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7년 01월 09일 05시 56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10일 14시 12분 KST

'18원 후원금'에 대하여

Photo and Co via Getty Images

 

1. 정치적 의사표시는 바람직한 것입니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에게 공적인 문제에 대해서 견해를 묻고 지지나 반대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당연히 허용되는 일일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일입니다.

 

(한때 정치인들이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받으면 '양심의 자유'를 내세워 답변을 거부하기도 했는데, 양심의 자유는 여기에 적용되는 기본권이 아닙니다. 공직에 나서려고 하는 사람은 공적인 문제에 대해서 견해를 밝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유권자는 정치인에게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을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답변을 거부하려면 공직에 나서지 말아야 합니다. 양심의 자유는 개인에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하면서 공적인 문제에 대해서 양심의 자유를 내세워 답변을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의 의미를 왜곡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개헌 문제에 대한 관심들이 많으십니다. 저의 견해를 간략히 말씀드린다면, 저는 개헌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본권 부분에 더 관심이 많지만, 뜨거운 이슈인 권력구조에 대해서 밝히라면, 현재로서는 4년 중임의 대통령 중심제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답하겠습니다. 더욱더 뜨거운 이슈인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대선 전에는 현실적으로 개헌이 가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개헌은 심도 있는 논의와 토론이 필요하기 때문에 급히 서두르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반대하시는 분은 언제든지 의견을 주셔도 좋습니다. 제 핸드폰 번호는 010-5282-1105 입니다.

 

그러나 요즘 유행하는, 반대하는 정치인에게 18원 후원금과 문자폭탄 세례를 퍼붓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정권교체에 치명적인 장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선 18원 후원금에 대해서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말씀드리고 현재 무슨 문제가 있는지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2. 18원 후원금에 대해서 잘못 알려진 사실들

 

(1) 18원 후원금에 대해서 영수증을 줄 의무는 없습니다.

 

정치자금법에 의하면 연간 1만원 이하의 후원금에 대해서는 영수증을 교부할 의무가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후원금으로 18원을 보낸 사람이 영수증을 보내달라고 해도 정치인이(후원회가) 우편으로 영수증을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터넷에 나도는 내용 중에는 영수증을 우편으로 보내는 비용이 1930원이 들기 때문에 영수증을 요구하면 정치인을 재정적으로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되어 있는 것도 있지만, 잘못된 정보입니다. 영수증 우송 비용은 애초에 들지 않습니다.

 

(2) 반환을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불법적인 후원금이 아닌 이상 한번 받은 후원금을 돌려줄 의무도 없습니다.

 

역시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 중에는 반환을 요구하면 송금 수수료가 들기 때문에 정치인에게 재정적 고통을 줄 수 있다고 되어 있는 것도 있는데, 반환 의무가 없습니다. 또한 대개 후원금 계좌는 주거래은행에 개설하기 때문에 대부분 송금 수수료 면제 우대를 받아서 반환한다고 하더라도 추가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다만 은행에 가서 송금 절차를 밟아야 하는 직원(대개 의원실 막내가 하게 됩니다)이 괴로울 따름입니다.

 


3. 현실적인 문제

 

(1) 불필요하게 악감정을 불러일으켜 분란을 조장하게 됩니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유권자의 관심을 바랍니다. 지지자의 관심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반대하는 분들의 관심도 무관심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설사 꾸짖거나 비판하는 문자를 받는 경우에도 거의 모든 정치인들은 성의껏 답을 보냅니다. 토론을 통해서 지지자로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러나 반대라기보다는 경멸의 표시가 분명한 18원 후원금이 집단으로 입금되거나 혹은 비슷한 내용의 문자가 폭탄처럼 쏟아지면 누구라도 어쩔 수 없이 감정이 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반대당 지지자들로부터 받는 것이 아니라 같은 당 지지자로 보이는 분들로부터 받으면 어떤 면에서는 더욱 섭섭합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특정한 문제(예를 들면 개헌)에 대해서 논의한 것 자체를 가지고 공격을 당할 때입니다. 견해가 다르면 토론도 가능하고 결국 설득이 안 되더라도 존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논의 자체를 반대하거나 내용과 상관없이 어떤 행사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만으로 "분탕질을 한다."라고 비난을 하거나, "당을 떠나라."는 식으로 공격을 하면 토론 자체가 어렵습니다.

