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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26일 14시 48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8월 26일 14시 12분 KST

정종섭 장관의 믿기 힘든 '건배사'

연합뉴스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 법한 일이 벌어졌다. 선거 주무 부처인 행정자치부 장관 정종섭이 지난 25일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만찬 건배사로 '총선 필승!'을 외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정 장관은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새누리당 연찬회 만찬 자리에서 건배를 제안하며 "제가 총선을 외치면 참석자들은 필승을 외쳐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선거 주무 부처' 정종섭 장관,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총선 필승!")

정종섭 장관만이 아니다. 새누리당 소속인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새누리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하반기 경제 동향 보고'를 하던 중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3% 중반 정도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서 여러가지 당의 총선 일정 등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가뜩이나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및 군 등의 국가기관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위해 광범위하고도 직접적인 선거개입과 여론왜곡을 자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 이젠 선거 주무 부처의 장과 경제부처의 수장이 선거중립의무는 안중에도 없이 대놓고 집권여당의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의미 이외의 해석이 어려운 말과 행동을 일삼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이라고 선언하고,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헌법은 직접민주주의가 아닌 대의제 민주주의를 국민주권이 실현되는 방식으로 채택했다. 즉 주권자인 국민은 자신들의 대표(대통령,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를 선출해 이들에게 국정을 운영하도록 위임(무기속 위임)하는 것이다.

현행 헌법은 국민의 대표를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방식으로 국기기관을 구성하는 권한을 국민에게 부여하고 있지만, 국가기관의 운영에 관해서는 대표들에게 맡기고 있다. 현행 헌법상 국민들이 대표를 선출(=기관구성)한 이후 선출을 철회할 방법이나 선출된 대표들이 행하는 국가운영에 직접 개입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사정이 이렇다면 주권자인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제도의 공정하고 투명한 관리(국가기관의 선거중립의무 엄수, 정당 및 후보자간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운동의 보장, 공정하고 투명한 투개표사무의 처리 등)는 국민주권의 실현을 담보하는 장치일뿐더러 민주주의와 민주주의가 아닌 것을 가르는 가장 유력한 기준선이라 할 것이다.

또한 국민들의 집합적 선호가 선거제도를 통해서 구현된다고 할 때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형성의 자유, 투명성, 공정성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지고의 가치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민주주의를 분해하다 보면 결국에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제도가 남게 될 것이다.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의 자유가 왜곡되고 침해되며, 국민주권의 사실상 유일한 실현수단인 선거제도의 공정성 및 투명성이 훼손된다면, 이런 나라를 민주공화국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그런 나라의 국민을 주권자라고 말할 수도 없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이라고, 대한민국의 국민을 주권자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