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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14일 08시 34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4월 15일 14시 12분 KST

부울경의 변화를 주목한다

국민이 승리했다.

박근혜 정부의 오만을 심판하기 위해, 승리할 수 있는 야당후보를 골라내서 찍었다. 삶의 내력을 보고, 지난 4년 묵묵히 성실하게 지역에서 활동하거나, 정치의 명분이 확실한 야당 후보들을 선택했다.

호남의 선택에 대해 말이 많다. 김종인씨의 책임이 크다. 그가 햇볕정책을 조롱하고 DJ를 경멸했을 때 그들이 느꼈을 모욕감을 한번쯤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더 심각한 것은 공천의 실패다. 비례대표 사태와 동일하게, 호남의 나눠먹기가 심각했다. 명분이 없는 선거에서 결국 행태에 대한 반감이 퍼져나갔을 뿐이다.

호남의 결과에 대해 문재인 대표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 다만 어렵게 만든 공천의 제도들이 무력화될 때, 막판에 어이 없는 호남의 전략공천이 이루어질 때, 왜 방관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다. 쭈뼛쭈뼛하지 말고, 호남 책임론 이런 거 흔들리지 말고, 당을 정상화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

부울경의 변화를 주목한다.

첫째는 부산의 경우, 대구와 동일하게 새누리당의 공천파동이 있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어려운 정치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지역을 지킨 사람들이다. 대부분 후보 개개인의 성실함과 삶의 내력이 승리의 원인이었다. 아무런 중앙당의 지원도 없이 이뤄낸 그들의 승리가 짠할 뿐이다.

둘째는 지역정치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 김해, 양산, 창원 등의 승리는 홍준표 지사의 공이 크다. 무상급식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와 반대운동의 동력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부산도 마찬가지로 서병수 시장에 대한 반감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가 매우 중요하다. 20대 국회에 들어가는 모든 야당 의원들이 이 부분을 주목해 주었으면 한다. 위기감이고 불안감의 표시다. 울산에서 진보후보들이 압도적으로 당선되고, 창원의 노회찬 후보 당선을 위해 모든 정파를 초월해서 그야말로 발 벗고 나서고, 거제에서 박빙 승부를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거대한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미 거제의 조선소들은 인력감축에 돌입했다. 울산도 마찬가지다. 창원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불안감은 부울경의 중심도시 부산에도 미친다. 그동안 부울경을 떠받혔던 조선, 철강, 자동차 등 핵심산업들이 비틀거리고 있다. 그야말로 앞날이 깜깜하다는 불안감이 도시 전체를 덥치고 있다.

우리 학생들하고 얘기를 해 보면 알 수 있다. 대부분 부모님들이 관련 기업에 다니고 듣는 것이 있으니 불안한 거고, 자신들의 취업도 관련되니, 투표를 많이 한 것 같다. 부울경의 경우, 지역 대학의 졸업생들은 대부분 지역에서 일자리를 얻었으나, 앞으로는 정말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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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실시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울산 동구 무소속 김종훈 후보(왼쪽)와 울산 북구 무소속 윤종오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되자 환호하고 있다.

그렇게 국민 각자가 절실한 심정으로 골라 골라 투표를 했고, 이렇게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두었다. 20대 국회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우선 당을 정상화시키는데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정책이란 거, 그렇게 쉽게 만들어 지지 않는다. 정책이 만들어지는 정치적 과정이 필요하다. 몇몇 전문가나 혹은 전직관료 등이 뚝딱뚝딱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새로 국회에 들어가는 야당의원들에게 부탁한다. 민중 속으로 들어가라. 중도니, 외연 확장이니 떠들지 말고. 민중 속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애로를 듣고 함께 대안을 만드는 아주 원론적인 의미의 '정치'를 시작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