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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19일 07시 01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19일 14시 12분 KST

대통령이 언제부터 약자가 됐나?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가 가관이다. 박 대통령은 18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관련 단체들이 주도하는 '경제활성화 입법촉구 1천만 서명운동'에 참여했는데 현직 대통령이 입법 관련 서명운동에 참여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국회 설득은 않고 거리서명 나선 박 대통령)

박 대통령의 처신은 이중으로 부당하고 부적절하다. 행정부의 수반이 입법 기관인 국회를 여론전을 통해 강박한다는 점에서 부당하고, 전경련 등이 주도하는 '경제활성화 입법촉구 1천만 서명운동'이 쉬운 해고, 질 낮은 일자리 양산 등의 우려로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을 야기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부당하다.

쉽게 말해 행정부의 수반인 박근혜 대통령이 재벌, 대기업의 요구만을 일방적으로 쫓아 국회, 그 중에서도 야당을 겁박하고 있는 것이다. 논란이 첨예한 법률들을 국회에 던져놓고 야당을 설득할 진지한 노력도 없이 입법촉구 거리서명을 하는 대통령을 대한민국은 가진 적이 없다.

박 대통령의 행태를 보며 박완서의 소설 「도둑맞은 가난」 이 생각났다. 몰락한 집안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주인공이 도금 공장에 다니는 청년을 만나 동거를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청년은 부잣집 도련님이었고 부친이 가난을 경험하게 한 것이었다. 여주인공은 가난마저 도둑맞은 것이다.

입법 관련 서명은 약자의 무기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이 취할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제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약자 코스프레를 멈추기 바란다. 강자 중의 강자가 약자의 허약하기 그지 없는 호소수단까지 넘보는 건 정말 볼썽사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