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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01일 06시 15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9월 01일 14시 12분 KST

김정은을 '참수'하겠다는 軍

조선중앙통신 / 연합뉴스

육군 준장 하나가 안보세미나에 참석해 '참수작전' 운운하는 소릴 한 모양이다. 언론들이 죄다 보도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조상호 국방부 군구조개혁추진관(육군 준장)이 27일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주최로 열린 안보학술세미나에 참석해, 미리 배포한 발표문을 통해 "우리 주도, 우리 우위의 비대칭전략개념 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심리전, 정보 우위, 정밀타격 능력과 함께 '참수작전'을 예시한 것이다. (한·미 '작계 5015'...한반도 유사시 북 핵·미사일 선제 타격)

'참수작전'은 유사시 적국이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징후가 보이면 핵무기 승인권자를 제거해 핵무기 사용을 막는다는 개념이라고 한다. 내가 보기에 군이 호언한 '참수작전'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군이 북한 김정은을 상대로 '참수작전'을 수행할 정보, 군사,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가? 둘째, 설사 군이 '참수작전'을 입안하고 실행할 능력이 있다해도 이 같은 특급기밀을, 이런 시점에 공개하는 것이 적정한가?

군이 북한 김정은을 상대로 '참수작전'을 감행해 성공시킬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내가 알 길이 없다. 그런데 북한처럼 군사대비태세가 완비된 국가의 그것도 최고도의 경호 속에 있는 일인자를, 핵무기를 발사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는 절체절명의 순간 직전에 제거하는 것이 쉬울 것 같지는 않다.

이게 가능하려면 북한이 가진 모든 핵무기의 재원과 소재를 정확히 알아야 하고,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징후(그런데 이 징후를 명확하게 아는 것이 가능한가? 실전을 방불케 하는 발사훈련을 하는 것과 실제로 핵무기를 발사하려고 하는 것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가?)를 명확히 간파해야 하며, 김정은의 소재를 늘 확보하고 있어야 하고, 그처럼 급박한 상황에 구중심처에 은신해 있을 김정은을 제거할 무기체계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참수작전'이라는 지극히 중대하고 비상한 의사결정을 순식간에 내릴 수 있는 대한민국 내의 의사결정구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어느 하나 녹록지 않다.

​백보를 양보해 군이 북한 김정은을 상대로 '참수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손 치자. 북한이 넋놓고 있을리가 없다. 예를 들어 북한이 김정은 제거 이후에 핵무기를 발사할 권한을 가진 승인권자들의 순번을 정해놓았다고 하자. 김정은이 제거되면 ○○○, ○○○이 제거되면 △△△, △△△이 제거되면 □□□, □□□이 제거되면 ◇◇◇, ◇◇◇이 제거되면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군은 어떻게 할 것인가? 순번에 있는 승인권자들을 동시에 모조리 제거할 수 있는가? 도대체 그게 가능한가?

더 큰 문제는 군이 '참수작전' 같은 극비작전을 가까스로 남북합의가 이뤄져 무력충돌의 위험성이 가라앉은 지금 만천하에 공개했다는 사실이다. 군이 만일을 대비해 '참수작전'을 입안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 '참수작전' 같은 특급기밀을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알라고 군 장성이 외치는 게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고작 탈북자들이 최고존엄(?)을 모욕하는 내용이 담긴 삐라만 날려도 날카롭게 반응하는 북한이다. 하물며 대한민국 국군이 최고존엄의 목을 따겠다는 참수작전을 공식적으로 입안했다는 소릴 백주대낮에 공공연하게 하는 걸 보고 북한이 어떤 생각을 할지는 불문가지다. 한사코 감추어야 할 비수를 대놓고 흔들어보이는 군의 속내가 정녕 궁금하다.

* '미디어오늘'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