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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07일 11시 16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11월 08일 14시 12분 KST

나쁜 엄마가 되기는 쉽다

아무리 장보고 밥하고 차리고 먹이고 치우고 씻기고 재우고 깨우고 차리고 먹이고 입히고 학교 보내고 치우고 빨래하고 장보고 하교하면 학습지 시키고 잔소리 해대고 씻기고 재우기를 수만 번 반복해도. 아이가 손톱 안 깎은 지 좀 돼서 시커멓게 때가 꼈다. → "엄마는 뭐하냐?" 일 년 만에 훌쩍 커서 소매가 좀 짧아졌다. 새 옷 사줄 겨를이 없었다 → "엄마 신경 안 써주시나 보네." 반찬 챙기고 교복 챙기고 숙제 챙겼지만 준비물 하나 까먹었다. → "역시 맞벌이 집 애들은 표시가 나." 일주일 내내 집에서 해 먹이다가 하도 졸라서 맥도널드 갔다' → "요즘 엄마들 애들 건강 하나도 생각 안 한다." 이걸 다 클리어 하면 칭찬 들을 것 같지? 꿈도 야무지네.

Gettyimage/이매진스

아무리 장보고 밥하고 차리고 먹이고 치우고 씻기고 재우고 깨우고 차리고 먹이고 입히고 학교 보내고 치우고 빨래하고 장보고 하교하면 학습지 시키고 잔소리 해대고 씻기고 재우기를 수만 번 반복해도.

- 미용실 가야 하는 거 몇 주 지나 머리가 지저분하다. → "엄마가 그런 거 신경 안 쓰냐?"

- 아이가 손톱 안 깎은 지 좀 돼서 시커멓게 때가 꼈다. → "엄마는 뭐하냐?"

- 일 년 만에 훌쩍 커서 소매가 좀 짧아졌다. 새 옷 사줄 겨를이 없었다. → "엄마 신경 안 써주시나 보네."

- 반찬 챙기고 교복 챙기고 숙제 챙겼지만 준비물 하나 까먹었다. → "역시 맞벌이 집 애들은 표시가 나."

- 일주일 내내 집에서 해 먹이다가 하도 졸라서 맥도널드 갔다. → "요즘 엄마들 애들 건강 하나도 생각 안 한다."

- 둘째가 아파서 벌써 연차 내고 병원 다니다 보니 큰 애 학교에서 부르는 건 못 갔다. → "이래서 맞벌이 엄마들은 민폐임."

- 애가 학교에서 싸웠음. → "엄마 전업임? 집에 있으면서도 뭐하냐? 이래서 여자는 애만 끼고 살면서 사회 경험이 없으면 안 됨. 아, 엄마가 맞벌이야? 애가 저 모양이면 집에서 애 교육이나 제대로 시킬 것이지 얼마 번다고 나다녀서 애를 저 모양으로 만들어?"

'엄마'로서 요구되는 그 수많은 일을 매일같이 해내다가 작은 거 하나만 잘못 해도 '쯧쯧'이 들린다. 애들 머리가 좀 길어도 쯧쯧. 애들 옷이 좀 후줄근해도 쯧쯧. 운동화가 더러워도 쯧쯧. 집에서 책 많이 안 읽혀도 쯧쯧.

물론 이걸 다 클리어 하면 칭찬 들을 것 같지? 꿈도 야무지네. 다음 퀘스트는 살림.

집안이 지저분하면 욕 먹고, 찬장 정리 냉장고 정리 안 되고 못 먹고 버리는 거 있으면 욕 먹는다. 외식하면 당연히 욕 먹고, 하루 종일 참다가 애들한테 5분 폭발해도 엄마가 그래서 되나 쯧쯧. 일주일 집구석에서 애들이랑 씨름하다가 두 시간 맡기고 나와서 커피 한 잔 해도 팔자 좋은 여자들 쯧쯧.

아, 살림까지 잘 하면 욕 안 먹을 줄 알았지?

시댁 챙기는 건 기본. 친정에서도 당연히 딸이 좀 더 신경을 쓰는 거다.

오, 가족들까지 잘 챙긴다고? 그럼 마지막 코스.

당신 예쁜가? 날씬한가? 남편 잘 내조하는가? 요즘 여자들 너무 편하게 살아서, 결혼하면 막 퍼지고 화장도 안 하고 외모 관리도 안 하고, 집안 일도 남편들 시켜먹으려고 한다. 출근하는 남편한테 음식 쓰레기 버리라고 시키고 싶냐.

오! 이것까지 다 잘 한다고? 애 둘 낳아서 유기농 집밥 세 끼 완벽 육아에다 예쁘고 날씬하며 옷도 싼 걸로 맵시 있게 잘 입고 남편 잘 섬기고 시댁에도 잘 하고 친정에도 살가운 딸이며 살림까지 잘 한다고?

자, 그러면 진짜 마지막 퀘스트.

이 모든 것을 200만원 이하로 해결하면서 그 돈을 쪼개어 남편 용돈 시댁 용돈까지 몰래 더 챙겨줄 수 있는 센스를 발휘하고, 재테크도 해서 10년에 아파트 하나 마련하고, 육아는 알아서 독박하고, 그러면서 남편에게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가지고 살면 당신은 개념녀다. 싫다고? 못하겠다고? 김치녀. 맘충. 니네가 그래서 욕을 먹는 거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