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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04일 10시 53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7월 04일 14시 12분 KST

지극히 초라한 검찰의 성완종 사건 수사 결과

연합뉴스

정치적 입장과 상관 없이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해볼 때,


1. 총평

지극히 초라한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누구를 기소하고 누구를 불기소한 판단이 틀려서가 아니다.

이렇듯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특히 살아있는 권력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사건의 수사가 성공했는지 여부는 "애초에 제기된 의혹을 토대로 밝혀낸 새로운 사실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

YS 시절 김현철의 전횡이 문제되었을 때 검찰은 그가 받은 돈을 상당 부분 밝혀냈다.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뇌물이 아닌 탈세 혐의로 구속했는데, 김현철씨 측에서는 탈세 혐의 적용이 억울하다고 항변했지만(그 전까지 대가성 없는 금품 수수에 탈세혐의를 적용한 예가 거의 없다), 적어도 수사결과가 초라하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사건의 객관적인 진상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서 성완종 사건 특별수사팀은 애초에 성 전 회장이 폭로한 내용에 대한 확인작업을 했을 뿐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 것이 거의 없다.

일각에서는 돈을 준 사람이 사망해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검찰을 감싸는 의견이 나오는데, 반대로 성 전 회장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까지 돈을 준 사실을 만천하에 밝혔다. 증거법에서 사망 직전의 진술은 높은 신빙성을 인정하고 있고, 그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진척시킬 수 있다. 그리고 과거의 사건들에 있어서도 각각의 수사팀은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었다. (예를 들어 공여자가 진술을 회피하는 등) 성 전 회장의 사망이 이번 수사결과에 대한 변명이 되기는 어렵다.

이렇게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온 원인으로는 '수사의 편향성'과 '수사의지의 결여'를 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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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사의 편향성

무엇보다도 성 전 회장의 사면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이론적으로도 편향성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사는, 일단 시작하면 기본권에 대한 침해가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 때나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정한 조건이 있어야 한다.(수사의 조건) 일단 수사를 개시할만한 범죄 혐의의 단서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길가는 사람이 수상해보인다고 붙잡고 조사를 하거나 마약 검사를 받아보자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성 전 회장의 사면과 관련해서는 같은 정권에서 두번 사면되었다는 점 외에 특별히 금전이 오고갔다거나 범죄 수사를 개시할만한 혐의가 드러난 것이 없었다.

물론 두번이나 사면을 받은 성 전 회장이 그 후에도 불법적인 금품 로비를 벌였으니 사면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치적 책임의 문제일 뿐 수사의 단서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부터 사면에 이르게 된 사정을 수사하겠다고 한 것은 형평을 잃은 행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검찰에서는 제3자의 고발이 있어서 수사를 했다고 할지 모른다.

실제로 "대한민국지킴이민초들의모임", "연천530GP피격전사자유족회", "사단법인 실향민 중앙협의회"라는 단체에서 연명으로 문재인 대표와 이재정 교육감을 고발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뚜렷한 근거 없는 고발은 수도 없이 많다.

(나도 고발을 당한 적이 있는데, 검찰에 출석하지 않고 심지어 진술서도 내지 않고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고발인의 진술 자체에서 객관적인 증거를 찾기 어려우면 각하해야지, 그것을 핑계로 특별수사팀의 수사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직접 돈을 줬다는 성 전 회장의 진술과 풍문 또는 추측을 근거로 한 고발을 같이 취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단체의 고발이 있을 때마다 특별수사팀이 수사를 한다면, 여야 정치인들은 1년 내내 수사 대상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편향성은 아래에서 보는 수사의지의 결여와 함께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3. 수사의지의 결여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의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검찰의 눈치를 본다.

진짜 수사를 할 생각이 있다고 느껴지면 그래도 협조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럴 눈치가 아니면 대체로 입을 꽉 다문다. 괜히 나섰다가 자기만 곤란해질지 모른다고 겁을 먹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특히 공여자가 사망한 어려운 상황에서) 검찰이 죽기살기로 수사를 한다는 의지를 보여줘야만 그나마 성공 가능성이 생긴다.

그런데 이번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검찰의 모습은 그런 의지의 표명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인위적으로 여야 균형을 맞추려는 편향성 외에 구체적으로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우선 홍준표 지사나 이완구 전 총리 측에서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는 행동을 했음에도 영장청구 등 강제수사를 하지 않은 점이다.

검찰 쪽에서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경우 일정 금액 이상이어야 구속기준에 해당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는데, 그것은 내부 기준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이런 성격의 사건에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검찰은 대선자금 부분에서 수사의 폭을 극히 좁힌 채 마치 고소사건을 수사하듯이 성 전 회장의 진술에 대한 검증만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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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적극적으로 수사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면, 홍문종 의원이 담당했다는 조직총괄본부의 자금관계를 조사했어야 한다.

어디서 얼마의 자금이 들어왔고, 그것을 어떤 용도로 썼는지, 공식적인 선거자금으로 계상되지 않는 비공식적인 자금은 없었는지 등을 추적, 조사하면 과연 불법적인 대선자금이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검찰은 이러한 자금 추적 없이 단지 성 전 회장의 진술이 구체적인 점에서 검증이 안 된다는 이유로(예를 들어 성 전 회장은 홍 의원과 사무실을 같이 썼다고 했는데 서로 사무실이 달랐다는 점 등) 적극적인 조사 없이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이다.

특별수사팀 스스로가 이렇듯 소극적인 수사를 하는데 어떻게 관련자들이 입을 열거나 자료를 제공하겠는가.

실망스러운 수사결과는 예고된 것과 마찬가지다.


4. 향후의 전망 - 특검

당장은 특검이 도입되어 수사를 하더라도 새로운 혐의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단 사건을 건드려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상설특검은 시작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제약도 많다.

(여기서 야당은 이번 사건은 상설특검이 아닌 별도 특검을 주장하는데 여야 합의로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에 사실 명분이 별로 없다)

다만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는 특검 등을 통해서 다시 수사를 하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특검 무용론도 있는데, 검찰이 사실관계를 철저히 파헤친 후에 결론 자체만 불합리하게 낸 경우에는 특검이 할 일이 별로 없고 효용도 없지만, 이 사건과 같이 사실관계 자체를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은 경우에는(예를 들어 자금 추적을 안 한 것) 특검이 '해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다.


5. 첨언

이 얘기는 덧붙이지 않을 수 없는데, 검찰 수사 결과에 A00로 등장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하면서 구체적인 혐의 내용과 판단을 밝힌 검찰의 조치가 옳았는지와 상관 없이,

만일 검찰의 주장대로 사면 관련 청탁을 받고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만일사실이라면 한 오라기의 염치도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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