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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15일 15시 17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8월 15일 14시 12분 KST

'일본과 한국', 두 나라가 고향인 나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한방 미용가 유향입니다.

2015년 8월 15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조상님 ','성묘', '종전 기념일', '반딧불의 묘(전후를 배경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이 시기가 되면, 왠지 '나'를 마주보는 기회가 많아집니다. 저는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인입니다. 이른바 재일교포입니다. 저는 현재 29세. 학창 시절 한국인이라고 밝히는 게 싫어서 어쩔 수 없이 숨은 적도 있었습니다.

학교 수업 중에 '재일'이라든지 '한국'이라는 말을 듣기만해도 싫어서, 눈은 땅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때의 담임 선생님은 인권 교육에 열심인 분이셨는데, '재일 한국인'이라는 말의 의미조차 이해하지 못했던 소녀인 저에게 "자부심을 가지고 모든 사람 앞에서 재일 한국인이라고 말해보면 어떨까"라고 하셨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선생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당시에는 "나는 다른 일본인 친구와 다른 사람이다"라고 선고받는 것도 쇼크인데, 재일교포라고 말하는 것은 더욱 싫었습니다. 왕따가 된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대학생일 때 일본은 한류의 붐으로 도시 곳곳에서 한류 스타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씩 다양해지고 있지만, 저는 여전히 "한국이라는 말은 듣기조차 싫다. 그러니 가능하면 내 눈 앞에서 한국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한국'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내가 한국인임을 들키는 것이 아닐까 불안해 한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한국의 인기 화장품의 하나인 'BB 크림'이 대유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국 화장품 따위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써보지도 않으면서 머리로만 생각하는 아가씨였습니다.

19살 때 당시 사이가 좋았던 여자 친구와 둘이서 관광 겸 서울에 가게 되었습니다. 친구의 이름은 아서(별명입니다).

아서는 당시 내가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4세라는 사실을 아는 몇 안 되는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와 음식과 쇼핑을 목적으로 한국을 여행했습니다.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중학생 때 가족과 고향인 전남에 성묘를 갔을 때 이후 한국에 온 건 처음이었습니다.

인천 공항에 저녁에 도착하니 현지 여행사의 가이드가 픽업을 위해 공항까지 마중나왔고, 우리는 숙소차를 타고 서울 시내로 향했습니다.

인천 공항에서 서울 시내로가는 도중에는 '한강'을 넘습니다.

19살 당시 저에게 한강의 존재는 교과서에서 들어 본 적이 있는 정도였습니다. 딱딱한 의자의 차에 앉아 서울 시내를 향할 때, 한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한강을 보니 온몸이 뜨거워졌습니다.

온몸에 도는 혈액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몸속부터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저는 한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받았고, 에너지가 전하는 메시지를 느꼈습니다.

"나는 이 나라의 민족이구나"

이렇게 느꼈습니다. 한강은 아주 아름답고 강력했습니다.

저녁 한강 수면을 거울삼아 석양이 반짝 반짝 반사된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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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황혼, 한국 서울에서

저는 재일교포라는 뿌리를 19살까지 마주하지 못했습니다. 피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한강'이란 대자연의 에너지에서 배웠습니다.

"한국인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거스를 수 없는 운명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날은 제가 한국혈통을 이어 살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 첫 날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습니다. 재일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컴플렉스를 가졌던 제가 지금은 "유향"이라는 한국 본명으로 일본에서 한국의 미용과 건강요법의 매력을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게 만일 '사명'이 있다면 '아름다움'이란 주제로 일본에서 한국의 매력을 전하고, 한국에서 일본의 매력을 전하는 것이라고 최근 강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재일교포인 저는 일본에서 태어났는데 일본인이 아닌, 한국에 가도 일본에서 온 일본인처럼 보인다는 현실에 당황한 적도 있었습니다. "고향"이라는 단어는 제게 없는 거라고 느낀 적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저에게 고향은 '일본'과 '한국'이 두 나라 모두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뿌리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보이는 것보다, 시야가 몇 배나 넓어졌습니다.

지금은 국적에 얽매이지 않고 많은 일본인과 한국인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일본과 한국이라는 두 나라의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두 나라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다음 달 저는 30번째 생일을 맞이합니다.

간신히 저의 뿌리를 받아들이고 인생의 출발선에 선 듯한 기분입니다.

앞으로도 '한국-일본 사람'의 한 명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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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을 연구하는 유향, 한국 서울에서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 재팬의 블로거이자 한방미용가 유향(ユヒャン)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