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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08일 10시 11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2월 07일 14시 12분 KST

별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 실망하는 9가지

은하수는 우리 은하의 단면이다. 검은 하늘을 허옇게 가로지르는데, 은하수를 처음 보는 사람은 대부분 구름으로 착각한다. "맑은 날에 웬 구름이지?"라면서... 30여년 전에 봤던 진하고 암흑대가 선명한 화려한 은하수를 이제 국내에서는 볼 수 없다. 그 세월 동안 가로등과 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인공불빛이 늘어나면서 하늘의 별은 안 보이게 됐고 은하수마저도 가려졌다. 빛이 없는 어두운 관측지에 가야만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다.

"별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10가지"와 반대로 처음 보는 사람들이 실망하는 대상은 어떤 게 있을까?

별을 보는 게 취미라고 하면, 신기해하면서 낭만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언제 나갈 때 나도 좀 데리고 가"라는 말을 곁들이며...

이전 글에도 언급했듯이 백 명 중 아흔여덟 명은 따라오지도 않으며, 그 중 한 명은 한 번 이상은 나오지 않는다.

어렵게 관측지에 따라오면 "접안렌즈 중간에 허옇게 무언가 뭉쳐있는 것을 봐"라는 얘기를 듣지만 '이게 뭐라고 이 어둡고 멀고 추운 데까지 잠도 안 자면서 오는 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다.

별에 대해 관심이 없어도 어딘가에서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실제로 보면 '정말 이건가' 싶은 생각이 드는 대상들을 정리해봤다.

1. 별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보면 어떻게 보일까?'라는 게 처음 별을 보는 사람들의 가장 큰 궁금증일 것이다. 맨눈으로 본 하늘에서도 밝게 빛나는 별인데 천체망원경으로 보면 더 잘보이겠지... 하지만...

별은 천체망원경으로 봐도 점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큰 천체망원경으로 봐도 점으로 보이는 게 별이다. 별은 짧게는 수십년, 길게는 130억년 전의 빛이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하늘에 보이지만, 실제로는 없는 것일 수도 있다. 별은 별의 형체를 보는 게 아니라 오래 전의 빛을 보는 것이다.

천체망원경은 확대하는 기능도 있지만, 더 중요한 기능은 빛을 모아주는 것이다. 어두워서 안 보이는 것들을 보이게 해주기 때문에 눈으로는 별이 몇 개 보이지만, 천체망원경으로 보면 무수히 많은 별들을 볼 수 있기도 하다. 단, 점으로. (밝은 별이면 흰색이 아닌 고유의 색을 볼 수 있다.)

목동자리 알파별 아크투르스

처녀자리 알파별 스피카

거문고자리 알파별 베가

2. 안드로메다 은하 (M31)

30여년 전 최고의 인기를 끈 만화영화 '은하철도999'에 나와서인지,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는 안드로메다은하.

우리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로 250만광년밖에 안 떨어져 있다. (지금 눈으로 보는 안드로메다은하의 모습은 250만년 전 모습이다.) 아주 빠른 속도로 우리은하와 가까워지고 있으며, 이제 곧 우리 은하와 충돌할 예정이다. (이제 충돌까지는 37억 5천만년밖에 남지 않았다.)

안드로메다은하를 얘기하면, 만화영화에 나오던 걸 실제로 본다는 데 큰 기대를 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면 나오는 NASA의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화려한 사진을 본 기억을 떠올리며 한껏 기대를 하는데...

안드로메다은하를 천체망원경으로 보면 검은 하늘에 허연 구름 하나가 뭉쳐있는 모습만 볼 수 있다. 수많은 별로 가득찬 타원형의 그 화려한 은하는 어디 가고, 흑백의 허연 구름이라니...

천체망원경을 통해 눈으로 보는 대상은 대부분이 흑백으로만 보인다. 사람의 눈이 인식할 정도의 색을 내기에는 빛이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구글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화려한 은하의 모습은 최소 30분 이상 노출을 주고 촬영한 사진이다.

초라한 허연 구름 같은 안드로메다 은하의 핵을 보여주면서 이렇게들 말한다. "세상 모든 개념이 뭉쳐있는 모습이다. 네 개념도 그 안에서 찾아봐라."

별지기들의 썰렁한 농담거리.

안드로메다은하 가운데 밝은 핵만 흑백으로 확인할 수 있다.

3. 말머리성운

의외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유명세 때문인지 관측지에 오면 말머리 성운을 볼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말머리 성운은 가을철 새벽부터 겨울철에 볼 수 있는 오리온자리에 있는 대상이다.

검은 암흑대가 말머리처럼 생겨서 그렇게 부르는데, 천체 사진을 찍는 아마추어들도 자주 찍는 대상이다.

그러나, 결론만 말하자면, 말머리성운을 천체망원경을 통해 눈으로 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아주 좋은 하늘에서 12인치 이상의 대구경 망원경으로 본 별지기분이 계신데, 관측 경험이 많은 이분의 말에 따르면 그러하다.)

IC434 말머리 성운 왼쪽의 밝은 성운이 불꽃성운이다.

4. 블랙홀

영화 인터스텔라의 영향인지, 최근 관측지에서 블랙홀을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게다가 자동 망원경의 메뉴에 떡하니 블랙홀이 있는 경우도 있다.

