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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0일 09시 2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1월 20일 14시 12분 KST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립현대검열관을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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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9월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던 중 입술을 깨물고 있다. 세종/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최근 연극계는 공공예술기관들의 검열로 인해 심한 진통을 앓고 있다. 도대체 공공예술기관들은 연극계에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일까. 박근형 연출가의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가 진행하는 '창작산실-우수공연 작품제작지원(연극)' 사업에 선정되었다. 그러나 문예위 직원은 박근형에게 지원금을 포기하지 않으면 다른 작품도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결국 박근형은 지원금을 포기했다. 연극계 관계자들은 문예위 직원이 박근형을 협박한 이유가 2년 전 그가 박정희와 박근혜를 풍자한 <개구리>라는 연극을 연출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문예위의 검열 여파 때문인지 박근형은 국립국악원의 금요공감 프로그램에서도 배제당했다. 이에 반발한 무용단 '무버'와 안무가 정영두는 예정된 국립국악원 공연을 거부했고 김서령 금요공감 감독도 국립국악원이 감독의 책임과 권한을 무시했다고 항의하며 감독직을 사퇴했다.

연극계에 대한 공공예술기관의 검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도종환 국회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문예위 직원이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심사위원에게 특정 작가를 거론하며 "선정 리스트를 줄여 달라", "심사 결과를 조정해 달라" 한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결국 창작기금 심사에 대한 문예위의 개입으로 이미 선정된 102건의 작품 중에 32건이 제외되었다. 문예위의 개입으로 제외된 건 중에는 희곡 분야 심사에서 100점을 받은 이윤택의 <꽃을 바치는 시간>도 포함되었다. 이에 대한 연극계의 반발에 문예위는 이윤택이 최근 2년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산하단체에서 15억 원가량의 지원금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예위의 해명은 마치 개인이 지원금을 모두 사용한 것처럼 곡해될 여지가 높다는 점에서 악의적이다. 최근 이윤택이 작품 연출, 대본료로 받은 금액은 총 7천6백만 원이다. 그런데 문예위는 이윤택의 연출, 대본료에 제작비까지 포함해 마치 개인에게 15억 원이 지원된 것처럼 부풀렸다. 문예위가 주관하는 '다원예술창작지원사업'에서 1차 심사를 통과한 윤한솔 연출가의 <안산순례길>도 검열 논란에 휩싸였다. 유기홍 국회의원이 말에 따르면 한 심의위원이 문예위 직원으로부터 윤한솔의 작품들이 위에서 정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안산순례길>이 세월호와 연관돼서 곤란하니 빼줬으면 좋겠다는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문예위 산하의 공연예술센터장 유인화는 김정 연출가의 '팝업시어터' 참가작 <이 아이>가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며 공연을 방해 및 검열했다가 연극인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았다. 결국, 문예위는 검열 의혹 제기에 대한 내부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유인화 공연예술센터장과 간부직원 2명의 직무를 정지했다.

잇따른 공공예술기관의 검열 의혹에 관하여 연극단체들은 '예술 검열에 반대하는 연극 단체들의 연대'를 결성했다. 이들은 예술 심의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외압도 단호히 반대하는 연극인 1000여 명의 서명이 담긴 성명서를 박주선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현재 연극계는 최근 잇따른 공공예술기관의 정치 검열에 대한 최종 책임자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명진 문예위위원장의 즉각 사퇴와 문예위 검열 사태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청문회 개최, 현 10인의 문예위 예술위원들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박명진 문예위위원장과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예술에 대한 검열과 배제를 공공연하게 자인하고 옹호했기에 이들에 대한 연극인들의 사퇴요구는 매우 정당하다. 왜냐하면, 최근 불거진 공공예술기관의 검열과 관련한 국정감사에서 김종덕은 정치적 이슈에 골몰하는 이들이 문제라고 발언한 바 있고 박명진도 국정감사에서 문예위의 예술가 찍어내기가 사회적 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극계에 대한 공공예술기관의 검열이 판을 치는 가운데 전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관장 바르토메우 마리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으로 선임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미술계에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바르토메우 마리는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과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쿤스트페어라인이 공동 기획한 《짐승과 주권》전을 개막 직전에 취소했을 뿐 아니라 이 전시를 준비한 두 명의 큐레이터에 대한 보복성 해고에 관여했다고 알려졌다. 당시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이 《짐승과 주권》전을 취소한 이유는 스페인 군주제를 풍자하며 예술과 권력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다룬 이네스 두작의 작품 <정복하기 위한 발가벗음>이 전시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이에 미술인들이 차기 국립현대미술관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바르토메우 마리의 정치 검열 전적을 우려하며 '국립현대미술관장 선임에 즈음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2015년 11월 19일 오후 6시 30분까지 이 성명에 서명한 미술인은 나를 포함해 800명에 달한다. 국선즈가 성명서에 명시한 네 가지 입장은 다음과 같다.

1.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유력한 후보인 바르토메우 마리 씨는, 《짐승과 주권》전 파행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한다.

1. 정부는 예술의 현장과 무관한 관료적 문화행정을 중단하고,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선임의 지체와 신임관장 선정과정 및 기준에 관한 공청회 등, 열린 토론의 장을 즉각 만들어야한다.

