 6천 건으로 불어났습니다. 청년층이 느끼는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과 불안이 커진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정치권이 제시하는 해법은 청년층의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정부도 '4대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기업 봐주기 정책을 추진하면서 "청년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모호한 구실을 갖다 붙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앞으로도 나아질 희망이 별로 없기 때문에 청년들이 세상을 비관하고 저주하는 것입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개인의 각성과 시민운동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걸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청년층을 대변하는 정치 세력이 있어야 합니다. 기존의 거대 정당이 청년 몇 명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주는 정도로는 안 됩니다. 청년정당을 결성하여 국회의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20석 이상의 당선자를 낼 수 있다면 상당한 정치적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국회의 제1당이 과반수 의석을 얻지 못하는 경우라면 10석만 확보해도 상당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례대표제 확대로 정치 독과점 막아야

그런데 지금처럼 정치하는 데 돈이 많이 들고 또 1등만 당선되는 소선구제+단순다수대표제 (이하 '1등 당선제') 하에서는 청년정당을 결성하기도 어렵고 국회의원을 내기는 더 어렵습니다. 완전한 선거공영제를 실시하여 선거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해도 역시 비슷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선거제도를 바꾸어야 합니다. 1등 당선제는 거대 정당의 정치 독점을 낳고 낙선자가 얻는 표를 사표로 만듭니다. 다양한 의견이 정치에 반영될 길이 없습니다. 투표해봤자 달라지는 게 없으니 청년층의 투표율이 낮고 그래서 정치권은 청년을 덜 챙기는 악순환이 되풀이 됩니다.

그러면 정치개혁의 최우선 과제가 무엇인지 답이 나옵니다. 표의 대표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흔히 비례대표제와 중대선거구제가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비례대표제가 물론 더 낫습니다. 2등이나 3등까지 당선되는 중대선거구제에서도 낙선자의 표는 사표가 될 뿐 아니라 지금과 같은 지역구도 하에서는 한 정당이 여러 후보를 내어 특정 지역의 당선자를 싹쓸이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비례대표제에서는 사표도 없고 자연스럽게 실질적 다당제가 이루어집니다.

기존의 국회의원 선거구는 인구 편차가 너무 커서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여야가 선거제도를 바꾸는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2015년 초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하기도 했고 정당 득표율의 반 정도를 의석 배정에 반영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거론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결사반대입니다. 여당 의석이 과반수에 미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따르면 오히려 여소야대가 정상이지 않나요? 제가 이 글을 기고하는 시점까지 양당의 합의 사항은 비례대표 의원수를 줄이자는 것입니다. 국회 개혁을 개혁 대상인 국회의원들에게 맡길 일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됩니다.

효과 빠른 정책은 복지 확충

헬조선 치유의 효과가 빠른 정책은 물론 복지를 확충하여 취업과 무관하게 모든 국민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N포 세대'의 비극이 사라질 것입니다. 돈벌이용 취업보다는 보람 있는 일을 찾게 될 것입니다. 구직자가 취업에 목을 매지 않으면 기업도 노동자 확보를 위해 자기네들끼리 경쟁하게 됩니다. 노동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 간에 힘의 균형이 이루어져서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완전경쟁시장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됩니다.

청년이든 누구든 생계 걱정이 없어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삶의 여유가 있어야 좋은 사회를 위한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국민의 참여를 통해 진정한 민주화가 가능해지고 완전한 비례대표제를 실현하기 위한 동력도 더 생기게 됩니다.

그러나 복지는 '개미가 베짱이를 먹여 살리는 정책'이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성남시와 서울시에서 내놓은 청년 지원 정책을 정부와 새누리당에서는 맹렬히 비난했습니다. 그 비슷한 정책을 새누리당 자신이 대선공약에 넣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지난 대선이 끝나자마자 주요 보수언론에서 박근혜 당선자의 복지공약을 폐기하라고 일제히 요구했던 사실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일반국민 중에도 '복지'라고 하면 개미와 베짱이를 떠올리면서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재분배 아닌 복지도 가능하다

그래서 복지가 원만하게 정착하려면 개미의 소득이 아니라 특권이익을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권이란, 노력과 운이 동일한데도 더 많은 이익을 얻거나 더 적은 불이익을 받을 지위 또는 자격입니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듯이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존엄하다면 특권과 차별은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공익적 관점에서 특권을 공인하는 경우도 있고 불가피하게 특권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인된 특권에는 토지소유권, 각종 면허 등이 있고 비공인 특권도 남성특권, 정규직특권, 수도권특권 등 많습니다.

특권에서 생기는 이익은 당연히 환수하여 하며 환수액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이 동일한 지분을 갖게 됩니다. 그러면 개미든 베짱이든 자기 지분으로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개미가 노력하여 번 소득을 거두어 베짱이를 먹여 살리는 게 아니므로 재분배 아닌 복지가 이루어집니다. 특권이익은 예상 외로 엄청난 규모입니다. 토지특권만 해도 '원론적으로' 계산하면 연간 1인당 400만 원꼴입니다. 생존권을 보장하는 사회보험 제도를 만들고 1인당 100만 원만 보험료로 활용하더라도 어려운 처지의 모든 국민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 드린 비례대표제와 복지의 확대는 청년층만이 아니라 모든 사회적 약자에게도 당연히 적용됩니다. 또 비례대표제와 복지는 한 가지만 이룩해도 다른 쪽의 실현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헬조선을 원하지 않는다면 모두 이렇게 외쳐야 합니다. "내 표도 한 표다!" "내 돈 돌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