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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10일 10시 42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2월 11일 14시 12분 KST

[개성공단 폐쇄 1년] 3. 민주당과 '안보는 보수' 프레임

"문제는 우리의 적들이 무슨 일을 했느냐가 아니라, 우리 친구들이 무슨 짓을 했느냐 하는 거 였어요" (한나 아렌트의 말, 42쪽)

1년 전 개성공단이 문을 닫을 때 정말 참담했다. 정부 때문만은 아니었다. 민주당, 바로 김종인 지도부가 보여준 태도 때문이었다. 우리(나 같은 사람이나 개성공단 기업인)를 대변해줄 정당이 갑자기 사라졌고, 우리는 비바람 부는 광야에 내팽개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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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폐쇄' 1년을 맞아 공단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도라산전망대에서 개성공단 해질녘을 촬영했다. 파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 김종인 지도부의 대응

그들이 개성공단 중단을 비판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종인은 북한 궤멸론을 주장했고, 개성공단 중단에 대해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답을 요구하고 설명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와 대변인도 개성공단 중단을 비판하면서도 "개성공단 중단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전제했다.

당시 영입인사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수혁은 정부의 확성기 방송이 불가피하다고 말해서 우리를 경악시켰고, "지금은 제재국면이기 때문에, 강경정책을 비난만 할 수는 없다"고 정부편을 들었다. 그리고 김현종은 "개성공단을 폐쇄시킬 수 있어야"라고 아주 대놓고 말했다.

홍용표가 명백한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상임위원회를 통해 드러난 시점이다. 외교통일위원회의 민주당 의원들은 문제의 실체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문제는 지도부였다. 정상적이라면 위증죄에 대해 문제를 삼거나, 아니면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거나(통과 여부는 부차적이고, 문제의 실체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거짓말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

당 지도부는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거짓말을 덮었다. 통일부는 명백하게 드러난 거짓말을 아무 거리낌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정말 외로웠다. 당시 외국 대사들과 토론하는 모임이 있었는데, 내가 야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을 하자, 어떤 대사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야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던데요"라고. 이 땅의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참담한 시절이었다.


2. 민주당의 정략적 접근의 문제

김종인 지도부는 왜 그랬을까? 선거가 임박해 있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쟁점을 만들지 않겠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안보는 보수'라는 프레임은 김종인 지도부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적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이 종북프레임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안보는 보수'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강경정책에 각을 세우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정부도 외교안보 문제를 정략으로 접근하고, 야당도 정략으로 접근했다. 얕은 생각이다.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첫째, 대북강경정책에 편승하면서, 민주당은 호남의 지지를 잃었다. 호남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바람이고, 야당을 지지하는 명분이고 자존심이다. 김종인 지도부는 호남의 정체성을 부정했다. 그래서 국민의 당이 탄생했다.

둘째, 정부의 정책 실패를 드러낼 기회를 잃었다. 김종인 지도부는 외교안보 문제를 이념으로 접근했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에서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념으로 접근하면, 다시 말해 색안경을 쓰면 현실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 정부는 법을 어겼고, 통일부 장관은 거짓말을 했다. 정부의 무능을 드러낼 결정적 국면이고, 안보무능의 증거가 드러난 시점이었다. 그러나 김종인은 색안경을 쓰고 못 본 체했다.

야당의 얕은 판단으로 정부는 '종북프레임'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종북프레임은 정부의 정책실패를 합리화하고, 얼마든지 수세적인 상황을 공세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종북 프레임의 가장 큰 문제는 정책경쟁의 기회를 앗아간다는 점이다. 광장에서 토론을 해야 하는데, 시끄러운 스피커를 틀어서 대화가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무능하고 부패한 자들이 소음 속에서 몸을 숨길 수 있었다.

왜 최순실의 국정논단이 드러나지 않았을까? 언제든지 소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소음 면허증을 허용한 사람도 공범이다.


3. 아직도 외교안보 문제를 정략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아직도 야권의 대권 주자 중 1년 전 김종인처럼, 색안경을 쓰고, 안보는 보수라는 깃발을 들고, 정부의 무능을 덮으려는 사람이 있다.

알지도 못하면서 유엔안보리 제재 때문에 개성공단 재개가 어렵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박근혜 정부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안보는 보수'파, 정말 문제가 많다. 나라가 썩어 들어가도 색안경만 쓰고 있을 사람들이다.

최소한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다른 분야는 몰라도 외교안보 문제에서 실력을 갖추기를 정중히 요구한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개성공단 폐쇄 1년]

1. 유엔제재 때문에 개성공단 재개가 어려울까?

2.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