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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3일 11시 45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0월 23일 14시 12분 KST

스카우트의 비밀 | 왜 잘 나가는 점포의 직원을 빼간 곳은 잘 나가지 못할까?

저는 대개 당사자를 놔줍니다. 떠나겠다는 사람을 붙잡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당사자를 붙잡아도 마음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회한이 남는 한 남아 있어도 열정과 재능을 다해 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저 떠나는 모든 이들에게는 한 마디만 합니다. '잘 나가게 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정말 어려워지면 다시 돌아와.' 그런데 스카우트 돼 떠나는 이들을 잡지 않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놀랍게도 회사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이 스카우트 대상이 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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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의 비밀

- 왜 잘 나가는 점포의 직원을 빼간 곳은 잘 나가지 못할까? -

한때 직원 스카우트에 열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잘 나간다는 점포에 가서 눈에 띄게 일을 잘 하는 직원을 데려오는 것입니다. 상관이나 동료 직원 모르게 명함을 건네고 연락을 하라고 할 때면, 나름대로 짜릿한 기분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면 두 말 없이 옮겨오는 묘미도 있었고요. 이런 스카우트는 경험이 전무한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을 뽑아 키우기까지의 시간과 비용, 에너지를 절약해준다는 믿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스카우트 해온 직원 중에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대개 한두 번 지켜보는 것만으로 수행한 자질과 능력 평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오히려 회사에 큰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니면 회사를 옮기고도 마음을 못 붙이고 방황하더군요. 그 후부터는 힘들어도 아예 백지 상태의 직원을 뽑아 성장을 돕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저희 회사 임직원들이 경쟁 업체, 그 가운데서도 저희를 그대로 따라 하는 모방 업체들의 집중적인 스카우트 대상이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희 조리팀 식구 하나가 좋은 조건으로 홍대 인근 업체로 스카우트 됐는가 하면, 한 업체는 저희 매니저 둘을 빼가서 아예 비슷한 모델의 와인 바를 개점할 계획이더군요. 좀처럼 자리를 못 잡던 식구 하나도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스카우트 돼 간 직원들은 다시 우리 식구들에게 연락해서 술자리를 만듭니다. 그 자리에서 다른 회사나 새로 생길 후발업체가 얼마나 대단한지, 대단할 것인지에 대해 늘어놓는 것도 똑같은 패턴입니다.

이 경우 저는 대개 당사자를 놔줍니다. 떠나겠다는 사람을 붙잡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당사자를 붙잡아도 마음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회한이 남는 한 남아 있어도 열정과 재능을 다해 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저 떠나는 모든 이들에게는 한 마디만 합니다. '잘 나가게 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정말 어려워지면 다시 돌아와.'

그런데 스카우트 돼 떠나는 이들을 잡지 않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놀랍게도 회사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이 스카우트 대상이 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딱히 붙잡아야 할 만큼의 인내심과 열정, 재능(제 인재 평가 순서)을 보여주지 못한 이들이 스카우트의 표적이 될 때가 많습니다. 왜 그런지는 짐작이 갑니다. 우리 회사에서 사람을 뽑으려는 사람들은 손님으로 가장 해서 옵니다. 거의 정보를 가지지 못한 채 와서 저희 식구들을 눈 여겨 보고 말을 붙입니다. 평가가 이뤄지는 찰나의 순간, 일에서는 약간 겉도는 식구들이 외모 덕에 눈에 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외식업체 스카우트 시장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레몬(Lemon) 시장에 해당합니다. 보기는 좋지만 맛은 없는 상품이 판치는 시장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입니다. 판매자와 구매자간에 알고 있는 정보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경우입니다. 중고차 시장이 대표적이죠. 팔려는 쪽은 사고 이력을 포함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려는 쪽은 그 정보를 알 길이 없죠. 기자 시절 소개팅 시장을 레몬 시장에 비유했다가 질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좋은 정보만 듣고 만나는 이 시장 역시 진짜 정보가 공평하게 전달되는 것은 아닙니다. 외식업체 직원 스카우트의 경우도, 표적을 데려가려는 쪽은 해당 직원에 대해 잘 알 수 없습니다. 반면 직원은 스카우트를 원하는 업체에 자신에 대해 속이거나 과장할 방법이 많습니다.

레몬 시장은 시장의 신뢰를 높일 제 3자의 노력이 없다면, 자연스럽게 붕괴됩니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래서 중고차 시장에는 사고 이력 공개를 포함한 각종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시장 스스로 만들기도 하고, 정부가 개입하기도 하죠. 소개팅 시장 역시 참여자들은 그 곳에서 운명적인 이상형을 만나기는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스카우트 시장 역시 스카우트를 해간 업주들이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어느 정도 정리가 됩니다. 실제로 엄청나게 좋은 조건을 제시해서 데려간 직원이 과대평가 됐다는 것을 아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직원 몇몇만 데려간다고 잘 나가는 점포를 그대로 베낄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데도 얼마 걸리지 않으니까요. 저 자신이 창업 초기 이런 시행착오를 숱하게 겪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좋은 인재를 찾고 키우는 데는 시간과 공을 아무리 들여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점을. 그 일을 압축적으로 해낼 방법은 아예 없다는 진실을 말입니다.

글 | 이여영 (주)월향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