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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08일 10시 21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2월 09일 14시 12분 KST

[개성공단 폐쇄 1년] 1. 유엔제재 때문에 개성공단 재개가 어려울까?

뉴스1

통일부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때문에 개성공단 재개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근거 없는 주장이다. 왜 그런가?


1. 개성공단은 제재 상황을 고려해서 만들어졌다.

개성공단은 핵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핵문제가 발생해서 문을 닫은 것도 아니다. 개성공단은 핵문제라는 상황에서 만들어졌다.

개성공단을 만들 때, 가장 큰 애로는 미국의 대북제재였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의 제재는 상임이사국 5개국의 만장일치로 결정된다. 다시 말해 중국과 러시아가 합의하는 수준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구멍이 적지 않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아직까지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포괄적 제재가 유엔의 다자제재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개성공단을 2000년 정상회담에서 합의하고도 2004년 12월 15일에 첫번째 공장을 준공한 이유도 미국의 제재 때문이었다. 그중에서도 재수출 관련 조항(미국산 부품, 기술, 로열티가 10% 이상 포함된 물건을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에 수출할 때는 미국 상무성의 허가를 얻어야 함)에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나는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직접 상무성을 방문한 적이 있다)

공장에 들어갈 모든 설비 부품 목록을 작성해서, 미국 상무성의 허가를 받았다. 당시 미국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군사적으로 전용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의 모든 설비에 RFID(쉽게 말하면 우리 신분증 등에 붙이는 칩)을 부착했다는 점을 미국 상무성은 높게 평가했다.

이 부분은 중요하다. 이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한 대부분의 대북 제재결의안에서 가장 핵심적인 분야는 바로 군사적 전용가능성이다. 한미 양국은 최소한 개성공단에 들어간 설비들의 군사적 전용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합의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수많은 조항들(군사적 전용가능성이나 화물 적재, 환적, 검색, 통관 등)은 개성공단에 해당되지 않는다. 가장 모범적으로 이중용도 제품(민수용과 군수용)의 판정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2. 대량현금(Bulk cash)은 어떨 때 제재의 대상이 될까?

안보리의 결의안에 따라 개성공단 임금을 지급할 수 없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 대량현금의 지급에 관한 규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포괄적으로 채택된 것은 2006년 1차 핵실험 때부터다. 안보리 결의안 1718호(2006.10.14) 1874호(2009.6.12)에서는 대량현금에 대한 규정이 없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13년 3월 7일 채택된 2094호부터 북한에 대한 대량현금에 대한 조항이 등장한다.

11항에서는 분명하게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대량현금 이전을 금지했고, 14항에서는 결의안에 규정한 조치들을 회피할 목적의 대량현금 이전에 우려를 표명했다.

(11항: 핵 또는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과 기존결의안에 부과된 조치들을 회피하는 데 기여하지 않도록 ....대량현금의 제공을 방지할 것을 결정한다.

14항: 북한에 대한 대량현금의 이전이 기존 결의안에 의해 부과된 조치들을 회피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데 우려를 표명.)

무조건 대량현금이 들어가는 것을 막은 것이 아니다. 북한에 대한 안보리 결의안은 지속적으로 강화되었지만, 포괄제재가 아니라 여전히 표적제재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대량현금의 용도에 대해 분명한 근거를 규정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3. 통일부는 2016년 1월 22일까지 개성공단이 유엔 제재 결의안(특히 대량현금 관련 조항)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북한은 2016년 1월 6일 4차 핵실험을 했다. 2주일 후인 1월 22일 통일부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있었다. 그때 통일부는 분명하게 "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에서 차지하는 분명한 위치가 있다. ....그런 것들이 이해됐기 때문에 그간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이 국제적 공감대 속에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1월 22일은 어떤 시점인가? 4차 핵실험 2주일 후고, 유엔안보리가 제재결의안을 논의하는 과정이었다. 당연히 미국이나 일본은 한국의 입장을 중시한다. 그래서 우리가 제재결의안 초안 작성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당시 개성공단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기본입장은 무엇인가? 유엔 제재결의안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통일부 업무보고가 분명한 증거다.

2월 10일 개성공단 폐쇄는 유엔의 제재결의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4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결의안 2270호는 3월 2일 채택된다. 2월 10일 결정을 할 때 유일하게 근거를 삼을 수 있는 유엔 결의안은 2094호다.

통일부는 업무보고에서 2094호가 개성공단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다시 말해 유엔결의안은 개성공단 폐쇄의 근거가 아니다.


4. 개성공단 폐쇄 이후 채택된 결의안 2270호(2016.3.2)와 2321호(2016.11.30)는 사후적 근거가 될까?

2321호에서는 북한 내 외국은행 지점의 폐쇄를 결정했기 때문에, 개성공단 안에 있는 우리은행 지점을 다시 열 수 없다. 은행지점이 없어지면 임금지급이 불가능한가? 반드시 그렇지 않다. 내가 만난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우리은행이 없어지면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외화 반출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방식으로 현금을 갖고 가서 지급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패쇄한 이후 채택한 2개의 결의안에 개성공단을 닫을 만한 규정이 있는가? 없다. 대량현금에 대한 규정은 두 결의안 모두 기존결의안 내용을 재확인하고 있다.

(결의안 2321호의 경우 35. Reiterates its concerns that bulk cash may be used to evade measures imposed by the Security Council and call upon member states to be alert to this risk)

1월 22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강조한 '해당되지 않는다'의 근거가 추가되지 않았다.


5. 개성공단 재개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1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베트남으로 떠난 기업이 10여곳 되고, 인도로 간 기업도 있다. 어떤 기업들은 케냐와 이디오피아까지 대체부지를 찾아 관람 여행을 하기도 했고( 이부분은 〈3. 최순실이 개입한 흔적〉에서 다룰 예정), 어떤 기업들은 보상만 해주면 다시 개성공단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고 한다.

엎어진 물을 다시 마술처럼 되돌릴 수 있겠는가? 떠난 기업도 있고, 포기한 기업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다시 가겠다는 기업도 있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언제나 희망의 꽃은 절망의 땅에서 핀다. 나도 기업인들도 그 누구도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재개를 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잘 안다.

그런데 왜 국민들이 세금 내서 공무원에게 월급을 주겠는가? 어려운 일 해결하라고 뽑아 놓은 것이다. '쉽지 않아요' 그런 말은 지나가는 행인도 한다. 교류협력 하라고 통일부를 만들었다. 중단하고 폐쇄하고 금지하라고 만든 부서가 아니다.

당연히 핵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시작하고,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노력도 동시에 해야 한다.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으면서 개성공단의 문을 다시 열 방법을 찾으라는 말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유엔안보리 결의안 때문에 개성공단을 재개할 수 없다는 주장은 거짓말이다.


* 다음으로는 〈2. 홍용표 장관의 거짓말〉을 다룰 예정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