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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31일 06시 25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31일 14시 12분 KST

세월호, 미친 전셋값, 국정교과서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위독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와 여당은 물론이고 시민들조차 그런 사실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상태가 위중함을 알려주는 상징적 키워드로 세월호, 미친 전셋값, 국정교과서를 꼽을 수 있다.

세월호

세월호에 대한 얘기를 하는 건 괴롭다. 듣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는 한국사회 구성원들이 얼마나 지독한 병에 걸렸는지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태이기 때문이다. 병의 이름은 공감능력의 부재 혹은 연민하는 능력의 파괴 정도가 될 것이다.

세월호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고, 설사 발생했더라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수장당할 일이 결코 아니었다. 정부는 사고의 예방과 사고 후 구조에 완벽하고도 철저하게 실패했다. 선의로 해석하더라도 세월호는 자본의 탐욕과 국가의 무능의 결합물이었다.

세월호 사건 이후 박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자명했다. 사고의 예방 및 구조에 완전히 실패한 데 대해 곡진히 사죄하는 것, 사고 및 구조실패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것, 유사 사고의 예방시스템 및 사고 발생시 재난 구조 시스템을 재정비해 안전사회를 건설하는 것, 피해자들과 희생자의 유족들에 대한 적절한 배상을 하는 것,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는 시설을 건립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 자리를 세월호의 실체적 진실규명에 대한 방해와 유족들에 대한 공격이 대신했다. 박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이야 능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들이니 놀랍지도 않지만, 세월호 유족들을 대하는 시민들의 태도는 정말 경악스럽다. 아주 많은 시민들이 세월호 유족들을 조롱하고, 공격하고, 비난하고, 능멸하고, 저주한다. 공감하는 능력, 연민하는 능력, 시비를 분별하는 능력이 파괴된 탓이다.

미친 전셋값

미친 전셋값은 실존적인 삶과 직결된 문제다. 매매가의 80%를 넘는 수도권이 전세가격은 중산층과 서민들의 민생을 치명적으로 위협한다. 가격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덜덜 떨면서도 어쩔 수 없이 빚을 내 집을 사거나, 빚을 내 다락 같이 오르는 전세보증금을 충당하거나, 소득의 상당부분을 월세로 충당하는 시민들의 삶은 핍진하기만 하다.

전세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 보니 가처분 소득은 급감하고, 주거의 질도 나빠지며, 서울 밖으로 추방(?)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는 박근혜 정부는 변변한 전월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빚내 집 살 것을 권장한다.

진정 놀라운 건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을 한사코 고집하고 있는데도 이 정부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도가 터무니 없이 높다는 사실이다.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박근혜 정부를 결사옹위하고 있어서인가?

국정교과서

인류가 누대로 쌓아온 문명의 발전 방향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이다. 역사적 사실의 선별 및 역사해석의 권한을 특정 정부가 독점하겠다는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 21세기 한국사회에 강림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특정 가치관, 특정 역사관, 특정 인간관을 특정 정부가 후대에게 세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그 끝에는 사상의 자유에 대한 통제와 표준화가 기다리고 있다. 생각할 수 있는 자유가 억압된 사회가 정상적인 발전을 할 가능성은 없다. 북한이 그랬듯이.

공감할 능력이 파괴된 사회, 자기에게 유리한 경제적 이익을 따질 합리성이 말살된 사회, 생각의 자유를 난폭하게 억압하고 표준화하는 사회에 희망이 있을 리 없다. 대한민국호는 빠른 속도로 침몰 중이다. 선장(박근혜 대통령)과 승무원과 승객들만 그 사실을 모른다. 배가 완전히 가라앉기 전에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한국사회에, 더 정확히 말해 한국사회 구성원들에게 특단의 조치를 취할 힘과 능력이 남아있긴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