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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09일 10시 50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2월 10일 14시 12분 KST

[개성공단 폐쇄 1년] 2.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거짓말

뉴스1

2016년 2월 12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임금이 대량파괴무기(WMD)에 사용된다는 우려는 여러 측에서 있었다. 관련 자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2월 14일 KBS 방송에 나와서는 "개성공단의 임금, 기타 비용 등 돈의 70%가 서기실 등으로 전해져서 쓰여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임금이 핵개발 자금으로 쓰여진 증거가 있다"는 발언이다. 이 말은 당시에도 문제였고, 앞으로도 문제다. [개성공단 폐쇄 1년] 1편 글에서 이미 강조했지만, 북한으로 들어가는 대량현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쓰여지면, 그 자체가 유엔 제재에 해당된다.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이 말의 진위가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발언은 아무런 증거가 없는 거짓말이다.


1. 통일부도 누구도 임금의 30%를 사회문화 시책비로 사용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개성공단 기업들이 사회보험료를 공제하고, 임금을 달러로 개성공단 총국에 지급하면, 그중 30%를 사회문화 시책비로 우선 공제한다. 이 돈은 개성시 인민위원회로 간다. 쉽게 말해 일종의 세금이다.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공공서비스와 사회간접자본 구축에 사용한다. 개성공단이 들어선 이후 개성시가 많이 달라졌다.

용도가 분명한 이 돈은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


2. 통일부는 나머지 70%가 당 39호실로 들어간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기관 자체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당 39호실은 조선노동당 3호 청사 9호실이라는 뜻인데, 일반적으로 북한에서 외화를 관리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2012년 일본경제신문을 인용, 39호실이 폐지되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그래서 기자들이 물었다. 39호실이 폐지되었다는 보도가 있는데, 사실이냐? 만약 그것이 사실이면 있지도 않은 기관으로 돈이 들어갔다는 주장인데, 말이 되냐고?

통일부는 이후 북한의 외화관리 체계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겨우 익명의 관계자라고 숨어서 "북한의 재정 흐름을 솔직히 알 수 없다"고 고백했다.


3. 임금 70%는 어떻게 사용될까?

임금 70%의 용도에 대한 그 이전의 공식 설명은 무엇일까?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고, 유엔안보리가 제재결의안을 채택했고, 개성공단 임금을 우려할 때,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 있다.

"개성공단 임금 지급액의 70% 남짓이 순수하게 북한 근로자 몫으로 돌아간다" 구체적인 세부내역도 설명했다. 이후 통일부의 공식 설명은 달라진 적이 없다.

개성공단 총국이 기업에게 달러로 임금을 받는다. 총국은 그중 대부분을 북한의 '민족경제연합회'(이하 민경련)에 전달한다. 민경련은 그 돈을 무역업체에 준다. 무역업체는 그 돈으로 개성공단 노동자에게 돌아갈 현물임금(식품과 생필품 등)을 중국, 러시아,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사온다.

2월 15일 국회의 외교통일위원회가 열렸고, 당시 회의에서 이해찬 의원이 무역업체, 즉 호주교포 송 사장의 사례를 소개했다. 송사장은 로바나무역 대표인 송용등 씨다. 그가 바로 민경련에서 돈을 받아서, 개성공단 근로자에게 돌아갈 현물을 해외에서 조달한 당사자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 대부분의 생필품을 중국, 러시아 등 외국에서 수입해 개성시와 개성공단에 공급하는데, 도로 사정이 나빠 물류비가 많이 들고 시세가 있어 높은 수익을 낼 수 없다" 고 말하면서 "북한을 조금만 연구해도 개성공단 임금의 70%가 평양으로 간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없다"고 비판했다.


4. 개성의 전용상점에 있는 식품(쌀과 밀가루) 가전제품(텔레비젼 등) 생활필수품(옷이나 신발 등)은 어디서 났을까?

임금 70%는 현물과 현금으로 나눈다. 현금은 공식환율로 계산해서 북한 원화로 받는다. 개성공단 노동자는 당연히 현물임금을 선호한다. 그래서 꾸준히 현물임금의 비중이 높아졌다.

