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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26일 12시 12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8월 26일 14시 12분 KST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가 여성에게 주는 5가지 교훈

다 아는 사실을 미주알고주알 떠드는 사람만큼 매력 없는 대화 상대는 없다. 그런 점에서 영화 그레이스는 진부한 사실에 시간을 쓰지 않는 진중한 사람 같다. 영화 말미 어디에서도 그레이스의 차량 전복 사고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 중간 그녀의 심적 고통이 극대화 됐을 때 복선처럼 모나코 산길의 불길한 운전 장면이 등장할 뿐이다. 우리가 이 영화에서 배워야 할 마지막 교훈은, 가능하면 입을 다물라는 것이다. 모두 다 아는 사실들뿐만 아니라 확실치 않은 일까지 떠벌리면서 상대에게 존중 받길 바라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쇼박스

* 영화 선택은 취향의 문제다. 선택이 다를 수는 있어도 틀릴 수는 없다. 누군가는 프랑스 예술 영화를 좋아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헐리웃 블록버스터 부류에 열광한다. 여전히 중국 무협 영화나 홍콩 느와르에 집착한다고 비난 받을 이유는 없다. 자신의 취향을 남들에게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대중의 일방적인 환호나 질타가 쏟아지는 영화에는 왠지 모르게 관심이 간다. 그런 영화들이 취향에 대한 집단적 강요의 산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간혹 문제적 영화를 나 혼자만의 취향으로 검증하려는 것도 그래서다. 국내에서 환호 일색이었던 <설국열차>는 일부러 눈을 치켜뜨고 봤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다는 생각에 불편했다. 또 지나치게 가르치려는 듯한 태도가 거슬렸다. 블로그에 내 취향을 솔직히 썼다가 크게 혼이 났다(설국열차 리뷰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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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이하 영화 그레이스)를 검증했다. <설국열차>와는 정반대 이유에서다. 이 영화는 흥미로운 소재에도 불구하고 질타 일색이다. 볼 것이라고는 주연을 맡은 니콜 키드먼의 미모와 의상, 아름다운 모나코의 풍광뿐이라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이번에는 눈을 더 둥그렇게 뜨고 봤다. 역시나 이번에도 집단적 강요가 과하다는 인상이다. 영화는 의외로 보고 생각할 것이 많았다. 특히 이 땅의 젊은 여성들이라면 배워야 할 것이 많았다. 다섯 가지로 정리해봤다.

point 1: 모든 여성은 동화(fairy tale)를 꿈꾼다. 백마 탄 왕자의 손에 이끌려 가는 '그 후로 영원히 행복한'(happily ever after) 삶이다. 동화는 그렇게 끝을 맺지만 현실은 다르다. 많은 영화들이 동화의 해피엔딩에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어느 영화보다도 더 동화의 끝에 대해 구체적이었다. 오스카상을 수상한 헐리웃 스타 그레이스 켈리는 모나코 왕국 레이니어 왕의 구애로 왕비가 됐다. 하지만 정작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닥을 드러낸 왕국의 재정과 호시탐탐 왕국을 노리는 프랑스, 그리고 적대적인 모나코 왕국 사람들뿐이었다. 젊은 여성들은 모두 동화를 꿈꾸지만, 동화의 끝에는 참혹한 현실과 냉혹한 책임이 기다린다.

point 2: 모나코에서의 삶에 슬슬 회의를 느끼는 그레이스에게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접근해 배역을 제의한다. 훗날 숀 코네리 주연으로 큰 성공을 거둔 <마니>의 주역 마니 역이다. 과거 그녀는 모든 소녀가 꿈꾸는 동화를 완성하기 위해 헐리웃 여배우라는 직업을 스스로, 기꺼이 버렸다. 그런 그녀가 다시 헐리웃 여배우로 복귀하려 한다. 헐리웃은 동화를 꿈꾸는 곳이다. 그레이스는 참혹한 현실과 냉혹한 책임뿐인 동화의 끝에서 다시 동화가 시작되는 곳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끝내 자신이 선택한 남편과 가족, 그리고 나라를 송두리째 버릴 수는 없었다. 대신 그녀는 인생 최고의 배역을 선택한다. 바로 모나코 왕국의 왕비 역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치밀한 배역 연구와 준비 끝에, 그녀는 모나코 강탈을 선언한 프랑스에 맞서기로 한다. 진정 동화를 꿈꾸는 젊은 여성들이라면 우연찮게 생길 행운에 집착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것을 확고히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point 3: 조세를 강요하며, 국경을 봉쇄한 프랑스. 그레이스는 조만간 몬테카를로를 거쳐 모나코 왕국을 침공할 유럽 최강대국에 과연 어떻게 맞설 것인가? 더욱이 상대는 툭하면 무력시위를 통해 권위를 과시하는 드 골 대통령이다. 그는 드 골과 프랑스가 상징하는 물리력에 사랑으로 맞서기로 했다. 모나코에서 적십자 총재 회담을 개최하고 전 세계 주요 인사와 부인들을 초대했다. 그들을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매혹시켰다. 그리고 그레이스 일생일대의 연설을 쏟아냈다. 물리력이 아니라 사랑으로 바꾸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내용의, 어느 누구보다도 소박하고 솔직한 연설이었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에서 많은 남성들이 어떤 말을 쏟아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여자는 그저 예쁘면 다 돼.' 하지만 그레이스가 아름다운 것은 외양만이 아니었다. 진정한 미(美)는 지켜야 할 원칙을 위해 분연히 일어서는 용기, 그 일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도전에서 비롯된다. 오스카상 시상식의 그레이스는 그저 예뻤지만, 위기의 가정과 국가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그레이스 왕비는 진정 아름다웠다.

point 4: 모나코 왕국에는 돈도, 군대도 없었다. 그레이스에게는 그 왕국 내의 지지 세력마저 없다. 유명세나 그녀에 대한 관심이 그녀가 가진 전부다. 판돈이 적은 도박판 참가자가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은? 판을 키우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설픈 도박판 참가자들은 금방 꼬리를 내리게 마련이다. 그레이스 왕비가 전 세계의 여론과 관심을 자신과 모나코 왕국으로 돌리자, 명분 없는 모나코 강탈 작전을 강행하려던 드 골과 프랑스는 꼬리를 내리고 만다. 젊은 여성들도 자꾸 자신이 가진 판돈이 부족하다고 투덜대지만 마라. 대신 판을 키워라. 원칙과 용기를 분명히 하되, 도전의 영역이나 목표를 더 크고 넓게 잡아라. 그것이 성공의 첫 걸음이다.

point 5: 다 아는 사실을 미주알고주알 떠드는 사람만큼 매력 없는 대화 상대는 없다. 그런 점에서 영화 그레이스는 진부한 사실에 시간을 쓰지 않는 진중한 사람 같다. 영화 말미 어디에서도 그레이스의 차량 전복 사고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 중간 그녀의 심적 고통이 극대화 됐을 때 복선처럼 모나코 산길의 불길한 운전 장면이 등장할 뿐이다. 우리가 이 영화에서 배워야 할 마지막 교훈은, 가능하면 입을 다물라는 것이다. 모두 다 아는 사실들뿐만 아니라 확실치 않은 일까지 떠벌리면서 상대에게 존중 받길 바라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