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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08일 06시 07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0월 08일 14시 12분 KST

문제적 인간, 고영주

고영주가 한 발언들에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는 없다. 그저 낙인찍기와 규정만 있을 뿐이다. 고영주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대한민국이 멀쩡하다는 사실이다. 고영주의 주장대로 전 대통령이나 제1야당의 대표가 공산주의자라면 대한민국이 적화되었거나 적화 직전의 상태에 있어야 한다. 나는 고영주가 북한과 공산주의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건 알겠다. 그러나 북한과 공산주의에 대한 고영주의 염려와 근심은 기우에 불과하다.

연합뉴스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졌다는 말이 있다. 고영주가 바로 그런 경우다. 고영주에게 곤욕을 치렀던 사람들이나 고영주가 맹렬히 활동한 우파애국전선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한민국 시민 가운데 고영주를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됐겠는가? 지금은 고영주를 모르는 사람이 대한민국 내에 거의 없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문화방송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된 고영주는 국정감사장에서 극우본색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지금 현재도) 판사, 검찰과 공무원 중 "김일성 장학생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연합사 해체, 연방제 통일 주장 등을 근거로 문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생각했다", "우리나라 국사학자 90% 이상은 좌편향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민중민주주의자로, 변형된 공산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등이 고영주가 국감장에서 거침없이 한 발언들이다.

고영주가 한 발언들에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는 없다. 그저 낙인찍기와 규정만 있을 뿐이다. 고영주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대한민국이 멀쩡하다는 사실이다. 고영주의 주장대로 전 대통령이나 제1야당의 대표가 공산주의자라면 대한민국이 적화되었거나 적화 직전의 상태에 있어야 한다.

최소한의 분별력만 있어도 아는 일이지만, 적화는 대한민국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고영주의 발언들은 편가르기와 적대와 증오를 실어나른다. 나는 고영주가 북한과 공산주의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건 알겠다. 그러나 북한과 공산주의에 대한 고영주의 염려와 근심은 기우에 불과하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시민들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로베스피에르, 생 쥐스트, 히틀러, 스탈린의 공통점은 이념형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자신이 꿈꾸는 세상과 인간(인간형)을 관철하기 위해 극단까지 자신과 현실을 밀어붙였다. 이들의 이름은 피와 학살과 테러와 독재와 전쟁의 동의어이기도 하다. 오명을 남긴 이들 중 자연사한 사람은 스탈린뿐이다. 하지만 이들이 인격화된 이념이었다는 사실은 또렷하다. 이념형의 인간이 있어야 그가 지향했던 이념의 한계와 폐해가 폭로되고 이를 지양할 가능성이 열린다.

대한민국의 불행 중 하나는 우리가 저런 이념형 인간을 지닌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우파나 보수쪽에 그러하다. 대한민국 우파엔 사익을 추구하고 지키기 위해 이념을 참칭하고 분식하는 자들만 그득하다. 혹시 고영주는 이념형 인간일까? 나는 설사 고영주가 파시스트라 해도 그가 죽음과 고문 앞에서 파시즘을 배교하지 않는다면 그를 존경할 수 있을 것 같다. 안타깝게도 고영주는 늘 강자의 자리에만 머물렀기 때문에 자신이 이념형 인간이라는 걸 증명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고영주가 이념형 인간이라는 사실을 내 눈으로 꼭 확인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