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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03일 05시 50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03일 14시 12분 KST

우리는 파시즘과 얼마나 멀리 있는가

한겨레

선거를 통한 집권, 정당 해산, 노조의 악마화, 행동대의 적극적 활용, 언론 장악,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겁박 및 적과의 내통가능성 부각, 공포와 위협을 통한 지배, 기본권의 제약, 국가기관의 사유화 등등등

위에 열거한 일들은 히틀러 나찌의 집권 및 통치기간에 일어난 일들이다. 만약 당신이 위에 열거한 일들을 박근혜 정권이 한 일이라고 해석했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위독한 상태다. 그리고 불행히도 당신의 해석에 반대하기 힘들다.

박근혜 정부는 난폭하고 급진적으로 절차적 민주주의와 시민의 기본권을 훼손하고 있다. 게다가 대한민국에는 자발적 파시스트들이 넘쳐난다. 패륜집단처럼 인식되던 '일베'의 특징이던 반합리주의, 불평등에 대한 옹호, 민주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 사회적 약자(여성, 전라도, 동성애자,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등)에 대한 멸시와 차별과 적대와 배제의 정당화 등을 공유하는 시민들이 대한민국에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유사파시즘 국가로의 이행이 진행되는 와중에 특권과두동맹(재벌을 정점으로 새누리당, 고위관료, 사법권력, 검찰, 비대언론, 종교권력 등으로 구성된 지배 카르텔)은 부와 직업을 고스란히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세습사회로 한국사회를 빠르게 재편하는 중이다. 자산의 양극화는 참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계층이동의 사다리는 끊어진 지 오래며, 직업은 대물림 된다. 천하를 호령한 제국도 특권과두동맹이 신분과 부를 독점적으로 세습하고, 공정한 경쟁을 불허할 때 국운이 기울고 급기야는 사멸했다. 대한민국은 지금 몰락한 제국들의 전철을 정확히 밟고 있다. 특권의 세습, 재봉건화만큼 한국사회를 적확히 규정하는 단어도 드물다.

단언컨대 특권과두동맹의 지배와 특권과두동맹의 정치적 호민관 새누리당의 집권이 계속되는 한 대한민국은 필리핀이나 남미처럼 될 것이다. 1퍼센트의 최상층과 좋은 일자리를 가진 10퍼센트 내외의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희망 없는 생을 하루하루 연명해나갈 것이다. 순간의 쾌락과 하루치 양식에 자족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이리가 될 것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일상적으로 벌어질 것이고, 자기 보다 약한 사람들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아 능멸하고 괴롭힐 것이다. 지금 나타나는 일들은 그 징후다.

도대체 구원은 어디에 있는가? 바이마르 공화국 말기를 연상시키는 대한민국은 이대로 쇠락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는 것인가? 칸트와 헤겔의 나라 독일이 히틀러 나찌에게 자유를 헌납하고 세계대전으로 달려간 그래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불구가 되고 전 국토가 폐허가 된 역사적 사실을 우린 기억한다. 그런 최악의 경험을 하고 나서야 독일 국민들은 정신을 차렸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를 것인가?

* 미디어오늘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