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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30일 10시 0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6월 30일 14시 12분 KST

'유승민 사태'는 새누리당에게 꽃놀이패다

이명박 정권 말기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은 꾸준히 60%를 상회했다. 언뜻 생각하면 이런 여론은 야당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작용하지 못 했다. 박근혜 당시 후보가 '친이'와 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지금 유승민 사태를 거치면서 그런 구도가 다시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레임덕이 좀 더 심해지는 내년 쯤 가면 여당 내에 박근혜 대통령과 뚜렷하게 각을 세우는 그룹이 나올 것이고, 박근혜에 대한 야당의 공격은 이 집단 앞에서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유승민 사태는,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비박 의원들의 행동은 장기적으로 새누리당의 재집권에 도움이 된다.

연합뉴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진행을 놓고 보면 '유승민 사태'는 정치인 유승민 개인에게나 새누리당에게나 꽃놀이패라는 생각이 든다.

단기적인 결과야 어떻든 장기적으로 새누리당 내부의 다툼은 결국 '비박'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명분에서 비박이 앞선다. '친박' 측에서 나오는 얘기는 여당이 대통령의 뜻에 거스르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일 뿐 사실상 어떠한 합리적인 비판의 논거도 갖추지 못했다.

그에 비해서 비박 측 주장은 흠을 찾기 어렵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이 헌법상 권한이라면, 애초에 거부권의 대상이 되는 법률안을 통과시키거나 혹은 거부권 행사 이후 재의를 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권한이다. 법률안의 내용을 문제 삼아서 여당 원내대표가 대역죄라도 지은 듯이 몰고 가는 것은 그야말로 삼권분립의 원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처사다.

세력에서도 비박이 앞선다. 대통령의 후광을 안고 있음에도 그간 '친박'은 새누리당 내부의 선거에서 줄기차게 졌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극도의 분노를 표시했기 때문에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표대결을 하면 비박 측이 월등히 앞선다.

더욱이 친박 측이 '지는 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비박의 승리가 명약관화하다.

이것은 2016년 총선이나 2017년 대선 국면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 분명한데, 여당 내부에 대통령과 집권 세력에 대한 비판을 피해갈 수 있는 '반대그룹'이 만들어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 말기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은 꾸준히 60%를 상회했다. 언뜻 생각하면 이런 여론은 야당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작용하지 못 했다. 박근혜 당시 후보가 '친이'와 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야당은 '이명박근혜'라는 구호를 내세워서 이명박에 대한 공격과 그에 따른 비판 여론이 박근혜에게 미치기를 바랐지만, 실제로 국민들은 이명박과 박근혜를 별개의 세력으로 인식했다. 말하자면 이명박 → 박근혜를 일종의 정권교체 내지 집권세력의 교체로 본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을 싫어하고 변화를 바랐던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거리낌 없이 박근혜에게 표를 던졌다.

지금 유승민 사태를 거치면서 그런 구도가 다시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레임덕이 좀 더 심해지는 내년 쯤 가면 여당 내에 박근혜 대통령과 뚜렷하게 각을 세우는 그룹이 나올 것이고, 박근혜에 대한 야당의 공격은 이 집단 앞에서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유승민 사태는,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비박 의원들의 행동은 장기적으로 새누리당의 재집권에 도움이 된다.

여기서 크게 아쉬운 것은 이번 사태의 전말을 두고 볼 때 야당이 과연 무엇을 목표로 어떤 전략을 구사했는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이번 개정안이 '강제력'을 갖는지 여부다. 야당은 개정안에 '강제력'이 있다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런데 청와대와 새누리당 내부에 형성된 전선을 보면 야당의 입장이 매우 애매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김진태 의원 등 친박 측은 국회법 개정안에 강제력이 있다고 한다. 즉 국회가 행정부의 시행령 제정에 강제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위헌이라는 논리다.

이에 반해서 유승민을 비롯한 비박 측은 국회법 개정안에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위헌이 아니라는 주장을 편다.

결국 야당의 주장은 친박과(구체적으로는 김진태 의원과 ㅠㅡㅠ) 일치하는 모습이 된 것이다.

(물론 야당에서는 '강제력은 있지만 위헌은 아니다.'라는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설명을 하면서 이런 주장을 하지는 못 한다. 어떻게 강제력을 갖는지 얘기하다보면 개정안이 위헌으로 판단받을 가능성이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아마도 대다수의 헌법학자들이 국회가 실제로 강제력을 가지고 행정입법에 관여하는 것은 위헌적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그럼 과연 국회법 개정안이 실제로 '강제력'이 있는가.

전혀 아니다.

 

문구상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어서 마치 강제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행정부가 시행령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아무런 대응 수단이 없다. 법에 따르지 않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것을 보고 '강제력이 있다'라고 할 수는 없다.

(강제력이 있으려면, 국회가 시행령을 직접 만들거나 혹은 행정부가 만든 시행령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하면 된다. 그런데 그런 법률을 만들면 바로 위헌 판정을 받을 것이다)

개정 전 국회법은 "(시행령 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 (행정부에)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 이 경우 (행정부는) 처리 계획과 그 결과를 지체 없이 (국회에) 보고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전혀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애초에 야당의 목표는 무엇이었으며, 도대체 뭘 얻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유승민을 비롯한 비박 측은 옳은 논리로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야당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야당이 실제적으로 아무런 효과가 없는 개정안을 달라고 해서 들어줬는데 뭐가 문제냐.'라고 반박할 수 있다.

그에 비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장은 맞지도 않고 전략적으로 현명하지도 않다. 보기에 따라서는 친박 측의 논리과 궤를 같이 하는 셈이다. 작게 보면 새누리당 내부의 권력투쟁이지만, 크게 보면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 쟁의인 셈인데 그 사이에서 야당의 논리는 너무나 빈약하다.

애초에 국회법 개정안이 논의된 것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이 너무나 잘못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자체를 공격 목표로 삼았어야 한다. 또한 국회법을 개정하려 했다면 솔직하게, '강제력은 없으나 행정부가 너무나 법률의 취지를 위배하는 시행령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서 좀 더 명확하게 법을 고친 것이다. 시행령이 모법(母法)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왜 문제냐'라고 했어야 한다.

국회법 개정안에 '강제력'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야말로 쓸데없이 명분에 집착해서 객관적이고 솔직한 평가를 하지 못 하는 야당의 잘못된 습관이 또 한번 드러난 것이다. '강제력이 있다', 라고 하면 마치 뭔가 대단한 걸 해낸 듯한 인상을 줄 것이라고 짐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야당은 지금 개정안의 '강제력' 여부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조차 말하기 어려운 난감한 처지가 되었다.

아마도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국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하면서 유승민의 편을 드는 스탠스를 취할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청와대-새누리당의 내분에 환멸을 느껴서 야당 지지 쪽으로 돌아서기를 기대할 텐데, 글쎄 정확한 논리를 근거로 직접 대통령과 맞장을 뜨는 쪽과 엉성한 이야기를 하면서 어부지리를 바라는 쪽 중에서 어느 편이 더 이번 사태의 혜택을 볼까.

바로 이런 것이 국민들이 야당보다 여당을 더 똑똑하다고 여기는 지점이고,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야당보다 오히려 여당 내 반대그룹에 더 도움이 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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