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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14일 13시 30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1월 14일 13시 38분 KST

전 남편의 새 여자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이 기사는 허핑턴포스트US 블로거이자 자유 기고가 티나 플란타무라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당신이 이 글을 읽으면 아마 겁이 나서 어깨가 움츠러들지도 모른다. 당신의 새 남자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내가 가르치려 든다고 걱정할 수도 있고, 아니면 내 아이들을 당신이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편지는 전혀 그런 내용과 무관하다.

독특하고 역동적인 '현대 가족(modern family)'의 일부가 된 당신을 환영한다.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로 당신과 상사의 관계가 성립되듯, 아이들이 있다는 이유로 나와 전남편의 관계가 유지된다. 따라서 자녀 양육 차원에서든 회사 업무 차원에서든 관계를 잘 유지해야 성공한다. 내가 20대부터 알고 지내온 남자지만 이제는 나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기에 충고들은 이 편지에 담지 않겠다. 또 그에 대한 개인적인 부분을 공개하려는 생각도 없다. 그가 나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그와 당신 사이의 일이다. 또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도 이야기하지 않을 거다.

그는 아주 괜찮은 남자다. 다만 다른 여자에게.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난 당신이 남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흥분된다. 덕분에 아이들이 아빠에게서 볼 수 없었던 면들을 보게 될 것이다. 흥분과 기쁨에서 오는 행복, 또 아빠에게 새로운 관계가 주는 신비로움이 싹트는 것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희망에 찬 아빠의 표정, 웃는 모습(너무 시끄럽게 또 자주 웃는다고 이미 들은 바 있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을 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빠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이들도 덩달아 행복해질 것이다.

꼭 부탁하고 싶은 건, 당신의 있는 그대로를 아이들에게 보이라는 것이다. 절대 공포감, 소외감 같은 건 느끼지 않길 바란다. 당신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당신이라는 새로운 존재에 적응하는 과정이라는 것도 잊지 말아 달라. 남편이 만족하다면 당신은 우리에게 충분한 사람이라 믿는다. 게다가 우리는 가끔 당신의 별난 면, 단점, 독특한 점 때문에 의아할 순간들이 있을 거라 이미 예측하고 있다.

당신이 우리를 위해 바뀌는 걸 바라지 않는다.

나는 물론 아이들, 그리고 나의 새로운 남편과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기를 바란다.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든 해도 되고 하고 싫은 말이 없다면 안 해도 상관없다. 대신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기 바란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를(주로 아이들이겠지만 때로는 나와 새 남편) 자주 만나게 될 거다. 콘서트, 야구 경기, 연극, 졸업식 등 다양한 행사에서 말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그런 분위기가 빨리 좋아지길 바란다.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의 사이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가 그들을 위해서는 100% 같은 마음이라는 걸 안다. 그리고 이런 행사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 우리가 아이들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부끄러움 없이 보여주는 방법이다.

아이들이 무대에서 관중석을 바라볼 때, 우리가 아이들을 기쁘고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아빠(남편)와 새아빠(새 남편) 사이에 앉아 있는 것이 어색하지 않으냐고 묻는 친구도 있다. 그런데 난 아들들을 북돋고 존중해주고 성숙하게 가르치는 과정에서 그보다 훨씬 더 이상한 짓을 많이 했다. 그러니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다. (당신이 준비되었을 때) 아이들을 아무 조건 없이, 전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전 남편과 내가 대화하는 도중에 어색한 순간이 올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우리가 함께 만든 "대단한" 인간들(아들들)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업무차" 이야기한다는 것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때로는 그런 대화를 자주 할 수 있다. 위에서 당신을 '믿는다'고 했는데 때가 되면 당신이 알아서 대화에 참여할 거라 믿는다. 만약 이런 순간이 불편하다든지 소외감을 느낀다면 좀 더 큰 그림을 보기를 부탁한다.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대화를 제외하고는, 그이와 나 사이에 이야기할 거리는 제로(0)에 가깝다는 사실도 기억하기 바란다.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상담하고자 남편이 나에게 전화할 일은 절대로 없다. (사실 난 전혀 그런 쪽 감각이 없어서 전화를 해도 소용이 없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TV 드라마에 대해 잡담하고자 나에게 전화할 가능성도 없다.

하루 있었던 일을 투덜거리려 전화할 일도 없다.

남편과 나 사이 관계의 중심에는, 한참 성장 중인 세 남자아이가 있다. 한 장소에서 오래 있다 보면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나와 그의 관계에서 내가 하는 역할은 단지 '아들들의 엄마'다.

그게 다다.

나는 10대 아들들을 둔 아빠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당신의 용감함을 높게 산다. 아이들에게도 이는 새로운 사건인데, 당신 앞에서 무엇을 말해야 할지 또 어떻게 해야 할지 자신들도 아직 모른다. 또 자기만의 희망과 꿈, 계획이 있는 10대 소년들이기 때문에 늘 이상적으로 행동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니 당신이 아이들의 삶에 더 가까워지면서 한 명씩 더 잘 친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바라는 건,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과 당신 사이에 독특한 관계가 생기는 거다. 노력과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 가치 있는 일이 으레 다 그렇듯, 때로는 매우 힘들 것이다.

이 편지를 읽고 놀라서 도망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처음 만나면 이런 말을 다 할 수 없고, 그냥 살짝 악수하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당신도 이를 알기에 내가 지금 쓴 편지를 충분히 이해하리라 믿는다.

매우 조심스럽게, 또 존경하는 마음으로 당신을 환영한다.

-티나

*원문은 app.com에 처음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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