블랙홀은 말 그대로 빛까지 흡수하는 대상이다. 빛이 반사되지 않는데 눈으로 볼 수 있을 리가 없다. (자동망원경의 메뉴에 왜 블랙홀이 있는지는 미스터리다.)

블랙홀은 찍어놓은 사진도 없다. (인터스텔라 영화에 나온 블랙홀도 지금까지의 이론을 바탕으로 CG로 만든 것이지 실제 블랙홀 모양을 확인한 사람도 없다.)

5. 은하수

처음 보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10가지 중 하나로 뽑았으면서, 실망하는 대상에 뽑는 이유는 단 하나다. 은하수를 보고도 은하수인 줄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은하수는 우리 은하의 단면이다. 검은 하늘을 허옇게 가로지르는데, 은하수를 처음 보는 사람은 대부분 구름으로 착각한다.

"맑은 날에 웬 구름이지?"라면서...

30여년 전에 봤던 진하고 암흑대가 선명한 화려한 은하수를 이제 국내에서는 볼 수 없다. 그 세월 동안 가로등과 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인공불빛이 늘어나면서 하늘의 별은 안 보이게 됐고 은하수마저도 가려졌다. 빛이 없는 어두운 관측지에 가야만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다.

2년 전 관측지에서 은하수를 촬영하고 있는데, 근처에서 처음 별사진을 찍으시는 분이 열심히 여기저기 사진을 찍다가 철수하신 후 인터넷 카페에 은하수를 못 보고 와서 아쉽다라는 후기를 남긴 적이 있다. 은하수를 봤지만, 그것이 은하수인지 몰랐던 것이다.

은하수가 하늘을 가로지른다

은하수 타임랩스

6. 소행성

소행성이 지구에 가까이 지나간다고 TV 뉴스에 나오기라도 하면, 주변에서 연락이 온다. 소행성이 지나간다는데 관측 나가느냐고.

소행성을 찾아보는 것도 별지기에게는 재미있는 일이다. 2012DA14 소행성이 지나갈 때에는 인터넷 카페에 실시간으로 소행성이 어느 방향으로 지나가고 있다는 정보와 관측에 성공했다는 댓글이 실시간으로 달리기도 했다. (새벽에 전국 여러 관측지에서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댓글을 본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소행성을 천체망원경으로 보면 점 하나가 꼬물꼬물 움직여 가는 모습만 볼 수 있다. 영화처럼 불덩이가 날아가는 게 보이는 게 아닌... (그런 건 혜성 중에서도 대혜성이다.)

소행성의 움직임을 촬영한 영상이다. 눈으로는 좀 더 어둡게 보인다.

별하늘지기 (http://cafe.naver.com/skyguide) 이신구님 촬영 2012DA14 소행성 (14초부터 아래쪽부터 다른 별의 방향과 다르게 꼬물꼬물 올라오는 소행성을 볼 수 있다.)

7. 태양

유일하게 낮에 관측할 수 있는 천체 대상이자, 별이다.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본 이글거리는 홍염과 표면의 쌀알무늬, 덕지덕지 붙어있는 흑점을 떠올리면 매우 화려한 대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천제망원경에 태양 필터를 설치하고 보는 태양은 밋밋하기 그지없다. 운이 좋으면 표면의 흑점을 볼 수도 있다. (천체망원경으로 태양필터 없이 태양을 보는 건 실명에 이를 수 있는 아주 위험한 행위이다. )

태양 전용 망원경이나 비싼 홍염 관측용 필터를 사용하지 않는 한 교과서에서 봤던 그런 태양을 볼 수 없다.

태양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제공

8. 행성

"별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10가지"에도 있었던 대상이다. 목성, 토성, 화성의 경우 대부분 크기에 실망하지만 목성의 띠나 대적반, 토성의 고리, 화성의 극관이라면 보여주고 싶은 10가지로 주저 없이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셋을 제외한 행성들은 실망하기 쉬운 대상들이다.

가장 밝은 금성은 달처럼 반달이나 초승달 모양으로 보이는데 워낙 밝은 대상이다 보니 표면의 특징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밝다 정도... 그나마도 수성과 함께 내행성이다 보니 관측이 쉽지 않다. 수성과 천왕성, 해왕성은 별처럼 점으로 보인다. 그 중 천왕성은 아주 고배율(900배 이상 - 900배 이상의 고배율에서도 안정적으로 볼 수 있는 좋은 날이 1년 중 며칠이나 될까?)로 본다면 청록색 행성이 아주 조그맣게 보이지만, 색깔 말고는 별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열이면 열 모두 실망하는 대상이다. 토성의 고리를 보면 천왕성의 고리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천왕성은 토성보다 더 작고 또 더 먼 행성이다.

천왕성 - 위키피디아 사진

9. 혜성

2013년 말 세기의 최대 혜성 아이손 소식이 천문뉴스를 채웠다. 별지기들은 아이손이 오길 기다렸지만, 보름달만큼 밝아질 것이라던 아이손은 그다지 밝지 않았고, 태양을 도는 중에 소멸되고 말았다. 핼리혜성 등 유명한 혜성도 있고 가끔 예상 외로 밝거나 폭발을 일으켜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혜성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혜성은 안시로 관측하기 어렵다.

C2014E2 쟈크혜성

* 이 글은 네이버 천문 카페 별하늘지기 (http://cafe.naver.com/skyguide) 의 영상관측 소모임 회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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