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5년 02월 27일 06시 41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4월 29일 14시 12분 KST

숲치유 이야기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대기업에 근무하는 중년 직장인 중 자각증상은 없지만 면역이 떨어져 있는 이른바 '피곤한 회사원'들이 이틀 동안 6시간의 숲 산책을 한 결과, NK세포(자연살해세포. 면역기능, 항암지표로 사용) 활성이 첫날 27%, 둘쨋날에는 53%까지 증가되었다고 합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리티솔 수치 조사, 뇌파 측정 등을 통해서도 숲의 생리적 이완과 정신적 안정 효과는 입증되고 있습니다.

몽골의 숲. Ⓒ오원식

사원의 종이 멈췄네

그래도 종소리는 은은히 울려나오네

저 꽃들에서

- 바쇼(1644~1694 일본의 하이쿠 시인)

숲치유는 산림치유, 산림테라피로도 불립니다. 숲을 이용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회복하는 활동이죠. 우리 신체는 자연의 자극을 받으면 그에 동조해 본래의 자연성을 회복합니다. 육체와 정신이 이완되고 쾌감을 느끼죠. 스트레스가 줄고, 면역기능이 높아져 병이 잘 걸리지 않게 되고요. 이는 인류가 진화한 500만년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자연 속에서 살아온 결과입니다. 인간이 자연을 지키며 자연과 공존하려는 것은 이미 그렇게 행동하도록 유전자에 프로그램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윌슨의 '바이오필리아' 가설입니다. 인류가 진화한 장소인 사바나의 경관을 현대인들도 가장 좋아한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오리안스의 '사바나 가설'입니다. 이 두 가설은 인간은 숲의 기억을 신체와 정신에 각인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우리 신체는 사실 석기 시대의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대기업에 근무하는 중년 직장인 중 자각증상은 없지만 면역이 떨어져 있는 이른바 '피곤한 회사원'들이 이틀 동안 6시간의 숲 산책을 한 결과, NK세포(자연살해세포. 면역기능, 항암지표로 사용) 활성이 첫날 27%, 둘쨋날에는 53%까지 증가되었다고 합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리티솔 수치 조사, 뇌파 측정 등을 통해서도 숲의 생리적 이완과 정신적 안정 효과는 입증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4%가 숲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황폐화되었던 숲을 70년대부터 녹화사업을 통해 성공적으로 조성한 것이죠. 국토 중 숲이 차지하는 비율은 알프스 산이 있는 스위스가 30%, 산림을 활용한 자연요법의 오랜 역사를 지닌 독일이 32%, 대산림국이라는 캐나다와 미국이 각각 34%와 37%, 거대한 아마존강이 흐르는 브라질이 57% 수준이니, 우리나라의 숲 비율은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산림의 비율이 70% 선인 나라는 일본, 핀란드, 스웨덴 정도입니다.

숲의 생리적, 심리적 치유효과가 많이 알려지면서 숲치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단순한 휴양이 아니라 치유라는 적극적인 휴양을 원하는 것이죠. 숲을 이용한 치료법을 개발하고, 숲 속 활동에 도움이 될 시설을 만들기도 합니다. 숲치유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관들도 생겨났습니다. 80년대 중반부터 산림휴양정책을 통해 휴양림을 조성하기도 했죠. 200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126개의 자연휴양림이 조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숲길도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멋진 경관을 볼 수 있도록 시야를 확보하고, 앉거나 누울 의자를 두며, 표지판을 세웁니다. 등산로처럼 정상 정복을 목표로 한 급경사 길이 아닌, 완만한 경사에 숲의 경관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입니다. 새소리, 시냇물 소리, 피톤치드의 향과 흙냄새, 낙엽의 감촉, 가지를 스치는 바람 등 오감을 자극할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노인, 아이들, 여성도 안심하고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산책길입니다. 이른바 테라피 로드 디자인(Therapy Road Design)에 따라 조성된 치유의 길입니다.

