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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21일 15시 05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8월 21일 14시 12분 KST

미덥지 않은 최고사령관 박근혜

연합뉴스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20일 북한이 연천지역 야산에 선제 포격을 한 데 이어 군이 자주포를 동원해 응사를 했다. 뒤이어 김정은이 준전시상태 돌입을 명령했다는 소식, 48시간 내에 대북심리전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 등을 하겠다는 북한군 총참모부의 통첩 등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는 것처럼 보이는 걸 극력 경계하는 박근혜 정부가 확성기를 이용한 대북심리전을 중단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북한군 총참모부가 정한 48시간(22일 오후 5시) 이후의 상황이 심히 근심된다. 김정은이 보인 그간의 행태를 보면 어떤 식이 됐건 북한이 남한의 확성기를 겨냥한 포격 등의 군사적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군이 군사적 도발을 하면 군도 반격을 할 것이기 때문에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이 어디까지 번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비교적 잘 관리되던 남분간의 무력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고 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에도 연평해전 등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런 분쟁에 시민들이 불안해하거나 동요한 적은 없었다. 남북간의 무력충돌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 간의 관계는 급격히 경색됐다.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 3000(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가 되도록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라는 황당무계한 제안을 북한에 하는가 하면, 시종일관 북한을 흡수의 대상으로 보고, 북한 붕괴가 임박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천안함 침몰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은 남북 간의 관계가 파탄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방증이었다. 박근혜 정부도 기본적인 대북관이나 대북정책은 이명박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가시적이고 의미 있는 조치들을 내놓은 바 없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천안함 침몰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남북간의 경협을 포함해 사실상의 교류 및 지원 중단을 선언한 조치)는 철회해야 했다.

박근혜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군사적 모험주의를 마다하지 않는 김정은 체제에다 남북관계 개선에 완벽히 무능한 박근혜 정부가 더해지니 남북 간의 무력 충돌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할 궁리를 하지 말고 남북 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비전과 의지와 능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군사적 충돌을 비롯한 비상사태 발생시 최고사령관 자격으로 이를 적절히 지휘하고 관리할 능력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최고사령관 박근혜는 전투복을 입은 박근혜처럼 어색하고 통 미덥지 않다. 세월호 사태나 메르스 사태 당시 보여준 박 대통령의 자세와 능력은 국정최고책임자라는 대통령으로서는 도저히 믿기 어려울만큼 무책임하고 무능했다.

이번에는 다를까? 금번 남북간의 군사적 대치상태에서 박 대통령이 무한책임의 태도를 가지고 정확한 판단과 명확한 지시를 내릴 수 있을까? 혹시 긴급상황에서 대면보고도 못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대통령이 시민을 근심하고 염려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대통령을 근심하는 나라가 정상은 아닐 것이나, 지금의 대한민국이 그런 처지다.

끝으로 '전쟁을 두려워하지 말자'거나, '희생을 각오하고 단오한 응징을 해야 한다'는 자들에게 전쟁의 무서움을 일깨워주는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1945년 3월 10일 미국은 325대의 B-29를 동원해 제국 일본의 수도 동경에 1,700톤이 넘는 소이탄을 퍼부었다. 동경을 불의 지옥으로 만든 이 폭격으로 8만 5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재로 변했다. 최고 섭씨 1,300도에 이르는 소이탄은 물에서도 타올랐다. 화염을 피해 강물로 뛰어든 시민들도 죽음의 손길을 피할 길은 없었다. 그들은 끓는 물에서 죽어갔다. 70년 전의 전쟁기술이 이 정도 수준이다. 같은 해 2월 영미 공군이 독일의 드레스덴을 공습했을 때 사용한 소이탄은 아스팔트를 녹일 정도의 위력을 보였다. 아스팔트에 엎어지거나 넘어진 시민들은 아스팔트와 한덩어리가 돼 녹아 없어졌다.

전쟁을 불사하자고 외치는 자들은 자신이나 가족의 몸이 다진 고기가 되거나 살아 있는 화염이 되어야 정신을 차릴 셈인가? 전쟁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다.


미디어오늘에도 기고한 글입니다.