현물임금은 물표(쉽게 말하면 상품권)로 받고, 이것을 갖고 전용상점에 가서 물건을 산다. 그 물건은 바로 송 사장 등이 해외에서 대부분 조달한 물건 들이다. 임금 70%의 대부분이 기업-총국-민경련-무역업체-전용상점-노동자로 흘러가는 것이다.

2006년부터 2016년 10년 동안 개성공단 임금 때문에 얼마나 시비가 많았는가? 통일부는 임금 흐름에 대한 상당한 조사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전용상점의 운영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장관은 몰랐다. 이 분야에 종사한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을 모른 채, 그야말로 근거 없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다 떠나서 홍용표에게 묻고 싶다. 당신 말처럼 70%가 당으로 들어가서 핵과 미사일 개발자금으로 사용되었다면, 도대체 전용상점에 파는 물건들은 어디서 난 것이냐고?


5. 홍용표가 말한 증거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홍용표의 말을 듣자마자, 그것이 거짓말인 줄 알았다. 증거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국회의 외교통일위원회가 열리면 곧바로 비공개회의를 제안해서 자료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나 마나 통일부는 "관련자료가 정보사항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나올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상임위가 시작되자마자, 당시 정세균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서, 정보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비공개로 하자고 제안했다. 아마 홍용표는 국회 경험이 없어서 야당이 그렇게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보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비공개회의가 열린 적이 적지 않다.

여당과 야당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는 동안, 비공개 회의를 해도 특별히 확인할 자료가 없다는 것이 금방 밝혀졌다. 처음부터 자료가 없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당시 회의록(2016. 2. 15)을 잠깐 소개한다.

정세균: " 아니 근거가 있냐구요? 있어요 없어요? ....아니 있는지 없는지를 왜 답을..........한국말 하는데.....

홍용표: 확증이 있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없고요.

정세균: 아니 그러면 증거가 없는 겁니까?

홍용표: 확증이 없기 때문에 성명에도 '보인다'라고 얘기를 했고, 그 다음에도 '확인할 수 없다'라고 기자한테 얘기를 한 것입니다.

12일 기자회견과 14일 KBS 대담에서는 분명히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홍용표는 국회에서 자기가 분명히 한 말을 부정했다.


6. 증거가 있다는 거짓말이 결국 진퇴양난으로 몰아갔다.

1년 전 나는 "만약 홍용표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우리 정부가 유엔결의안을 위반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개성공단 임금의 70%가 핵개발 자금으로 전용되었다는 자료를 갖고 있었으면 당연히 유엔 제재이행보고서에 그것을 명시해야 하고, 즉각 개성공단을 중단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그런 자료를 갖고 있으면서, 유엔에 보고도 하지 않고 개성공단을 계속 운영한 것이 말이 되느냐? 는 문제제기였다.

개성공단을 닫는 명분을 찾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는데, 그 거짓말을 사실이라고 우기면 이번에는 유엔결의안을 위반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결국 홍용표는 국회에서 '우려는 있지만 근거는 없다' '오해를 일으켜 송구하게 생각한다'는 사과를 하게 되었다.


7. 근거 없는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다

이것이 1년 전 벌어졌던 진실이다. 물론 통일부는 이후 국회발언을 다시 뒤집고, 대통령과 총리가 국회에 나와 '임금 70%가 39호실로 들어가고, 그것이 핵과 미사일 자금으로 쓰여졌다'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다.

월요일 개성공단 세미나에서 화가 난 것은 통일부가 그런 거짓말을 1년이 지나서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저 말은 조금만 들여다 봐도 금방 거짓말임을 알 수 있다.

요즘 가짜 뉴스가 판친다. 이 말이 바로 전형적인 가짜 뉴스다. 가짜 뉴스는 범죄다. 왜 범죄에 동참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게 나라냐?'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개성공단 폐쇄 1년]

1. 유엔제재 때문에 개성공단 재개가 어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