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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7월 11일 12시 08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9월 10일 14시 12분 KST

"이거, 얼마꽈?" | 여름 휴가철 제주에서 바가지 쓰지 않기 위해 알아둬야 할 방언 5가지

제주에는 특정 상품과 서비스에 두 가지 가격이 존재한다. 이른바 '도민 가격'과 '외지인 가격'이다. 물론 모든 분야가 그런 것은 아니다. 모든 점포가 그런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부 분야나 점포에서는 엄연한 사실이다. 몇 년 전 한라산 중턱 승마장에 인접한 한 식당에 들렀다. 외지인끼리 식사를 하려다 제주 도민이 뒤늦게 합류했다. 계산을 하려는데, 메뉴판을 보고 대충 셈해둔 가격보다 많이 쌌다. 아마 늦게 온 도민이 사투리로 주인과 인사 몇 마디를 나눈 것이 주효했던 모양이다. 항의 반, 투정 반 심정으로 식당 주인에게 가격이 메뉴판과 다른 이유를 물었다. 대답이 더욱 가관이었다. "제주 사람이 있는 자리랭 미리 고라줘시믄 좋아실 것인디예"

한겨레

"이거, 얼마꽈?" | 여름 휴가철 제주에서 바가지 쓰지 않기 위해 알아둬야 할 방언 5가지-

제주를 누구보다도, 어떤 곳보다도 좋아한다. 일로, 휴식 차 제주를 자주 들르다 불현듯 깨닫게 됐다. 제주에는 특정 상품과 서비스에 두 가지 가격이 존재한다. 이른바 '도민 가격'과 '외지인 가격'이다. 물론 모든 분야가 그런 것은 아니다. 모든 점포가 그런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부 분야나 점포에서는 엄연한 사실이다.

몇 년 전 한라산 중턱 승마장에 인접한 한 식당에 들렀다. 외지인끼리 식사를 하려다 제주 도민이 뒤늦게 합류했다. 계산을 하려는데, 메뉴판을 보고 대충 셈해둔 가격보다 많이 쌌다. 아마 늦게 온 도민이 사투리로 주인과 인사 몇 마디를 나눈 것이 주효했던 모양이다. 항의 반, 투정 반 심정으로 식당 주인에게 가격이 메뉴판과 다른 이유를 물었다. 대답이 더욱 가관이었다. "제주 사람이 있는 자리랭 미리 고라줘시믄 좋아실 것인디예(제주 도민이 있는 자리라고 미리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요)."

왜 이런 잘못된 관행이 자리 잡았는지에 대해서는, 제주의 근현대사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이야기라 참아야 하겠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제주인들은 외지인에 바가지 씌운 것을 부끄러워하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바가지를 '눈탱이'라고 표현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 약간 통쾌해 하는 심리도 있었다.

이런 정도라면 방법이 없다. 제주인 흉내를 내야 했다. 최소한 제주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인 척이라도 해야 했다. 그러자면 제주 사투리 몇 마디쯤은 해야 했다. 경험상 제주 상인들에게 잘 통하는 방언들이 따로 있었다. 이 정도만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다면, 적어도 휴가철 제주에서 바가지 쓸 일은 없겠다.

1. 이거 얼마꽈?(이것은 얼마입니까?)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려고 하거나 가격을 흥정하려고 할 때 이 말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주인은 이 한 마디에 심상치 않은 제주인의 포스를 느낄 것이 틀림없다. 그것으로 이미 당신은 도민 가격을 제시받을 가능성이 한결 높아진다.

2. 무사 영 비싸꽈?(왜 이렇게 비쌉니까?)

정가가 통하지 않는 재래시장 같은 곳에서 가격 흥정을 할 때는 슬쩍 한 번 던져볼 만한 말이다. 이 말을 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이 지나치게 모진 것이 아닌가 주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제주인들은 이 말을 상인에게 꽤 자주 건넨다. 이미 이 말에 익숙해진 제주 상인들이 이 말로 상처를 입는 법이란 거의 없다.

3. 좀 싸게 해줍서게(조금 깎아주십시오).

비싸다고 투정부리다 안 통할 것 같으면 통사정 전략으로 돌아서는 것이 좋다. 제주인이 좀 깎아달라고 애교를 부리면 눈을 감지 못하는 것이 제주 상인들이다. 겉으론 퉁명스러워도 속정은 깊은 것이 제주인들이다. 아예 대놓고 깎아달라고 나서볼 필요가 있다.

4. 저긴 더 쌉디다만(저기는 더 싸던데요).

통사정 전략도 안 통할 무렵에는 노골적으로 경쟁 심리를 자극해보자. 주변 경쟁업체 가격이 더 싸다고 윽박질러 보는 것이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상인이 구체적으로 싼 지역이나 가게를 물어볼 때는 함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기껏 사투리로 제주인 분위기 다 잡아놓고 미주알고주알 표준어를 쓰기 시작하면, 상인은 속았다는 표정으로 흥정을 중단하고 만다.

5. 도민끼리는 좀 싸게 해주는 거 아니라마씸!(제주도민끼리는 좀 싸게 해주는 것 아닙니까?)

무뚝뚝한 상인과의 협상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제주인의 동류의식에 호소해볼 수 있다. 본토와 떨어져 오랜 세월 수난을 겪은 이 곳 사람들은 서로 돕고 살자는 의식이 어떤 곳보다도 강하다. 의외로 이 전략이 먹혀 선선히 가격을 깎아줄지도 모른다. 이때도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이 말을 건네는 순간 상인은 되물을 것이다. "제주라? 어디?" 이때는 단답형식의 대답을 하되, 지나치게 구체적인 읍면동 단위의 지명을 돼서는 안 된다. 바로 그 순간 '누구 알아?' 식의 답이 돌아와 곤혹스러울 테니. 대신 '제주시' 정도로 다소 막연하게 답하는 것이 좋다.

위의 몇 마디를 잘 익혀 제주에서 유쾌한 경험 해보시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