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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2일 07시 33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1월 22일 14시 12분 KST

내게 '내부자들'이 '베테랑'보다 나은 이유

쇼박스

'내부자들'은 좋은 영화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내부자들'은 '베테랑' 보다 훨씬 나은 영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더 재미있다. '베테랑'은 변죽만 울리지만, '내부자들'은 몸통을 겨냥한다. '베테랑'은 재벌 3세의 일탈을 다루지만, '내부자들'은 특권과두동맹이 얼마나 추악한지, 어떻게 굴러가는지, 어떻게 세상을 다스리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대한민국은 '베테랑' 이전에 있다. 일개 형사가 재벌 3세의 악행을 끝까지 추적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건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다. '베테랑'이 '부당거래'에 비해 압도적 흥행스코어를 기록한 이유 중 하나는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악당에 대한 응징이 영화 속에서 실현된 탓이 크다. 선인이 복을 받고 악당이 벌을 받는 건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구성원리이건만 불행히도 한국사회에서는 오히려 악당이 승승장구하고 선인은 핍박을 받는다.

'내부자들'은 재벌과 집권여당과 비대언론 등으로 구성된 특권과두동맹이 오직 자신들의 사익과 욕망을 위해 대한민국을 사유화하는 과정을, 헌법과 법률과 정의와 상식과 윤리가 이들에게 얼마나 무력한지를, 이들이 사익추구와 권력유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살인을 포함해 무슨 짓이건 서슴치 않는다는 사실을 에둘러 가지 않고 직격한다.

'내부자들'에서 철옹성 같던 특권과두동맹의 지배체제에 균열을 내는 건 전라도 출신의 깡패 안상구(이병헌 분)와 경찰 출신의 배경도 빽도 없는 검사 우장훈(조승우 분)이다. 지배체제의 하위파트너에 편입돼 있던 안상구는 특권과두동맹에게 버림을 받자 복수에 나서고 검찰에서 쓸모(?)가 다하자 용도폐기된 우장훈은 안상구와 함께 의기투합해 특권과두동맹에 맞선다. 안상구와 우장훈이 감히 특권과두동맹에 맞설 수 있었던 건 이들이 특권과두동맹의 일원(다른 말로 '출세'라고 한다)이 되려고 하는 비루한 욕망을 버렸기 때문이다. 국운이 기울고 있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되돌릴 수 있는 힘은 상당부분 내부자들에게서 나올 것이다. 지배체제의 일원이지만 추레하게 특권과두동맹의 일원이 되려 하지 않고 정의와 상식의 편에 서려는 내부자들이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 대한민국의 진로가 바뀔 것이다.

'내부자들'에는 주옥 같은 대사가 많이 나온다. 그 중에서 특히 막후의 설계자 조국일보 이강희(백윤식 분) 논설주간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특권과두동맹의 생각은 정확히 이러할 것이다. 개, 돼지가 아님을 대중들(유권자로 바꿔도 좋다)이 증명해야 할텐데, 그게 녹록해 보이진 않는다.

끝으로 미래자동차 오회장(김홍파 분), 집권여당의 유력대선후보 장필우(이경영 분),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 분) 등이 모여 섹스파티를 벌이는 장면은 자연스럽게 박정희의 안가 파티를 연상케 했다. 오회장 등은 오회장의 별채로 보이는 구중궁궐에서 연예인 등의 젊은 여성들과 난잡하기 그지 없는 파티를 벌이고 파티가 끝난 후 각자 여성들과 성교를 벌인다. 안상구는 채홍사 역할도 했었다. 박정희 당시에는 중앙정보부가 채홍사 역할을 했었다. 변한 건 아무 것도 없다.

* 미디어오늘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