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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08일 07시 21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2월 08일 14시 12분 KST

나의 서울입성기

한겨레

나는 지금 서울에서 살고 있다. 서울특별시민이 된지 이제 만 1개월이 조금 지났다. 그전에 나는 수원에서 30년을 살았다.

수원에서 서울 은평뉴타운으로 이사한 후 얻는 편익은 많다. 일단 출퇴근 시간이 3분의 1이상 단축됐다. door to door로 40분 안팎이면 집과 회사를 오간다. 북한산을 앞산처럼 다닐 수 있는 것도 좋다. 나는 퍽 게을러서 아침에 등산하는 건 힘들다. 북한산이 코 앞이다 보니 오후에 슬슬 산행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교통망, 조밀하게 위치한 온갖 생활편의시설, 각종 문화시설, 허다한 구경거리, 즐비한 관광명소들은 덤이다.

반면 치러야 할 비용도 크다. 주거비가 폭증했다. 전에 살던 수원집은 누옥이긴 했지만, 전세보증금이 달랑 2천 6백만원에 불과했다. 관리비는 0원이었다. 지금 사는 신축오피스텔은 실평이 8평의 원룸형인데 전세보증금이 1억 2천만원이다.

아침에 나가서 밤 11시가 넘어서 들어오기 때문에 오피스텔은 나에겐 호텔 같다. 거기에 관리비는 8만원 남짓이다. 물론 가스비 등이 포함되지 않은 비용이다.

혼자 살기엔 별 불편이 없는 집이지만, 이런 집을 구하는데만 1억이 추가로 들었다.

내가 살던 수원집에는 6가구 이상이 3천만원이 채 되지 않는 보증금으로 살았다. 그들은 나처럼 싱글이 아니라 가족이었다. 나의 이웃들은 지금 같은 전월세 지옥에 고작 그 돈으로 도대체 어디에 둥지를 틀었을까?

은평구만 해도 역에서 가까운 지은 지 7~8년 미만의 브랜드 아파트들은 매매가가 평당 1천 5백만원에서 1천 8백만원 수준이다. 즉 4인 가족 기준으로 쾌적(물론 쾌적함의 기준은 천차만별이다)한 집에서 살려면 4억 후반이 넘는 돈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2천만원씩 25년을 모아야 5억원이다.

이래서야 사람이 도무지 정상적으로 살 수가 없다. 집이 사람을 잡아먹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상상력의 토대 중 하나가 땅 없고, 집 없어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엄동설한에 가끔 수원 옛집의 이웃들이 떠오른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가슴이 서늘하고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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