숲은 자연병원으로 불립니다. 인간의 자연복원력, 자기회복력을 증진시키는 천연의 치료가 가능한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숲에는 풍부한 산소, 피톤치드, 음이온이 풍부합니다. 산소는 숲의 보약입니다. 피톤치드는 숲 속 천연 항생제이며, 음이온은 숲의 비타민입니다. 비 오는 날이나 계곡 주변에 음이온이 더욱 풍부하죠.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자연 속에서 자연치유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병을 치료했죠.

숲은 또한 생태적인 공간입니다. 숲의 상층은 고목, 중간에는 저목, 하층에는 초목이 계층구조로 형성돼 있습니다. 그 안에는 동물과 미생물이 살고 있고요. 하늘은 햇빛과 비를 뿌려줍니다. 숲은 이 모든 것들이 생명의 그물망을 형성하며 살고 있는 장소입니다. 숲은 빗물을 머금어 녹색댐이라고도 불립니다. 숲에 내린 비는 낙엽층과 토양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정화됩니다. 이 물이 강으로 흘러가 식수로 사용됩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대기를 맑게 하고, 산소를 공급해 우리를 숨 쉬게 합니다. 피톤치드 같은 향을 선사하고, 방음기능이 있어 소음을 줄여주고, 새소리 바람소리 같은 쾌적한 음을 선물합니다. 강한 바람을 막는 방풍 기능으로 집과 마을을 보호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숲이라는 생태계의 그물망 안에 깃들어 삽니다.

숲은 철학과 예술의 원천이 되기도 했습니다. 노자는 무위자연을 말했습니다. 춘추전국시대의 혼란한 세태는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가식과 위선에서 벗어나 본래의 자기모습으로 살려면 자연처럼 살아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공자는 태산에 오른 후에 천하가 작다는 것을 알았고,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제자인 맹자도 높은 곳에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데서부터 시작해야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산에서 깨쳤습니다. 미국의 소로우는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친자연적이며 자족적인 절제의 삶을 살았습니다. 숲 속 생활의 빛나는 성찰을 글로 남겨, 이상적 공동체 건설의 꿈과 숲으로 귀향하고 싶은 인간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선조들도 자연을 많이 찾았습니다. 산수를 유람하며 사색하고 자연의 덕을 배웠습니다. 마을의 정자에 모여 바람을 음미하고 달과 놀았습니다. 산 속 명당자리의 절은 자연 속에서 마음을 닦고자 했던 이들의 유산입니다. 숲은 자기수양의 공간이었으며, 시와 예술의 배경이자 뿌리가 됐습니다. 마을에 마을숲을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숲을 생활세계에 더 깊이 끌어들인 것이죠. 마을 어귀에 숲을 만들어 휴식의 공간으로, 마을을 지키는 방풍림으로 사용했습니다. 성황당이 있는 숲은 인간이 숭배하며 정신적 지지를 구하던 성소이기도 했고요.

만약 숲이 없었다면, 인간의 철학과 예술에 무엇이 남았을지 상상해봅니다. 숲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어떤 공간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정서로 공동체를 만들고 살지 짐작해 봅니다. 우리는 극빈의 존재였을 것입니다. 영혼과 정서가 빈한할 뿐 아니라, 육체마저 빈약한 존재가 되지 않았을까요? 우리는 자연입니다. 인간으로서의 자의식이 커지면서 자연으로서의 자의식이 작아졌을 뿐, 우리가 자연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자연 파괴는 곧 자기 파괴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좋은 숲은 뒷산의 숲입니다. 가장 가까운 숲이죠. 가까운 숲을 자주 찾아야 겠습니다. 숲에 들면, 사람의 말을 줄이고 숲의 말에 더 귀를 기울여야 겠습니다. 숲에 가까워지면서, 자신에게도 가까워지도록.

PRESENTED BY 볼보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