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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15일 05시 35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2월 15일 14시 12분 KST

너의 소원이 무엇이니?

"저는 무지하게 야구를 좋아하는데 아직 한번도 야구장에 가보지 못했어요. 길거리에서 와플을 파는 부모님은 비가 오면 장사를 쉬시는데, 비 오는 날은 야구도 하지 않거든요. 하루 장사를 하지 않고 야구를 데려가 달라고 하는 건 너무 염치가 없는 거 같아 아직 한번도 이야기 하지 못했는데 지니가 소원을 들어주면 장사하지 말고 야구 보러 가자고 큰소리로 말할 거예요."

아이들이 요술램프 속 지니에게 소원을 말했다.

누구와,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하고 놀고 싶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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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소외가정 아이들 개인의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램프] 사업에 아이들이 신청한 사연 중 일부이다.

제 꿈이 야구선수인데, 6학년인 지금까지도 시작을 안했으니 다른 꿈을 찾아봐야겠죠?

저는 무지하게 야구를 좋아하는데 아직 한번도 야구장에 가보지 못했어요. 길거리에서 와플을 파는 부모님은 비가 오면 장사를 쉬시는데, 비 오는 날은 야구도 하지 않거든요. 하루 장사를 하지 않고 야구를 데려가 달라고 하는 건 너무 염치가 없는 거 같아 아직 한번도 이야기 하지 못했는데 지니가 소원을 들어주면 장사하지 말고 야구 보러 가자고 큰소리로 말할 거예요. 우리 가족과 함께 놀고 싶었다고, 함께하고 싶었던 게 너무나 많았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제 소원은 우리 가족 모두가 모여 치킨을 배달해서 먹는 거에요.

우리 가족은 9명입니다. 엄마, 아빠 그리고 일곱남매 중에 저는 6째입니다. 아버지가 항상 늦게까지 일을 하시고 큰오빠도 일을 해서 우리 가족은 다같이 모여 식사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제 소원은 우리 가족 모두가 모여 치킨을 배달을 해서 온가족이 즐겁게 웃으며 맛있는 치킨을 먹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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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쌍둥이 중 언니입니다. 제 동생은 저랑 같은 모습이지만 또 다르기도 합니다.

뇌병변장애로 몸이 많이 불편하거든요. 엄마는 저희를 낳고 얼마 안 있어 돌아가셨답니다.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쌍둥이랍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사는데 할아버지는 밤새도록 폐지를 주우며 다니십니다. 할머니도 많이 편찮으셔서 제가 많이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저는 제 동생을 제 몸처럼 여기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제 동생은 몸이 불편해도 내색 없이 공부하고 친구랑도 잘 어울립니다. 저는 할아버지, 할머니, 제동생 모두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온가족이 함께 영화보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보고 싶습니다.


사실 제 소원은 가족들이 모여 단란하게 외식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희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있고 엄마는 이미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고모네 집에서 살면서 고모네를 가족이라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저는 저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친구들이 제일 고맙고 저의 가족이며 보물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고 영화를 보고 싶어요.


요술램프에 모여진 아이들의 사연이 400건. 사연을 고르고 골라 56건을 선정했다. 흩어진 가족들과 함께 하고 싶고, 가족같은 시설 친구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아이들이 먹고 싶은 건 라면부터 고기 2인분까지 소박하지만 구체적이다. 가고 싶은 곳은 주로 극장이나 놀이동산. 친구들의 자랑에 나도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평범하고 당연한 것이 이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가져야 할지 몰라 소원이 되었다.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에서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램프" 를 연 것이 4번째이다. 본 사업의 취지를 공감하는 한편, 사람들이 흔히 갖는 몇가지 오해들도 있다.

아동복지시설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보다 더 좋은 곳 많이 가더라.

저소득 가정 아이들도 아동복지시설에서 기업이나 다양한 지원금으로 놀이동산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는다. 하지만 내가 같이 먹고 싶은 사람과, 나의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기는 맛있는 밥을 먹으며 집에 있는 할머니를, 동생을 생각한다. 요술램프는 그러한 아이들의 개별적인 소원을 담았다.

집이 어려워서 평소에 못 먹는데 한번 비싼 스테이크 먹게 해줘야 나중에 힘들기만하다.

아이들은 이미 상대적 빈곤감, 박탈감에 노출되어 있다. 친구들이 놀이동산 다녀온 얘기, 가족들과 해외여행 다녀온 얘기, 패밀리 레스토랑에 나온 신메뉴를 얘기한다. 도대체 놀이동산의 '아마존익스프레스'라는 게 뭔지, 패밀리레스토랑의 '솔즈베리찹스테이크'는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 한번 나도 먹어보고 타보고 "나도 그거 먹어봤다!!"라며 어깨에 힘주고 싶다. 그 한 번의 경험이 이 아이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하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요술램프] 심사에 참여한지 이번이 3번째이다. 처음에는 선정된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어 좋았다. 두 번째는 떨어진 사연이 마음이 아팠다. 세 번째인 이번에는 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고작 '즐거운 하루' 뿐이란 사실이 안타깝다. 요술램프 속 지니는 진화해야 한다. 아이들의 필요를 좀 더 채워주고 더 나아가 요술램프가 필요없는 사회가 될 때까지.

요술램프의 지니가 되어줄 사람들을 모집 중에 있다. 아이들 사연은 이미 선정되어 기다리고 있고, 아이들의 깨알같은 소원에 응답해줄 지니들의 많은 참여를 바라면서...

http://www.wadiz.kr/Campaign/Details/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