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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28일 15시 18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8월 28일 14시 12분 KST

목사들이 기쁘게 세금을 내야 하는 이유 ​

한겨레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직업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교회 목사다. 물론 교인수가 적어도 1,500명(통상 개신교에서 중형교회 기준으로 삼는 교인수)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되는 한에서다. 대한민국에서 중형교회 규모 이상의 교회 담임목사만 되면 그보다 좋을 수 없다. 사방에서 대접하고, 굽신대고, 신적 권위를 누린다. 게다가 목사들은 교회에 사실상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중대형교회 목사들에 대한 특권과 대우는 실로 경이로울 정도다. 교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억대 연봉과 사택제공은 기본이고 각종 공과금도 교회재정으로 대부분 지출한다. 자녀 학비도 교회에서 내는 경우가 많다. 중대형교회 목사들 자녀들 중 해외유학을 가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이유 중 하나가 그 때문이다.

그뿐인가? 중대형 교회 목사들은 외부설교나 부흥회 인도시, 심지어 각종 예식집전에도 적지 않은 사례비를 받는다. 은퇴해도 전별금 등 막대한 보상을 받는다. 대한민국에서 중대형 교회 목사들이 누리는 특권과 대우를 능가하는 특권과 대우를 받는 직업군은 손에 꼽힐 것이다.

아래 사례들을 보면 중대형교회 목사들이 얼마나 터무이 없는 특권과 대우를 누리는지 실감이 될 것이다.​

#1. 서울 ㄱ교회 담임목사 ㄴ씨는 2013년 퇴직하면서 사택으로 쓰던 교회 소유 7억원대 아파트 1채와 퇴직금 3억원, 5000만원짜리 승용차 1대, 1년치 아파트 관리비와 차량 관리비를 '전별금' 명목으로 받았다. ㄴ씨는 5억~6억원 정도인 이 교회 연간 수입의 두배를 훌쩍 넘는 돈을 한번에 챙긴 셈이다. 심지어 담임목사 시절에 받던 사례비의 80%를 사망할 때까지 매달 받기로 했다.

#2. 경기도 ㄷ교회 담임목사 ㄹ씨는 교인 수가 크게 줄어 해임 여론에 밀리다 올해 교회를 떠났다. 교회 재정은 적자 상태이지만, ㄹ씨가 교회를 떠나는 방식과 전별금을 두고 마찰이 빚어졌다고 한다. ㄹ씨는 결국 자신이 요구한 최소치인 6억원을 받고 사임했다. 그나마 '약점'이 있어 그 정도에 그쳤다고 교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3. 경기도 ㅁ교회 담임목사 ㅂ씨는 교인과의 불륜 사실이 드러났지만 교회를 나가지 않고 버티다 전별금 5억7000만원을 받고서야 물러났다. 이 교회 출석 교인은 150여명에 불과하다.

'억' 소리 나는 목사 수입... 세금은 묻지 마세요

진정 놀라운 건 특권의 특권을 누리는 중대형교회 목사들이 아직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회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소형교회 목사들이야 수입이 워낙 변변치 않아 근로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뤄진다고 해도 면세점 이하일 가능성이 높으니 ​문제가 될 일이 없다.

가톨릭 사제들은 이미 납세를 하고 있고, 불교계도 기꺼이 세금을 낼 준비를 하고 있으니 종교인 과세의 핵심은 중대형교회 목사들이다. 지금이라도 중대형교회 목사들은 구구한 변명을 치우고 기쁜 마음으로 세금을 낼 마음의 준비를 하기 바란다.

권리만 누리고 의무는 이행하지 않는 사람들이 무슨 염치로 매주 복음을 설파한단 말인가?​ 목사들은 입만 열면 '하나님의 종'을 자처한다. 성도들은 '하나님의 아들', 하나님의 딸'이다. '하나님의 종'이 '하나님의 아들과 딸들'덕분에 호의호식하면 고마운 줄 알고 받은 은혜의 극히 일부를 세금의 형식으로 반납하는 게 맞다.

* 미디어오늘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