1. 국립현대미술관을 위시한 공공 미술기관에 대한 실질적 독립성을 전면 확대해야한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라.

1. 예술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모든 종류의 검열과 감시에 강력히 반대하며, 예술의 자율성과 독립성 회복을 위해 다양하고 줄기찬 노력을 기울인다.

미술인들이 바르토메우 마리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그의 정치 검열 전적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국내 미술계도 정치 검열에서 결코 자유로운 곳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자이스트가이스트-시대정신》에서 임옥상 작가의 <하나 됨을 위하여>와 이강우 작가의 <생각의 기록>은 개관 기념식에 박근혜가 참석한다는 이유로 청와대 직원에게 수치스러운 검열을 당한 바 있다. 2014년에는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출품된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이 박근혜를 울고 있는 허수아비로 풍자해서 큰 논란이 되었다. <세월오월>이 논란이 되자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이자 광주시장인 윤장현은 창작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시 예산이 들어간 비엔날레 특별전에 정치적 성격의 그림이 걸리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광주시도 국비를 받아 기획한 행사일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인 시립미술관에 대통령을 풍자한 작품을 걸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세월오월>을 철수하지 않으면 광주비엔날레 교부금을 회수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2015년에는 리퍼트 주한 미 대사 피습 사건을 다룬 홍성담 작가의 <김기종의 칼질>이 전시 기간에 외부 민원과 왜곡된 언론보도로 인해 또다시 논란을 낳았다. 하지만 <김기종의 칼질>에 써진 홍성담의 글에는 종편이나 보수단체가 떠드는 것처럼 김기종의 테러를 옹호하거나 의사(義士)화한 내용이 없었다. 그런데도 <김기종의 칼질>에 대한 논란이 미술관 밖에서 격화되자 서울시립미술관과 책임기획자 홍경한은 <김기종의 칼질>을 홍성담 작가와 상의도 하지 않고 전시에서 빼버렸다.

비록 '예술 검열에 반대하는 연극 단체들의 연대' 같은 행동력은 없지만, 미술계의 정치 검열을 외면으로 일관해왔던 다수의 미술인들이 바르토메우 마리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계기로 예술의 자율성과 모든 종류의 검열과 감시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낸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그만큼 바르토메우 마리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후보로 선정된 것은 정치 검열과 궤를 같이하는 왜곡된 예술정책들에 소극적이던 미술인들에게도 충격적인 소식이었나 보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의 국정감사 보도자료 '불법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인사권, 문체부가 뺏어가 관장 허수아비 전락'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학예직 책임자인 학예연구1~2실장과 함께 인사위원에서 배제되었고 작품수집 권한도 박탈당했다. 그리고 문체부가 미술관 인사와 운영에 개입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이 개정되었다. 이러한 '국립현대미술관 기본운영 규정' 개정은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하는 '책임운영기관법' 위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르토메우 마리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된다면 사실상 현 정권의 시종 역할을 자임하는 문체부의 꼭두각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니 미술인들이 바르토메우 마리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김종덕은 '[뉴시스 초대석]김종덕 장관 "미술계, 예술을 정치문제화 하려는가"'에서 바르토메우 마리의 장관선임을 반대하는 미술인들을 두고 "시작도 안 한 사람한테 그런 식으로 압박하는지", "한국 현대미술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그동안 그분들은 무엇을 한 건가? 도대체 뭘 했기에 이제 와서 관장을 새로 뽑는다고 하니까.... 그분들의 의도가 오히려 의심스럽다. 그 뒤에 누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문제로 끌고 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 예술에 대한 정치 검열로 변질시키는 것 같다." 같은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김종덕의 이러한 발언은 그가 문예위의 정치 검열을 사실상 묵인했을 뿐 아니라 국정감사장에서 정치적 이슈에 골몰하는 이들이 문제라고 말할 정도로 왜곡된 가치관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인터뷰에서 김종덕은 "핵심은 그게 아니다. 능력이 있는 거냐 아니냐"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나는 김종덕에게 '국립현대미술관 기본운영 규정'을 '책임운영기관법'을 어기면서까지 개정해 유명무실한 관장직을 만든 상황에서 새로 선임될 관장이 도대체 어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실권도 없는 관장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문체부의 꼭두각시 노릇 하는 것 말고 도대체 뭐가 있겠는가?

김종덕은 앞서 언급했던 '팝업시어터' 참가작 <이 아이> 파행과 관련해서 "일부 간부직원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사를 통해 징계할 것"이라고 언론에 말한 바 있다. 한자성어 중에 책인즉명(責人則明)이라는 말이 있다. 이 한자성어는 제 허물을 덮어놓고 남의 잘못을 밝혀 책망하는데 밝음이란 뜻이다. 최근 연극계에 불어 닥친 정치 검열과 관련해서 조사를 받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장관직을 물러나야 할 사람은 김종덕 자신이다. 도대체가 자신의 과오는 뒤로하고 어떻게 문체부 산하기관 책임자에 대한 조사와 징계를 운운할 수 있단 말인가. 김종덕은 바르토메우 마리의 신상조회 결과를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그를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직에 선임할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기본운영 규정' 개정에 대한 문제를 정확히 해명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의 행정 및 재정의 자율성이 가능한 보장될 수 있도록 규정을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앞선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김종덕은 국내 예술의 미래를 위해서 하루빨리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