 

이런 식의 비난은 예를 들어 우리 당의 진로를 고민하는 정치인들로 하여금 올바른 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하라는 채찍이 되기보다는 특정한 방향을 강요하려는 압박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결코 좋은 것이 아닙니다.

 

(2)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 비난은 더욱 위험합니다.

 

최근 우리 당에서는 개헌 관련 문건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SNS에 영향력이 있다고 알려진 어떤 교수님이 우리 당의 대선주자 한 분을 지적하면서, "이 보고서를 언론에 유출하고 분탕질한 000의원이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당은 000을 윤리위에 회부해 징계하라!"라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당의 비공개 보고서를 언론에 유출했다는 것은 그 당 소속 국회의원에게는 심각한 공격입니다. 전혀 근거가 없는 허위사실이었지만, 이로 인해서(물론 전적으로 이 트윗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이 트윗도 원인이 되었다고 봅니다) 그 의원실은 문자 폭탄과 18원 후원금 폭탄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교수님은 그 이후 문제의 트윗은 내리고 다시, "000의원이 (민주연구원장의) 사임을 요구해 문건 유출 당사자인줄 알았는데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네요."라고 올려서 스스로 앞서 올린 내용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해명의 기회조차 없이 단정적으로 "언론에 유출하고 분탕질한 000의원"이라고 쓴 내용은, 적어도 그 의원의 지지자들에게는 강력한 반감을 불러왔을 겁니다. 지지하는 대선주자는 달라도 모두가 소중한 우리 당의 지지자들인데 이런 식의 무책임한 공격으로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되는 것은 정말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교수님께서 사과라도 한 마디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3) 우리 당 전체에 대한 공격의 구실을 제공하게 됩니다.

 

18원 후원금, 문자폭탄을 보내고 그것을 인증하는 것은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 당을 공격하게 하는 좋은 구실이 됩니다. "야당은 분열한다." "서로 감정싸움을 한다." "특정한 계파에 줄세우기를 한다."라는 사실과 다른 주장에 힘을 실어 주게 될 위험도 있습니다.

 


4. 18원 후원금, 문자폭탄은 극단적인 의사표시입니다.

 

상대방을 곤란하게 하기 위해서(실제로 영수증 발급이나 반환의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요구하는 전화로 인해서 업무가 힘들어집니다) 욕설의 의미를 가진 18원 후원금을 보내는 것은 단순히 상대의 주장에 반대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당신과는 함께 하기 싫으니 차라리 떠나라."라는 뜻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힘을 모아서 정권교체를 하고 다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메시지입니다. 같은 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끼리 이런 극단적인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예의에도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5. 모두가 자제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공직에 나선 국회의원입니다. 어떤 의사표시를 하더라도 감사히 받겠습니다. 18원 후원금이나 문자폭탄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와는 전혀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분(예를 들어 새누리당 지지자)이 보내시는 경우에도 열심히 듣겠습니다. 그러나 특히 저와 같이 정권교체를 바라는 분들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끼리 극단적인 방법으로 싸우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대선 전에 개헌이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선 전에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당 의원 중에 그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 있으면 기쁜 마음으로 토론을 할 수도 있고 그런 분들이 주최하는 토론회에 참여할 용의도 있습니다. 이런 토론이나 논의 자체를 반대하고 '국론을 통일하자'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것은, 새누리당 지지자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새누리당에 보다 가까운 문화입니다.

 

야당은 전통적으로 자유분방하게 의견 교환과 논박을 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우리 당의 그런 전통이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그런 분위기를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때문에 우리 당 의원들에게 18원 후원금을 보내거나 문자 폭탄을 보내시는 분들께 자제해주시기를 진심으로 하소연 드립니다.

 

이상 말씀드린 제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거나 반대하시는 분은 언제든지, 어떤 방법으로라도 말씀해주십시오. 성의를 다해서 듣고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18원 후원금을 보내시는 분이 계시다면, 죄송한 말씀이지만, 법에 따라서 영수증을 보내드리거나 반환을 해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그것이 요즘 잘못된 정보로 인해 문자폭탄과 18원 후원금 폭탄을 맞고 마음 상한 우리 당 동료 의원들에 대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