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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07일 11시 27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4월 08일 14시 12분 KST

지금이 신정일치 시대인가

한 장의 사진을 보는 순간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아득한 과거로 퇴행하는 느낌이 들었다. (최경환, 박정희 생가서 석고대죄. TK의 '박정희 정서' 자극) 빨간 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절을 하는 사진이었는데, 사진의 장소는 박정희의 구미 생가였다. 땅에 고개를 박고 절하는 사람들은 친박 감별사(?) 최경환 의원 등이다. 새누리 정권의 심장이자 박근혜 정부의 아성이라 할 대구가 흔들리자 최경환 등은 TK에서 반인반신(?)의 지위에 있는 박정희의 생가를 찾아가 대구시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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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경북선대위 '큰 일꾼 유세단'이 6일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도민들에게 큰 절을 올리고 있다. 유세단은 당내 공천 파동 등에 대해 사죄하고 앞으로 똘똘 뭉치겠다며 다시 한 번 지지를 호소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철우, 김광림, 장석춘, 최경환, 백승주, 강석호, 박명재 후보와 이한성 의원)

아무리 대구가 동요한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구미에 있는 박정희 생가로 쫓아가 마당에서 넙죽 절을 할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최대한 선의로 해석해도 최경환 등이 한 퍼포먼스는 일종의 접신(接神) 혹은 샤머니즘이다. 이들은 대구 유권자들을 박정희교 신도들로 간주하고 박정희라는 신(神)을 소환한 것이다.

이들은 대구 유권자들이 정치,경제,사회적 현안들에 대해 판단을 중지하고, 피리 부는 소년의 뒤를 따르던 쥐떼처럼 박정희에 홀려 새누리당에 몰표를 던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최경환 등은 대한민국 정치의 수준을 절대왕정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신정일치 시대로 돌려놓았다.

하지만 최경환 등의 뜻처럼 대구 유권자들이 주술에 홀려 이른바 진박후보들을 찍을지는 미지수다. 열흘 붉은 꽃이 없고,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다. 대구를 유령처럼 배회하던 박정희라는 이름의 신(神)도 박근혜의 실정과 더불의 역사 뒤켠으로 퇴장하는 기운이 완연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눈엣가시 같은 유승민의 당선을 막을 길이 없다. 만약 유승민이 진박 후보들에 맞서 친유승민계로 불리는 후보들 중 일부라도 당선시켜 내는 괴력을 발휘한다면 박 대통령의 조락은 눈에 띄게 가속화될 것이다. 대구가 포스트 박근혜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박근혜 대통령만 모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