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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30일 06시 23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30일 14시 12분 KST

완벽한 이상형과 결혼한 그녀가 이혼한 이유

사무실에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내 딸은 결혼한 건 사실이지만, 혼인신고도 안했다. 그리고 처녀나 다름없다. 초혼 대접을 받아야 한다. "

"아버님. 따님의 경우는 안타깝지만, 일단 결혼식을 올렸고, 부부로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사실혼에 해당하고, 그래서 재혼으로 재가입하셔야 합니다."

딸의 재접수 차 방문한 아버지는 분노와 안타까움으로 땅을 쳤지만,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도대체 딸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그녀가 처음 가입한 것은 2년 전이다. 당시 그녀는 30대 초반의 엘리트 공무원으로 명문대 졸업, 매력적인 인상과 늘씬한 몸매, 가정환경도 좋았다. 거기다가 남성들의 욕구를 발동시키는 섹시함도 있었다. 남자들이 줄을 선 건 당연했다.

그녀의 이상형은 다른 여성들과는 달랐다. 직업이나 학벌 같은 조건을 따지는 게 아니라 매너가 좋고 점잖은, 한마디로 인격적으로 완성된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이성상을 반영한 소개가 이뤄졌다. 첫번째 만남상대는 행정고시를 패스한 같은 공무원이었다. 심성이 착하고 지적인 엘리트라서 그녀의 상대로 낙점한 것이다. 얼마 후 여성의 항의 전화가 걸려왔다. 두어번 만났는데, 같이 영화를 보러 가서 손을 잡고 스킨십을 시도했다면서 그 남자를 못 만나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남자의 해명을 요구했다.

"말이 잘 통하고, 나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고, 마침 분위기가 무르익어서 진도를 좀 나간 것이다. 그렇게 정색을 하고 싫어할 줄은 몰랐다." 남녀가 나이가 좀 들어서 만나면 조금 적극적일 필요도 있지 않느냐며 남성은 오히려 여성의 고지식함을 탓했다. 정상적인 남녀가 서로 마음이 통하면 몸도 따라가는 것이 당연한데, 그게 싫으면 결혼할 생각을 왜 하고, 남자는 왜 만나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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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성규 기자

얼마 후 또 다른 남성을 소개했다. 인간적인 매력도 있으면서 진중한 스타일의 직장인이었다. 이번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성이 항의전화를 해왔는데, 남성이 육체적인 접근을 했다는 것이다. 사연은 이랬다. 그녀는 지방 출신으로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는데, 그 남성을 자기 집에 데려갔던 모양이다. 여성의 말로는 남성이 약속장소에 오다가 미끄러져서 다치는 바람에 그냥 보낼 수가 없어 치료를 해주러 집에 데리고 갔다고 한다.

매력 있는 남녀가 서로 호감을 갖고 있던 차에 집 안에 단 둘이 있게 되었으니 사단이 날 만도 했다. 남성은 손을 잡았고, 여성이 거절하지 않자 키스를 시도했다. 갑자기 여성이 저항하자 당황해서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집을 나왔다고 한다.

남성이 조금만 스킨십 시도해도 불쾌한 반응보이던 여자

여성이 항의했다고 하자 남성은 자신을 치한 취급한 것에 대해 상당히 불쾌해했다. "그렇게 요조숙녀가 왜 두 번 만난 남자를 집으로 끌어 들이느냐. 누울 자리 보고 발을 뻗는 거 아니냐. 상식 있는 사람이 여자가 싫다는데, 억지로 손을 잡고, 키스까지 하겠는가."

그녀의 말도 이해가 되고, 남성들의 말도 이해가 되었다.

이후로도 그런 일이 몇 번 있었다. 상황이 이 정도 되자 나는 그녀가 정말 매너 있고, 이성적인 남자를 찾는구나, 그래서 남자를 테스트하려고 집에도 데려가고, 영화관에 가서 분위기도 만들어 보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남성의 스킨십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남이 잘 진행될 때 남녀 사이에 스킨십 진도가 더디면 오히려 여성 쪽에서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혹시 자신이 여자로서 매력이 없어서 그런가 해서다. 그런데 그녀는 분명 여성적인 매력이 있고, 그것을 모를 리 없는데, 남자의 스킨십에 대해 그렇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니, 소개하기가 참 어려웠다. 그러다가 그녀로부터 연락이 끊어졌다.

시간이 지나 2년 만에 아버지가 방문했고, 그동안 그녀에게 벌어진 일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여성은 자신의 이상형에 꼭 맞는 남성을 만났다고 한다. 전문직 종사자로 본인은 물론 집안도 재력이 있고, 무엇보다 '젠틀'하다는 것이 뭔지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사회적 지위와 재력에서 우러나는 품위와 여유 있는 분위기가 여성을 압도했다. 데이트할 때 최대한 여성을 배려했고, 때때로 명품 선물로 그녀를 감동시켰다.

"딸이 그러더군요. 몇 번 만남이 실패하면서 너무 욕심을 부렸나, 싶었는데.... 간절히 원하면 이뤄지나 보다.." 그러다가 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렇게 행복해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이런 신세가 됐으니...."

이상형 만나 결혼했지만...

여성이 결정적으로 남성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1박2일 여행을 다녀온 후였다. 대개 이런 경우 육체관계가 이루어지기 마련인데, 두 사람은 최고급 호텔에서 각방을 썼다고 한다. 자신의 애기를 다 들어주고, 따뜻하게 대해주고, 그러면서 자신을 절제하는 이 남자야말로 천생배필이라는 생각에 그녀는 마침내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화려했다고 한다. 탁월한 외모와 능력을 갖춘 선남선녀가 부부로 사람들 앞에 선 모습은 그림 같았고,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결혼식이 끝나고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아버지는 딸로부터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어야 했다. 아직 두 사람이 초야를 치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결혼식의 피로와 긴장 때문인가 했는데, 2주가 지나도 남편은 그녀 곁에 오지 않았다. 고민하던 여성은 어머니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았고, 아버지까지 알게 된 것이다. 아버지는 사위를 만나 남자끼리 솔직한 대화를 나눴고, 그가 성불구라는 것이 밝혀졌다. 결국 여자는 집을 나왔고, 그들의 결혼생활은 결혼식의 맹세가 무색하리만큼 허무하게 끝이 났다.

아버지의 얘기를 듣는 나도 한숨이 나왔다. 그렇게 많은 남성을 울리면서 자신의 이상형을 찾던 그녀가 선택한 사람은 알고 보니 가장 중요한 부분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녀는 정상적인 욕구를 표출하던 남성들은 걷어차고, 결국 정상이 아닌 사람을 선택했으니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딸을 재혼회원으로 가입시키고 사무실을 나서는 아버지의 안쓰러운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만나면서 단점이 드러나야 정상이다. 자기 틀에 맞춰서 사람을 만나면 보고자 하는 부분만 보게 된다. 이상형을 고집하는 싱글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 이 글은 프리미엄조선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