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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05일 04시 55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12월 06일 14시 12분 KST

탄핵은 맞고 협의퇴진은 틀리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서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 "여야 정치권이 합의하여 ...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겠"다. 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 이후 일부 언론에서는 사설 등을 통해서 박근혜 대통령은 예컨대 4월에 퇴진하겠다고 시기를 분명히 밝혀야 하고 정치권은 이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주로 '국정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듭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대통령이 자진해서 퇴진하겠다는데 협의는 해야 하지 않나.' '여야만 합의하면 되는데 굳이 탄핵을 해야 하나.'하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탄핵이 사법적 절차라는 점에서 정치적 해결(하야)에 비해 단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야권에서도 초기에 자진하야 주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여야 합의를 통한 임기단축을 이야기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간단히 이유를 정리하고 - 특히 국정혼란 부분 - 무엇을 해야 할지 제 생각을 써봅니다.


 

1. 협의퇴진(임기단축) 발언은 믿을 수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일을 거치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거짓말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검찰 수사를 성실히 받겠다고 했다가, 수사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자 검찰의 판단을 '상상과 추측에 근거한 사상누각'이라고 비난하면서 수사에 불응한 일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소위 '친박' 의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는 주장은 나왔지만 아직 탄핵 추진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전이던 11월 4일 김진태 의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바로 헌법상 탄핵", "형사소추도 할 수 없는 현직 대통령을 더 이상 능욕하지 말고 탄핵절차를 진행하자. 물론 난 탄핵에 반대할 것", "그렇지만 야당 의원들은, 또 우리 새누리당에서도 원하는 분들은 그렇게 하시라."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탄핵이 현실로 다가오고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는 단계가 되자 이제 와서는 탄핵은 하지 말고, 여야 정치권이 합의해서 임기단축을 하자고 말을 하는 것입니다. 12월 9일 탄핵 표결이 이루어질 때 김진태 의원이 과연 본회의장에 들어올까요. (개인적으로는 들어와서 찬성표를 던져주시기를 강력히 희망합니다)

 

이런 일련의 태도 변화와 대응을 종합해보면, 이번 박 대통령의 발언을 믿을 수는 없습니다. 급박한 상황을 모면하고 시간을 벌어보려는 것으로 보는 것이 훨씬 합리적입니다.

 

내년 4월까지 5개월은 정말 긴 기간입니다. 그 사이에 무슨 예상 밖의 사건이 생길 수도 있고, 박 대통령은 그것을 구실로 하야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청와대는 그 사이 촛불의 동력이 떨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우기 내년 1월과 3월 헌재 소장과 재판관 한 분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그 시점이 되면 사실상 탄핵 발의를 하더라도 박 대통령 임기 전에 탄핵 결정을 받기 어려워입니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12월 대선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그냥 가자.'는 주장을 하는 친박 의원들도 생겨날 겁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박 대통령은 그간 세 차례에 걸쳐 대국민 담화를 하면서도 한번도 자기 잘못을 인정한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즉 박 대통령은 자신이 물러날 사유가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4월 퇴진 약속을 어떻게 믿겠습니까.

 


2. 정국혼란은 오히려 협의퇴진(임기단축)의 경우에 더 심해집니다.

 

협의퇴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이 2선으로 후퇴하고',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가 임명되어 정국을 운영하고', '여야가 대선 후보를 선출할 경선기간을 갖게 되면' 정국혼란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완전히 틀린 말입니다.

 

박 대통령은 본인 입으로 '2선 후퇴'라는 말을 한 일도 없지만, 실제 정치에서 손을 뗀다고 해도 그 의미가 불분명합니다. 국회 추천 총리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같은 것을 추진하거나 혹은 취소할 수 있는지. 사드는 어떤지. 경제부총리를 경질해서 경제정책 전반을 바꿀 수 있는지. 법인세 인상을 추진할 수 있는지. 장관들은 어떤지. 법무부장관을 바꾸고 공수처를 만들 수 있는지. 그 경우에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소신을 내세워 책임총리의 지시에 반대할 수 있는지. 이런 모든 문제에서 혼란이 초래될 것입니다.

 

여야가 진퇴문제를 협의한다면, 새누리당 대표인 이정현 의원을 비롯해서 친박 의원들도 협의의 주체로 살아날 것이고 이들은 국정을 운영할 총리 추천의 한 당사자로서 국가 정책에 관여하려 들 겁니다. 예를 들어 국회 추천 총리가 법인세 인상을 추진한다면, 재계의 의견을 대변한다면서 반대할 겁니다. 자기들도 임기단축 협의와 그에 따른 총리 추천에 관여했으니 발언권이 있다고 주장할 겁니다.

 

물론 야당 의원들과 대다수 국민들은 이런 일에 강력히 반대하겠지만, 사안에 따라서 여론이 갈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한 마디 할 수도 있고 그것은 더욱 큰 혼란을 초래할 겁니다. 말하자면 내년 4월까지는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혼돈이 올 수 있습니다.

 

탄핵을 한다고 해서 국정공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떻게 보면 대통령이 잘못하고 우리 정치가 국정농단을 견제해내지 못한 데 따라 치러야 하는 대가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탄핵을 통해서 대통령의 권한행사를 법적으로 정지시키고 가급적 단기간 내에 탄핵결정을 받아내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 국정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국회가 탄핵 의결을 하면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되고, 총리는 국정 관리만을 해야 합니다. 헌법재판관들은 '국정이 관리되기만 할 뿐 새로운 정책 등을 추진할 수는 없는 기간'을 줄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겁니다.

 

다른 방안들은 오히려 국정혼란을 더 심하게 그리고 더 길게 만들 것이 틀림 없습니다. 박 대통령은 그 점을 노리는 것입니다. 자꾸 변수를 만들다보면 반전의 기회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3.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 한 주 동안 새누리당 비박 의원들은 양쪽으로부터 강력한 압박을 받을 겁니다. 박 대통령이 만나자고 요청할 것이고 상황이 급박해지면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퇴진시기(4월 퇴진 약속을 하겠지만, 진짜 급하면 더 당길 수도 잇습니다)를 약속할 겁니다. 물론 탈당 같은 것도 할 수 있고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가 퇴진할 수도 있습니다.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쓸 겁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서 대통령이 퇴진 약속을 했으니 비박 의원들이 탄핵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압박을 할 겁니다. 야당에 동조했다가는 정치 생명이 끝날 것이라고 겁을 줄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어낸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이런 전방위적인 압력을 이겨내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어렵습니다.

 

여기에서 국민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보다 무서워하는 유일한 사람들은 소속 지역구 유권자들입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탄핵과 같이 중요한 문제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결단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국민과, 또 지역구 유권자 앞에 책임을 져야 하고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퇴진해야 하고,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와야 한다고 믿으신다면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탄핵안에 찬성하라고 촉구하시기 바랍니다. 굳이 핸드폰 번호를 알아내서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실 필요도 없습니다. 국회의원의 지역 사무소나 국회의원 회관 사무실 전화번호는 누구나 알 수 있게 공개되어 있습니다. 전화를 하고 팩스와 이메일을 보내서 탄핵안에 찬성하라고 촉구를 해주십시오.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이번 금요일(12월 9일) 표결에서 국민의 뜻에 따라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결정을 해서 투표를 하라고 말해주십시오. 이런 전화와 문자는 새누리당 의원들을 고민하게 만들 겁니다.

 

저도 이번 주 내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반드시 탄핵안을 가결시켜서 추운 날 촛불을 들고 몇주째 광장에 모이는 국민들의 뜻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습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